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쌀·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 순…세계 식량 생산액 연 2000조원
■ 아하! 이런 뜻이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현상을 말해요.
이 그래프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이 발행하는 ‘비타민’ 2016년 10월27일자에 실렸다. 세계에서 많이 생산되는 15대 식량을 가격 기준으로 환산해 집계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다.
이 그래프는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이 발행하는 ‘비타민’ 2016년 10월27일자에 실렸다. 세계에서 많이 생산되는 15대 식량을 가격 기준으로 환산해 집계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다.
우유부터 면화까지… 세계 15대 식량 보니

이 집계에 따르면 세계 식량 생산액은 연간 1조6974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1990조원에 이른다(2013년 기준). 15대 식량에는 육류, 곡물, 채소, 과일, 설탕, 기름 등 사람들이 많이 먹는 다양한 먹거리가 포함됐다. 생산액이 가장 큰 품목은 우유(1983억달러)로 전체의 11.7%에 달했다. 아시아의 주식인 쌀(1905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육류인 돼지고기(1726억달러), 소고기(1711억달러), 닭고기(1372억달러)가 3~5위를 차지했고 곡물인 밀(859억달러), 콩(674억달러), 옥수수(671억달러)가 6~8위였다. 토마토(10위), 계란(11위), 감자(12위), 신선채소(13위), 포도(14위) 등도 많이 생산되는 식량으로 꼽혔다. 사탕수수(9위)와 면화(15위)가 들어간 게 눈길을 끄는데 사탕수수는 설탕으로, 면화는 기름으로 소비한다.

FAO가 발표한 2016년 연평균 식량 가격지수는 161.6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1년(229.9포인트) 이후 5년 연속 하락했다. 곡물, 육류, 유제품을 중심으로 국제시세가 내린 점이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식량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인간은 먹지 않고 살 수 없기에 모든 나라는 먹거리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힘을 쏟는다. 2008년부터 아프리카·중남미 일대에서 이어진 소요 사태와 이집트 ‘로제타 혁명’, 튀니지 ‘재스민 혁명’ 등은 식품값 폭등이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식량 가격을 잡는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단순히 작황이 좋으면 싸지고, 흉년이 오면 비싸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제·사회·정책적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량농업정책연구소 공동회장인 패트릭 웨스트호프는 《식량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바이오연료 산업, 유가, 기후, 국가 정책, 소득, 환율, 투기 등 일곱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이 식량 가격을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날씨와 마찬가지로 식량 가격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예컨대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연료 생산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 등의 가격도 떨어진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가뭄이나 태풍이 터지면 식량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국민소득 향상으로 돼지고기 수요가 늘자 정부가 양돈업자를 늘리는 정책을 폈는데, 그 결과 돼지 사료인 대두박의 국제가격이 64% 급등하기도 했다. 또 곡물 거래시장에는 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많아 이들의 ‘장난질’에 시세가 들썩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식탁 물가’ 뜀박질한다는데…

최근 국내에서 라면, 소주, 참치캔, 과자, 달걀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식탁 물가’ 걱정이 커지고 있다. “먹는 건 다 오른다”는 자극적인 기사도 쏟아졌다. 경제전문가들이 얼마 전까지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을 걱정했는데 의아한 일이다.

‘애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량 가격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건 사실이다. 다만 먹거리 물가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할 때 몇 가지 유의할 점도 있다.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가 ‘가용성 편향’이다.사람들은 최근 뉴스, 자신과 밀접한 뉴스만 기억하기 때문에 몇몇 민감한 품목이 오르면 전체 물가가 뛰는 것처럼 과도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언론의 속성상 물가가 내릴 때는 오를 때만큼 보도되지 않기 때문에 ‘물가는 늘 오르기만 한다’는 통념이 굳어진 측면이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