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포인트

대표적인 석유정점론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역사적으로 에너지 고갈론이 빗나간 원인을 공부해보자.
[Cover Story] '에너지 고갈론'은 기술 발전을 생각못한 오류…석탄이 석유에 밀렸듯 석유도 퇴장할 수 있어
정점론과 고갈론은 역사적으로 빗나간 대표적 이론이다. 특히 식량과 에너지가 그렇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식량은 산술평균적으로 늘어나는 데 그쳐 인류의 재앙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기술의 진화가 식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거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석탄에서 석유로 이어지는 정점·고갈론이 무성하지만 예측은 거의 빗나갔다. 산업의 변화, 기술의 혁신을 간과한 때문이다.

[Cover Story] '에너지 고갈론'은 기술 발전을 생각못한 오류…석탄이 석유에 밀렸듯 석유도 퇴장할 수 있어
석탄 고갈로 산업이 붕괴된다고?

미래는 불투명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인간은 늘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다. 에너지 피크론과 고갈론이 수시로 불거지는 이유다. 증기기관과 석탄은 인류의 문명을 밝힌 획기적 에너지였다. 기계와 석탄의 등장으로 인류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 인구가 늘고, 과학과 기술이 발전한 바탕에는 에너지가 있다.

19세기 유럽에는 석탄 고갈론이 팽배했다. 당대의 저명한 과학자 스탠리 제본스는 “석탄 고갈로 영국의 산업 성장은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탄 고갈론은 영국은 물론 유럽의 상식이 됐다. 한데 석탄 채굴은 되레 엄청나게 늘어났다. 제본스는 사업가(기업)의 존재를 간과했다. 석탄이 부족할수록 석탄 생산이 사업자에게 더 큰 이익을 남겨주고, 이는 결과적으로 석탄을 파내는 기술을 촉진할 거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사업자들은 새로운 탄광을 찾고, 더 나은 채탄 방법을 찾아냈다. 이제 석탄은 고갈되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있어도 캐내지 않는 에너지가 됐다.

석유 생산량이 정점을 찍었다고?

석탄 고갈론을 잠재운 것은 기술 발전 외에도 석유의 발견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데 ‘산업의 혈액’으로 불리는 석유 역시 피크론·고갈론이 무성하다. 석유 생산이 조만간 정점을 찍고 점차 고갈될 거라는 예측들이다. 석유가 인류 삶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859년 드레이크가 처음으로 유정을 뚫어 원유를 대량으로 추출하면서부터다. 석유의 역사는 불과 150여년이다.

석유 고갈론은 대량 추출 직후부터 불거졌다. 1885년 미국 지질조사국은 캘리포니아에서 석유가 나올 가능은 없다고 했고, 1914년 미국 광산국은 장래의 총생산 한계는 57억배럴로 10년이면 바닥이 난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매장량이 20년치밖에 안 남았다. 10년 후면 고갈된다는 식의 피크·고갈론이 수시로 제기됐다. 그런데 21세기에 확인된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은 2조5000억배럴에서 3조배럴로 추정된다. 정점론이나 고갈론이 터무니없이 빗나간 것이다.

빗나간 이유는 석탄 고갈론과 다르지 않다. 채굴 기술의 발달로 확인되고 채굴 가능한 원유가 급증하고 원자력과 셰일가스 등 새로운 에너지의 등장으로 예전보다 석유 의존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기술 변화 못 보면 예측은 늘 빗나가

올 들어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를 오르내린다. 2008년에는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넘었다. 현재 미국의 원유 재고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수시로 등장한 석유 피크론이 허구임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석유 피크론은 여전히 단골 메뉴다. 기술 발달이 원유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인류가 석유 부족에 시달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에너지는 기술 발달에만 좌우되는 건 아니다. 산업이나 인류 삶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가 등장하고 기존 에너지가 퇴장하기도 한다. 석유가 석탄을 몰아내고, 전기 발명으로 증기기관이 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원자력과 셰일가스 등장, 전기·수소차 개발, 바이오에너지 개발 등은 기존의 원유 수요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다소 성급한 예측이지만 석유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석탄처럼 그리 쓸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