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야! 놀자
‘ㄷ불규칙’은 어간이 ‘ㄷ’ 받침으로 끝나고 그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때 받침 ‘ㄷ’이 ‘ㄹ’로 바뀌게 되는 현상을 말해요. ‘걷다[步], 긷다, 깨닫다, 눋다, 닫다[走], 듣다[聽], 묻다[問], 붇다, 싣다[載], 일컫다’ 등이 있어요.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맞춤법 공략하기 (26) '라면이 불면 맛없다'가 틀린 이유
규칙 용언과 불규칙 용언을 구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모국어 화자라면 단어 어미를 여러 형태로 말하듯이 바꿔봄으로써 자연스럽게 불규칙 용언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중에서도 ‘ㄷ불규칙’과 ‘ㅅ불규칙’은 단어 형태가 같거나 비슷한 게 섞여 있어서 활용법을 더 헷갈리게 한다.

‘ㄷ불규칙’은 어간이 ‘ㄷ’ 받침으로 끝나는 용언들로서, 이 가운데 일부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로 활용할 때 받침 ‘ㄷ’이 ‘ㄹ’로 바뀐다. 여기에 해당하는 말은 ‘걷다[步], 긷다, 깨닫다, 눋다, 닫다[走], 듣다[聽], 묻다[問], 붇다, 싣다[載], 일컫다’ 등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어간 끝 받침 ‘ㄷ’이 모음 앞에서 ‘ㄹ’로 바뀌어 나타난다. 그러나 ‘걷다[收, 撤], 닫다[閉], 돋다, 뜯다, 묻다[埋], 믿다, 받다, 벋다, 뻗다, 얻다, 곧다, 굳다’ 등은 ‘ㄷ’이 ‘ㄹ’로 바뀌지 않는다.

ㄷ불규칙 활용: ‘붇+으면→불으면’

한경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경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가령 “이번 홍수로 강물이 많이 불었다” 같은 문장을 보자. 서술어로 쓰인 ‘불었다’의 기본형이 ‘붇다’이다. 이 말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①(물체가) 물기를 흡수하여 부피가 커지다.(예: 물에 불은 손. 국수가 불어 맛이 없다.) ②(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예: 체중이 붇다. 재산이 붇다. 식구가 둘이나 불었다. 홍수로 강물이 붇다/불었다.) ‘붇다’를 어미 변화시켜보면 ‘붇고, 붇지, 붇게, 불어, 불으니, 불어서’로 활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ㄷ불규칙 용법을 통해 이제 다음 문장이 왜 틀렸는지 금세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가)라면이 불면 맛이 없어 못 먹는다. 나)짐을 트럭에 실고 가다가 떨어뜨렸다.

가)에서는 ‘불면’이 아니라 ‘불으면’이라고 해야 한다. 기본형이 ‘붇다’이므로 활용 시 모음어미 ‘-으면’이 붙으면서 ㄷ이 ㄹ로 바뀐다. 같은 ㄷ불규칙 용언 ‘걷다→걸으면’ ‘묻다→물으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불면’은 규칙동사인 ‘(바람이) 불다’가 활용할 때 나타나는 형태다. 나)에서는 ‘싣고’라고 써야 한다. 기본형 ‘싣다’는 모음어미로 활용할 때만 ‘(짐을) 실어, 실으니, 실었다’ 식으로 바뀌고 자음어미가 올 때는 ‘싣고, 싣다가, 싣자마자’처럼 어간이 바뀌지 않는다. 이를 자칫 ‘짐을 실고, 짐을 실다가, 짐을 실자마자’와 같이 잘못 쓰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체중은 ‘붇다’, 적금은 ‘붓다’

이에 비해 어간 끝에 ‘ㅅ’ 받침을 가진 용언 가운데 일부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로 활용할 때 받침 ‘ㅅ’이 줄어든다. 이를 ‘ㅅ불규칙’ 용언이라 부른다. ‘긋다, 낫다, 붓다, 잇다, 잣다, 젓다, 짓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예컨대 ‘중요한 단어에 밑줄을 긋다’라고 할 때 ‘그어, 그으니, 그으면, 그어도, 그었다’ 식으로 모음 앞에서 받침 ‘ㅅ’이 탈락한다. 그러나 ‘벗다, 빗다, 빼앗다, 솟다, 씻다, 웃다’ 등은 ‘ㅅ’ 받침이 줄어들지 않는다. 즉 이들은 규칙적으로 활용하는 용언이다.

“적금을 3년 동안 부었다”에 쓰인 ‘부었다’의 기본형이 ‘붓다’이다. 이 말은 좀 더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말이므로 그 용례를 외워둬야 한다. ①부기로 살가죽이 부풀어 오르다.(예: 다리가 붓는 병. 자고 일어나니 얼굴이 부었다. 부은 얼굴.) ②성이 나서 뾰로통해 있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예: 왜 잔뜩 부어 있느냐? 볼 부은 얼굴을 하다.) ③액체 등을 그릇에 쏟아 담다.(예: 솥에 물을 부어라.) ④곗돈, 납부금 등을 일정한 기한마다 내다.(예: 매달 적금을 붓다. 적금을 부어나가다.) ‘붓다’는 ㅅ불규칙 동사로 ‘붓고, 부어’로 활용한다. 모음어미가 올 때 어간이 일관되게 ‘부-’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