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텍사스주에 도요타 빼앗겨…베트남, 법인세 면세로 삼성에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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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와 지자체들이 법인세와 지방세를 내리면서 국내외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
어떤 인센티브가 기업을 유치하는 데 좋은지 알아보자.
[Cover Story] 세계는 지금 총성없는 '기업 유치 전쟁 중'
동네북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국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자주 티격태격한다. 텍사스주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기업에게 “우리 쪽으로 오라”고 유혹한다. 네바다주와 플로리다주도 호시탐탐 캘리포니아 기업에 러브콜을 보낸다.

빌미를 제공하는 쪽은 언제나 캘리포니아주다. 사례 하나. 2014년 텍사스주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핫소스 제조업체 후이퐁식품 본사 유치에 나섰다. 후이퐁은 당시 로스앤젤레스 법원과 시의회로부터 공격을 받아 궁지에 몰려 있었다. LA법원은 핫소스에서 나는 냄새를 막으라고 명령했고 시의회는 후이퐁을 공해기업으로 지정하려 했다. 텍사스주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후이퐁에 손을 내밀었다. “텍사스로 올래?” 텍사스는 공해기업 지정도 안 할 것이고 세금 혜택도 주겠다고 제안했다. 캘리포니아주는 토렌스에 있는 도요타 자동차 판매부문이 텍사스로 옮겨가 큰 낭패를 봤다. 켈리포니아는 더 이상 기업을 빼앗기지 않기위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있다.

플로리다주도 ‘캘리포니아의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에 아주 안 좋은 신호’라며 기업 유치에 가세했다. ‘플로리다는 최저임금이 8.05달러다. 캘리포니아는 10달러이고 앞으로 더 올릴 것이다.’ 플로리다 릭 스콧 주지사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리면 7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약을 올렸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플로리다로 기업을 유치해 그만큼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얘기였다.

지난 2월 노스캐롤라이나주는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한국 기업 유치전에 나섰다. 싼 땅값, 싼 전기료(1시간 ㎾당 5.7센트), 낮은 법인세(3%), 재산세·판매세 면제, 풍부한 노동력(1000만 인구), 낮은 노조 가입률(3% 미만), 전국 평균보다 낮은 임금(시간당 16.01달러) 등을 내걸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섬유업종을 비롯해 다양한 업종의 한국 기업이 와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살려주기를 바란다.

“기업 없어? 유치하면 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택에 반도체공장을 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을 겨냥해 “미국으로 오세요”라고 했고, 삼성이 응답했다. 삼성은 평택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계획이었으나 평택과 당진 간 다툼으로 15만명의 고용유발 효과와 40조원의 생산효과를 미국에 빼앗길 판이다. 반도체공장을 지으려면 전력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인데 당진 측이 주민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송전탑 건설을 막고 있다. 벌써 3년째다. 삼성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획기적으로 살리려는 평택으로선 미칠 지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삼성으로부터 응답을 들었는지 “생큐 삼성”이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베트남은 자국 지역에 삼성을 유치하기 위해 2008년 50년간 법인세 파격 우대를 제시해 유치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인도에 이어 떠오르는 생산기지다. 베트남의 기본 법인세율은 20%지만 2억85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경우 4년간 면제, 9년 동안 10% 적용, 이후엔 변화된 법인세율의 절반만 적용하는 정책을 쓴다. 세금을 걷는 것보다 일자리를 통해 국민소득을 올리고 기술을 배우겠다는 전략이다.

아일랜드·싱가포르가 잘사는 이유

영국 옆에 있는 아일랜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산업이 없는 아일랜드는 외국 기업을 유치해 살아간다. 최근 애플에 파격적인 감세 혜택을 준 사실이 발각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욕을 먹었다. 아일랜드는 애플 편에 섰다.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아일랜드는 “그래서 뭐?”라는 투다.

아일랜드 12.5%라는 매우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우리는 기업을 쫓아내려는지 정치권이 법인세 인상을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글로벌 기업 유치 총력전으로 ‘켈틱의 호랑이’로 거듭나고 있다. 기업이 들어오면서 2015년 경제성장률이 7.8%까지 치솟았다.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와 폴란드, 라트비아 등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열심히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아무것도 없던 싱가포르는 기업 유치로 최고 선진국이 된 대표적인 나라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