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주민은 '분리배출'이고 업체는 '분리수거'죠
분리수거란 폐기물을 분류해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은 ‘배출’하는 것이고, 업체에서 ‘수거’해 가는 것이라 주체에 따라 달리 써야 한다. 애초에 도입할 때 정부에서 국민의 관점이 아니라 정부 관점에서 용어를 공지해 잘못 굳어지는 빌미가 됐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4월 2017년 1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사항을 공개했다. 모두 34개 항목에 걸쳐 수정했는데, 그중 어휘 사용 측면에서 틀리기 쉬운 중요한 단어 하나가 표제어로 새로 채택됐다. ‘분리배출(쓰레기 따위를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림)’이 그것이다. ‘건설 폐기물 분리배출’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재활용품 분리배출 요령’처럼 쓰는 말이다.

애초 정부에서 쓴 말이 굳어져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주민은 '분리배출'이고 업체는 '분리수거'죠

그동안 이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보다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말은 ‘분리수거’다. 이 말에 밀려 분리배출이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사전에서 이번에 분리배출을 새로 추가함으로써 바른 언어생활을 유도할 수 있게 됐다. 가령 아파트 주민이 무심코 “1주일간 미뤄놨던 쓰레기 분리수거를 오늘 아침 한목에 다했다”고 말하는 게 그런 것이다. 분리수거란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린 쓰레기 따위를 거두어 가는 것이다. 그 일은 전문업체에서 한다. 그러니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분리배출이라 해야 한다.

분리수거가 분리배출보다 앞서서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서울시가 쓰레기 분리배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것은 1991년부터다. 이때 대외적으로 알린 명칭이 ‘쓰레기 분리수거제’였다. 서울시 관점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이후 이 이름이 널리 쓰이게 됐고 다들 점차 그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1999년엔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을 펴내면서 ‘분리수거’를 표제어로 올림으로써 이 말은 단어로도 자리잡았다. ‘쓰레기 분리수거/분리수거를 실시하다/쓰레기 감량과 재활용을 위해 분리수거를 제도화해야 한다’ 식으로 쓰였다.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국민의 언어생활에는 인식의 오류가 생겨났다. 분리수거란 폐기물을 분류해 수집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은 ‘배출’하는 것이고, 업체에서 ‘수거’해 가는 것이라 주체에 따라 달리 써야 한다. 애초에 도입할 때 정부에서 국민의 관점이 아니라 정부 관점에서 용어를 공지해 잘못 굳어지는 빌미가 됐다. 그랬던 것을 국립국어원이 이번에 ‘분리배출’이란 표제어를 추가함으로써 주민 관점에서 올바로 쓰게 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 무려 26년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바로 써야 할 말이다.

학교는 접수하고, 수험생은 제출한다

이처럼 주체에 따라 가려 써야 할 말을 무심코 대충 써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접수(接受)하다’도 그중 하나다.

“우리 회사는 신입사원 원서 접수를 이메일로 합니다” “A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데, 입사원서는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대”. ‘접수’는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글쓰기에서 종종 주체 쓰임을 착각하는 말이라 주의해야 한다. 회사가 주체로 쓰인 첫 문장은 가능하지만, 지원자가 주체로 쓰인 둘째 문장은 틀린 표현이다. ‘접수’는 말 그대로 ‘받는다’는 뜻이므로, 그 주체는 반드시 받는 곳이 돼야 한다. 가령 정부 주최 행사라면 지원 서류를 정부에서 접수하는 것이다. 지원자는 접수하는 게 아니라 ‘제출’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입사원서는 회사에서 ‘접수’ 하고, 응시자는 ‘제출’한다.

연말에 대학 입시 기사에서 ‘학생들이 지원서를 접수하려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폈다’는 식의 표현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틀렸다. 입학원서는 대학이 ‘접수’하는 것이고, 학생은 ‘제출’하는 것이다. 문맥에 따라 ‘제출하다’ 말고도 ‘…을 내다/신청하다/응모하다’ 따위로 다양하게 바꿔 쓸 수 있다.

홍성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