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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57호 2017년 6월 5일

시사이슈 찬반토론

[시사이슈 찬반토론] 입사지원서에 학력·스펙 기재 금지시키려 한다는데…


더불어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기업 입사지원서에 얼굴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출신 지역, 학력, 스펙 등의 기재 금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블라인드 채용 강화’ 공약을 이행한다는 차원이다. 지원자의 외모나 학력 대신 능력만 보고 뽑자는 취지다. 하지만 지원자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어떻게 평가와 선발이 가능하겠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이런 기준까지 법으로 정해 강제화할 수 있느냐는 더 큰 문제 제기도 있다.

○ 찬성

“한국 사회는 학력 너무 중시 스펙 과열경쟁 법으로 막아야”

한국 사회에는 실력보다 외형적인 학력을 따지는 학력지상주의 풍조가 있다. ‘무작정 진학’에 따른 과도한 대학진학률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청년실업이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취업시장에서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취업에 모든 것을 건 청년 세대는 단지 직장을 찾는다는 이유로 온갖 종류의 스펙 갖추기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외모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외모지상주의까지 겹치면서 미래를 이끌 청년 세대가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후보를 낸 4개 정당이 ‘블라인드 채용’을 공공부문에서 시작하자는 공약을 공통으로 낸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취업 때 외모나 학력 등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고 민간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안 그래도 국회에는 이미 채용공정화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법안은 입사지원서에 신체 조건, 출신 지역, 부모의 직업, 재산 등을 아예 쓰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이렇게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 적용하도록 하면서 규제 강도가 상당히 높다는 비판을 받은 법안이다. 하지만 새로 추진하는 법안은 이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약한 수준이다. 더 이상 ‘헬조선’ 논란이나 ‘흙수저’ 타령이 나오지 않으려면 채용시장부터 완전 투명해야 한다.

○ 반대

“기본 정보조차 금지하면 필요한 인재는 뭘 보고 뽑나”

학력과 스펙 정도는 취업지원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일 뿐이다. 지원자의 전공, 학업의 충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성적, 사회 진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이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까.

직무에 대한 적성과 열정을 몇 분간의 면접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단지 학교나 학력 자체만 보는 것은 학력차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공이나 학력 자체를 아예 인정조차 않는 일률적 획일성은 학력차별과는 별개 문제다.

국회가 추진하겠다는 ‘채용공정화법’은 이전에 박근혜 정부 인수위 때 깊이있게 검토된 바 있다. 민간기업에서는 그 전에도 실험적으로 시도됐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찮아 전면적인 시행이 어려웠던 것이다.

학력 정보조차 인위적으로 차단되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 대한 평가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지원자 실력과 자질 파악을 위해 또 다른 시험도 쳐야 할 것이다. 과도해질 면접 비중이나 그 와중의 시행착오 문제도 예상된다. ‘이럴 바에야 아예 추첨으로 뽑자’는 말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공기업에만 한정한다는 것도 맞지 않을뿐더러 일단 그렇게 되면 민간부문까지 부당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억지 차별은 안 되지만 자연스러운 차이점은 인정해야 한다.

○ 생각하기

"법이 고용시장의 자율 영역까지 개입하는 건 곤란"

학력과 스펙은 어떤 공부를 통해 어떤 실력을 갖춰왔는지를 보여주는 최소한의 개인 정보다. 스펙 쌓기도 부작용은 있겠지만 지원자가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보여주는 요소가 된다. 다양한 국가자격증이 존재하는 이유기도 하다. 몇 분간의 형식적인 면접이나 오로지 필기시험만으로 신입사원을 가려내는 방식은 그것대로 문제점이 뒤따른다.

일자리를 확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아울러 취업도 쉽고, 해고도 쉽고, 재취업도 쉬운 고용시스템이라면 청년들이 취업에 지나치게 연연하지도 않을 것이다. 더 큰 문제점은 법이란 이름으로 고용시장의 자율적인 영역에까지 다 개입하고 감독하겠다는 인식이다. 법이 모든 것을 규제하고 강제할 때 따르는 부작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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