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다수가 바보 같은 결정한다면?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집단사고'
“우리가 최고” 획일성 강요하고 경쟁자·시장의 경고음 무시, 의사결정 시스템화하고 최고경영진 다양하게 구성을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38) 오류 가능성 높은 집단의사결정
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바보 같은 의사결정을 하는가? 이는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개인이 모여서 집단을 이뤘을 때 나타나는 소위 ‘집단역학’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이런 집단의사결정의 위험과 관련한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바로 ‘집단사고’다. 집단사고에 대해 많은 연구 업적을 남긴 어빙 재니스의 설명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집단사고란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특정 결론에 대한 의견 일치를 지나치게 추구하면서 구성원의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생각과 의견을 억제하는 일련의 집단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집단사고 아래에서 진행되는 의사결정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객관적 분석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집단사고의 전형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우선, 자기 집단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다 이뤄질 것이고 무엇을 하든지 정당한 것이라는 믿음이 집단 구성원 사이에 강하게 공유되고 있다면 집단사고의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대외적으로 폐쇄성을 가지게 된다. 경쟁자 혹은 외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적대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나아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부정적인 정보나 경고음을 무시한다. 끝으로 대내적으로는 획일성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전체적인 합의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대안적인 생각을 구성원 스스로가 억제하는 경향을 보이며, 만장일치에 대한 집단적인 허상을 공유한다. 간혹 구성원 일부가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이면 집단 충성심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인물이 나서서 막고, 해당 이탈자에게 직간접적인 집단적 압력을 행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고교생을 위한 경영학] (38) 오류 가능성 높은 집단의사결정
그러면 왜 집단사고 현상이 일어나는가? 재니스는 집단사고의 원인적인 요소를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 집단의 응집력이다. 일단 응집력이 강한 집단일수록 집단사고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둘째, 조직의 구조적인 결함과 관련한 요인들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집단이 조직 내외부와 단절돼 있어 객관적인 의견과 정보가 원활히 소통되지 않는 경우다. 또 리더가 자신의 편향된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집단 구성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집단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셋째, 집단사고를 유발하는 상황적 요소들이 있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이 심각하고 리더가 제시하는 해결안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경우다. 또 집단적으로 실패 경험이 있다든가 구성원이 주어진 전략적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해내기에 도저히 역부족이라고 느낌으로써 구성원의 자긍심이 낮아진 경우에도 집단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집단사고의 위험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먼저 구조적인 해결안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최소한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집단의사결정 과정을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적절한 균형과 건강한 견제를 확보하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거치고 확인해야 하는 프로세스와 체크리스트를 사전에 확립해 놓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다. 다양한 상황을 생각하게끔 하는 시나리오 방법론의 명시적 활용도 집단적인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이 제도적으로 다양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그런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이 진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역시 리더십이 중요하다. 리더 본인이 집단사고의 잠재적인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경계하려는 의도를 갖고 노력해야만 집단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리더가 결론을 먼저 제시하지 말고 의사결정 참여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또 위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방지책을 리더가 선도적으로 제안하고 도입해야 한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최고경영진 구성을 가능한 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는 점이다.

김동재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