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 연쇄테러
한국도 안전지대라고 안심 못해
금주의 시사용어 - 소프트 타깃

무력 공격에 취약한 민간인과 이들이 몰려 있는 학교, 병원, 식당, 경기장 등의 공공장소를 뜻한다. 최근 테러리스트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무고한 민간인 겨냥한 테러 잇따라…테러리스트의 공격 대상이 바뀌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테러가 석 달 새 세 차례나 일어나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올 3월 런던 중심가 웨스트민스터 다리, 5월 맨체스터의 유명 팝가수 공연장에 이어 이달 초 런던브리지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여행을 즐기러 온 관광객은 물론 가녀린 10대 소녀까지 희생당해 영국인들의 충격과 분노가 더욱 컸다.

테러의 공격 대상은 크게 ‘하드 타깃(hard target)’과 ‘소프트 타깃(soft target)’으로 나뉜다. 하드 타깃은 군, 경찰, 정치인, 정부나 공공기관 시설 등을 가리키고 소프트 타깃은 다수의 민간인과 이들이 밀집한 지역을 뜻한다. 과거 테러리스트들은 주로 하드 타깃을 겨냥했지만 갈수록 소프트 타깃 테러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1년 동안 프랑스 니스, 독일 베를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도 대형 트럭 등을 이용한 민간인 공격이 잇따랐다.

소프트 타깃이란 개념이 생겨난 계기는 2001년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납치해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를 들이받은 ‘9·11 테러’다. 사무실에서 일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무차별로 희생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가 경악했다. 소프트 타깃 테러는 반격할 준비도 안 돼 있고 능력도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삼기에 특히 ‘악질 범죄’로 꼽힌다. 이런 공격이 빈발하면 대중은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공포에 휩싸이고 사회가 불안해진다.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게 바로 이것이다.

최근 테러 뉴스에서 많이 등장하는 또 다른 단어로 ‘외로운 늑대(lone wolf)’가 있다. 전문 테러단체의 조직원이 아닌 개인 단위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뜻하는 말이다. 외로운 늑대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차량 등을 이용해 혼자서 움직이기 때문에 정보당국의 레이더망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다행히도 한국은 아직 이런 유형의 테러를 겪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슬람국가(IS)가 한국을 ‘응징 대상’의 하나로 찍은 지 오래고 외로운 늑대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중이용시설의 테러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정보 수집력과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테러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를 찌르는 법이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