터키 빼고 아시아 최고 '키다리'
[Focus] 한국 청소년 키…남 173.7㎝ 여 160.9㎝
한국 청소년 세계적으로 큰 키

우리나라 청소년의 평균 키 성장 수치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 그래프는 한국 만 17세 청소년의 평균 신장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남자는 1965년에 163.7㎝였다. 40여 년이 지난 2010년에는 173.7㎝로 10㎝나 자랐다. 여자도 156.9㎝에서 160.9㎝로 4㎝가 커졌다. 2015년에는 남자의 경우 약간 작아진 173.5㎝, 여자는 그대로였다.

이런 한국 청소년의 신장은 아시아에서 터키(176㎝) 다음으로 크다고 한다. 같은 연령 일본 청소년은 남자 170.7㎝, 여자 157.9㎝로 우리나라 청소년보다 약 3㎝ 작다. 중국은 남자 청소년의 경우 북부지방(171.2㎝)과 남부지방(168.2㎝)의 키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남자 청소년 전체 평균은 169.7㎝로 일본보다 약 2㎝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으로는 북유럽 국가인 네덜란드(남자 182.5㎝, 여자 170.5㎝)나 덴마크(남자 181.5㎝, 여자 168.5㎝) 청소년의 키가 가장 큰 편이다. 우리 청소년들과는 8~9㎝ 차이가 난다. 이에 비해 프랑스(남자 176.4㎝, 여자 164.7㎝)나 이탈리아(남자 176.1㎝, 여자 164.1㎝), 미국(남자 175㎝, 여자 162.5㎝) 청소년들은 우리 청소년보다 불과 2~3㎝ 정도 커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남한보다 9㎝ 작은 북한 청소년

반면 북한 18세 청소년의 평균 키는 남자 162㎝, 여자 155㎝ 정도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잘산다는 평양은 남자 청소년이 165㎝이지만, 지방은 158㎝에 불과하다. 같은 또래 남한 청년에 비해 남자는 약 9㎝, 여자는 약 6㎝ 작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자료도 명확하진 않다. 북한은 주민들의 신장 체중 수명 등 신체발달 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다. 2002년 유엔과 유니세프 등이 북한 식량난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를 했을 때도 북한 당국은 소년과 여성들의 신체 발달 상황에 대한 표본 조사만 허락했다. 이런 상황이니 관련 통계나 조사가 없어 1990년대 후반 귀순자 등의 증언을 종합해 추정한 방법을 썼다. 1999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황지윤 1999)에 따르면 20세 미만의 경우 평균 신장은 우리나라에 비해 14.2㎝ 작았다. 슈베켄디에크 성균관대 교수가 200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남북한 간 유아들의 키 평균 격차(2002년 기준)가 8~12㎝ 정도 났으며 특히 7세 남자의 경우 남한이 122㎝, 북한이 109.3㎝로 평균 12.7㎝ 차이가 나 가장 격차가 큰 것으로 보고됐다.

다른 체제의 선택이 만든 결과

남한 청소년이 북한보다 커진 것은 과거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면 일반적으로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북방계가 남방계보다 키가 크다. 이런 인구통계학이 적용된 것은 해방 이전뿐인 듯하다. 해방 이전에는 북한 사람이 남한 사람들보다 키가 컸다. 일본의 정치사회학자 미쓰히코 기무라는 1940년 당시 남북한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북한 성인 남자의 평균 키는 163.4㎝로 남한(162.3㎝)보다 1.1㎝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방 후 72년이 지난 지금 남북한 사람의 키는 완전히 역전됐으며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신체 조건은 충분한 영양섭취, 적절한 휴식과 운동 등이 좌우한다.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로 인한 극심한 식량난이 청소년 키로 입증된 셈이다. 로버트 포겔 시카고대 교수는 한 국가의 경제력은 국민소득 통계보다 신체지수가 더 잘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남북 청소년 키는 중학생과 대학생을 보는 듯하다. 6·25 전쟁 휴전 후 64년이 된 지금 다른 체제를 선택한 것이 같은 민족도 이렇게 다르게 만든 것이다.

생각해봅시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67년, 휴전된 지 64년. 한국 청소년의 키는 아시아에서 터키 청소년을 제외하고 가장 커졌다. 일제강점기 때는 북한 청소년의 키가 남한 친구들보다 더 컸다. 키가 역전된 이유를 토론해보자.


김형진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starhaw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