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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과 학생들의 독서실태 자료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찾아보고
학교에서 마련할 수 있는 독서 향상 대책을 토론해보자.
[Cover Story]'책 안 읽는 나라'…성인 하루 독서시간 겨우 22분
“Good writers are avid readers.” 단어대로 해석하면 ”훌륭한 작가들은 열렬한 독서가들이다.“ 조금 풀어보면 이렇게 된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열심히 읽어라.” 글쓰기를 가르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이 영어 문장을 인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 독서 덕분이다. 진화심리학자인 스피븐 핑커가 쓴 ‘The Sense of Style’을 읽지 않았다면 이 글에 딱맞는 이 문장을 가져다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책인데 아쉽게도 번역본이 아직 없다.

이 문장을 생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책을 열렬히 읽는가? 우리나라 국민들은 얼마나 열심히 책을 읽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한 번씩 조사하는 ’국민 독서 실태‘의 결과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 시간은 매우 짧다. 평일 22.8분, 주말 25.3분이다.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학생들은 그나마 조금 낫다. 평일 45분, 주말 58.9분이다. 성인의 두 배 정도 더 많이 읽는 셈이다.

독서량을 보자. 19세 이상 성인은 1년간 평균 9권을 읽는다고 한다. 학생은 29.8권이다. 2년 전의 조사 보다 성인은 제자리 걸음이며 학생은 32.3권보다 줄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교생으로 나눠보면 초등학생은 70.3권으로 2년 전 보다 5.2권 증가했다. 하지만 중학생(19.4권)과 고교생(8.9권)은 평균 1~2권 줄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독서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특히 성인의 독서량은 2010년 이후부터 계속 감소 추세다. 집에서 책 읽는 소리(?)가 안 들리니 중·고교 자식들도 책과 멀어진다는 이야기다. 입시 위주 교육도 책 읽기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지력 높으면 괴담에 안 속는다

책 구입비도 매우 적다. 성인들이 책 사는데 쓴 돈은 연간 평균 4만8000원에 불과했다. 학생 본인이 스스로 쓴 구입액은 평균 4만원이었으며 이중 고교생들이 3만2000원으로 가장 적었다. 많이 읽는 분야로는 시, 일반소설, 수필 등 문학도서가 27.0%로 가장 많았다. 추리 로맨스 판타지 무협 공상과학 장르가 12.8%였다. 그 다음이 취미 오락 여행 건강(11.5%), 철학 사상 종교(9.9%)였다. 경제 관련 분야는 거의 없다.
[Cover Story]'책 안 읽는 나라'…성인 하루 독서시간 겨우 22분
책을 읽는 시간이 적다는 것은 국민의 지력(知力)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복잡한 세상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력을 갖지 못해 헤매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미국소 광우병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이슈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평소 독서를 통해 지력을 높여야 한다.

독서하는 습관이 되어 있다면 광우병 파동 때 나돌았던 괴담(怪談)에 휩쓸리지 않는다. 소고기를 거의 주식으로 먹다시피 하는 미국 등 외국에선 큰 문제로 번지지 않았던 광우병이 한국에서 유독 ’미국소 먹으면 머리에 구멍이 난다‘ ’생리가 멈춘다‘ 같은 유언비어로 확산된 것은 지력 부족 탓이라는 게 외국 언론의 비아냥이었다.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으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증상일 뿐이었다. 한미FTA 체결 때도 ’미국과 FTA하면 망한다‘ ’미국의 속국이 될 것이다‘와 같은 괴담이 줄을 이었다. 자유무역은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독서를 통해서 접했다면, 무지(無知)에 따른 국가적 혼란을 면했을 것이다.

‘거짓말 범죄’ 세계 1위···부끄러운 자화상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평소 언행과 행동에 조심하기 때문에 남에게 사기를 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죄없는 사람을 옭아매 고소고발하는 무고(誣告)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무고 범죄‘ 세계 1위다.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2013년 8816건이던 무고 사건이 2015년 1만156건으로 급증했다. 폭넓은 독서를 통해 매사를 깊이 생각하는 문화가 넓게 형성돼 있다면 이런 후진적 자화상을 면할 수 있다. 2주일에 한 권을 읽어내는 독서량이라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한결 성숙해질 수 있다. 조용한 가운데 경제와 문화가 공진화하게 된다.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은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라고 했다. 수단 중 하나가 독서다. 최근 영국 고교 레벨A 수업에선 철학독서를 필수과목으로 넣었다고 한다. 우리 학교에선 읽히지도 않는 에드먼트 버크, 토마스 홉스, 애인 랜드의 책을 학생들에게 읽히겠다고 한다. 우리도 읽어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