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도시의 쾌적한 주거공간 위해 35층까지 제한하는 게 타당해”
○ 반대 “고층화는 도시의 효율성 높여 녹지 등 지상공간도 더 넓어져”
주택시장, 정확하게는 서울 아파트시장에 아주 흥미로운 쟁점 혹은 변수 하나가 있다. 서울시가 정한 아파트 높이(층고) 규제 문제다. 2014년부터 서울시는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정해놓고 엄격히 제한해 왔다. 반면 서울에서 오래된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는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50층까지로 층고 제한을 풀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규제 논리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관리 필요성, 아파트 단지별 형평성 문제 같은 것이다. 반면 해당 단지들은 행정편의적 규제일 뿐이며, 초고층의 멋진 건축물이야말로 도시의 미관을 살리고 경쟁력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서울시의 주거지역 아파트 높이 제한은 옳은가
○ 찬성

대도시는 지역별로 땅의 용도와 성격이 달리 지정되면서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이 현대 도시정책의 기본이다. 인구밀집 지역에서 보다 쾌적하고 편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도로와 교통 여건이 좋은 광역도심은 일반적으로 고밀도(고층화)로 관리되는 반면 주거지역은 삶의 쾌적성을 도모하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를 모으고 있다. 서울시에서 35층 층고 제한을 받는 곳은 모두 ‘중심상업지역’이나 ‘광역중심지역’이 아니라 주택 중심지인 ‘일반주거지역’이다.

이런 곳에 대해 서울시가 시민참여단 및 전문가그룹의 의견 수렴을 거쳐 만들어진 하나의 기준이 최고 35층 제한선이다. 한강 주변의 경관 접근성 같은 문제도 고려됐다. 이는 정부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2030년까지를 내다보는 장기 플랜이다.

단기적 관점에 입각한 일부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이 기준을 철폐해 버리면 도시의 과밀도와 난개발 문제 외에 이미 이 기준에 맞춰 건축한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초고층이 허용되면 가뜩이나 짧은 한국의 아파트 수명을 더욱 짧게 해 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효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기존의 주상복합건물로도 필요한 수요를 채울 수 있다.

○ 반대

초고층화로 도시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는 것은 세계적인 대세다. 주거시설이라 해서 이런 첨단 도시화의 장점에서 예외가 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자기 집에서 자기 집을 지으려는 주민들이 원하는 바다. 고층화가 되면 지상의 공간이 더 넓게 확보된다는 이점도 있다.

아파트 단지들은 건폐율, 용적률 관리를 엄격하게 받기 때문에 고층으로 올라가면 건물 간 거리가 넓어지고 지상에 녹지와 광장 공간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여기에다 고층을 허용해 주는 대신 해당 부지 일부를 시의 공간으로 공공기여(기부채납) 받으면 도시의 지상은 더욱 쾌적해진다.

설계 때 사선 제한도 있어 무분별한 초고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사 제한을 한다 해도 왜 35층이어야 하는지 논리도 매우 궁색하다. 뉴욕 맨해턴, 도쿄의 도심 재개발지역을 보라. 고밀도 압축 도시로 개발해 글로벌 중심지로 키워 나가고 있다. 서울만 그런 경쟁에서 뒤처질 수는 없다.

이미 잠실에는 123층 건물이 세워져 있고, 그 건물의 70층 전후에까지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다. 50층 선에서도 단지 내 높낮이를 다양하게 유도하면 멋진 스카이라인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불필요한 행정 규제일 뿐이다.

○ 생각하기

"도시의 수직화·고층화는 세계적 추세"


[시사이슈 찬반토론] 서울시의 주거지역 아파트 높이 제한은 옳은가
상업지역, 광역중심지역 등은 고밀도 초고층으로 개발하되 주거지역은 일정 선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반면 건물이 높이 올라갈수록 지상의 공간은 더 여유로워지고, 고층화 기술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반론도 당연히 타당성은 있다. 이 문제는 ‘도시의 진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대 도시가 수직화, 고층화로 나아가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해당 재건축 단지가 원하는 대로 고층화를 허용하되, 지분의 기부채납 확대 등으로 개발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것도 하나의 타협점은 된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행정규제로 작용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열린 토론과 공론화를 거쳐 원점에서 다시 기준을 모색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