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화량은 얼마나 될까? 2342조6213억원이다. 광의통화(M2)를 기준으로 계산한 액수다. M2는 협의통화(M1)에다 정기예금 정기적금 양도성예금(CD) 등을 포함한 통화다. M1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은행저축예금, 은행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투신사 MMF 등 결제성예금을 더한 통화량이다. 한국은행은 M2 기준으로 통화량이 2015년(2182조9119억원)보다 7.3%(159조7094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돈을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화량은 2343조원…전년보다 7.3% 증가
대한민국 경제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한국 경제에 대해 비관론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경상수지만 해도 5년째 흑자지만 수출 증가보다 수입 감소에 따른 결과라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론(論)’으로 해석돼왔다. 기업 실적 역시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정치권에선 이런 비관론을 업고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경제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당장 수출은 그동안 내리막길을 달렸지만 지난해 11월부터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불황형 흑자론’을 일축하고 있다. 수출은 올 1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1월 수출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1.2%나 늘었다.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2013년 1월(10.9%) 후 처음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수출 증가→투자 증가→생산·소비 회복→경기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기회복 선순환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기업의 실적도 회복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기업만 사상 최다인 37곳에 달했다. 예상보다 좋은 기업 실적은 단순히 비용 감축만의 결과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리플레이션(reflation: 물가하락 국면에서 벗어남)으로 기업들의 채산성이 좋아지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강화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무턱대고 비관론에 빠지는 것은 옳지 않다. 무엇보다 막연한 추측에 휘둘리지 말고, 사실과 근거에 기초해 판단하고 분석하는 과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경제가 흔히들 말하는 대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경제지표들은 어떤지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