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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58호 2017년 6월 12일

뉴스 인 월드

[뉴스 인 월드] ''유럽의 병자'' 오명 벗는 핀란드…스타트업들이 재도약 앞장선다


수년간 극심한 경제 불황으로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아온 핀란드가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키아를 선봉장으로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던 핀란드는 2010년대 들어 노키아의 몰락과 인구 고령화로 불황에 빠졌다. 한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핀란드가 6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뤄낸 배경엔 건설업 호황과 소비 심리 회복이 있다는 분석이다.

노키아 몰락으로 국가경제 ‘휘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핀란드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2%를 기록, 201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동기 대비 2.7% 성장한 것으로 독일이나 스웨덴을 앞지른 것이다. 노키아는 1999년 세계 휴대폰 시장 1위를 차지하며 핀란드 국민 기업으로 사랑받았다. 당시 연매출은 210억달러,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30%에 육박했다. 정부도 노키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핀란드 IT산업도 동반 성장 효과를 누렸다. 1991년 6%에 불과하던 핀란드 IT산업 비중은 21세기 들어 23%로 높아졌다.

하지만 애플이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노키아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부문을 2014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이후 핀란드는 특별한 경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고 급기야 유로존에서 탈퇴해 경기를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노동 가능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데 임금이 오르는 것도 핀란드 경제에 악재였다. 전문가들은 핀란드 전체 인구 중 노동인구 비율이 2012년 65%에서 2030년에는 5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대로 임금은 2007년에서 2014년 사이 25% 인상됐다.

건설 인프라 투자가 경제에 숨통 터줘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던 핀란드 경제에 숨통을 틔운 것은 건설이다. 2015년 1분기부터 건축, 건설 부문 투자가 늘기 시작했다. 수도 헬싱키시는 인구가 62만여명에서 2050년 86만5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주택단지, 경전철과 교량 건설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정부도 올해 도로 인프라에 19억유로(약 2조3900억원)를 투입한다. 고속도로 네 개 구간을 신설하고, 헬싱키~투르쿠 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전성기에 쌓은 IT 노하우는 아직 핀란드에 남아 있다. 노키아는 아직도 통신네트워크장비 분야에서 세계 선도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노키아는 한국 KT와 함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통신망을 공개할 계획이다. 노키아가 휴대폰 사업을 포기하면서 많은 사람이 실업으로 내몰렸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인기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의 로비오, ‘클래시오브클랜’의 슈퍼셀이 핀란드에서 태어났다. 정부가 무인자동차 개발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핀란드는 IT 강국으로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헬싱키, 반타 등 주요 도시에선 무인자동차의 대중교통 활용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경기회복 되며 가계 지출도 늘어

가계 소비도 늘면서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다. 핀란드 중앙은행은 “고용 상황이 나아지고 인플레이션율도 낮게 유지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핀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신뢰지수(CCI)는 24.1로 한 달 전의 21.5보다 크게 올랐다. 1995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핀란드의 CCI는 0을 기준으로 그보다 높으면 소비자들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향후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자신감을 반영하듯 2015년 “핀란드는 유럽의 병자”라고 했던 알렉스 스투브 전 핀란드 재무장관은 “아직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더 이상 핀란드는 유럽의 병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완연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아직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임금이다. FT는 “핀란드 노조는 임금 인상을 바라지만 정부는 회복이 좀 더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상익 한국경제신문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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