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는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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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자.
우리사회에서 이념적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지도 토론해보자.
우리나라는 유독 이념갈등이 심하다. 소위 보수와 진보는 경제·복지·세금·외교 등 곳곳에서 충돌한다. 지역·세대·계층 갈등보다 더 골이 깊은 게 이념대립이다. 그러나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인지 이해가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보수와 진보의 구별법을 알아보자.

보수는 자유, 진보는 평등 중시

[Cover Story] 보수는 자유·성장·선별복지 선호…진보는 평등·분배·보편복지 중시
보수는 무엇보다 자유와 자율을 중시한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때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경제도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시장경제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나 자유주의 경제학자 하이에크의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는 보수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이론이다. 의도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더라도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때 ‘바람직한 질서’가 형성된다는 믿음이다. 보수는 개인의 가치를 중시한다. 집단을 위해 개인 희생을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믿는다. 따라서 ‘작은정부’를 선호한다. 중소기업이나 서민층을 위해 대기업이나 부유층에서 많은 세금을 걷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반대한다. 정당하게 이룬 성과에 대해선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수는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중시한다.

진보는 평등의 가치를 우선한다. 따라서 개인보다는 집단의 논리를 중시한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가치를 부여한다. 마르크스의 ‘계급 투쟁론’은 진보가치를 대변한다. 최저임금제, 농어촌전형, 차별금지법, 법인세 인상 요구 등은 진보 이념의 성격이 짙다. 특히 진보는 개인의 불행을 사회구조 탓으로 여긴다.

진보주의자들은 국가의 역할을 국민 삶을 보장하는 데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진보는 보편적 복지, 노동자 보호, 부자 증세, 공영화 등을 선호한다. 진보의 세계관에는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진보가 보수보다 상대적으로 ‘큰 정부’를 선호하는 이유다.

복지·세금·노동 등 곳곳에서 견해차

최근 우리나라에서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곳에서 대립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보수와 진보간 이념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는 모두 정치적 자유를 존중한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는 관점이 크게 다르다.

진보주의자들은 설계주의(인간의 선험적 이성으로 목표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관점에서 시장은 불완전하다고 본다. 따라서 시장은 늘 감시와 교정의 대상이다. 그러니 국가는 개인의 이기심과 탐욕을 억제하고 ‘공익’을 도모해야 한다.

진보는 공동체적 책임감을 개인의 자율에만 맡기면 부(富)의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믿는다. 개인의 자비심을 믿기보다는 정부가 나서 분배 문제 등을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의 역할은 점점 커지게 된다.
[Cover Story] 보수는 자유·성장·선별복지 선호…진보는 평등·분배·보편복지 중시
반면 보수는 자생적 질서가 형성되는 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면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시장 중심의 경제, 작은 정부를 선호한다. 큰 정부를 옹호하는 진보가 시장의 실패를 우려하는 반면,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보수는 정부의 실패를 비판한다.

개인의 삶을 보는 시각도 다르다. 보수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다고 보는 데 비해 진보는 사회적 조건이 개인의 삶을 크게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미사일이나 핵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경우 보수는 상대적으로 찬성 쪽이 많고, 진보는 반대 쪽이 많다. 보수는 넓은 세원에 낮은 세율을 선호하고, 진보는 부자·대기업 증세를 주장한다. 보수는 대한민국을 성공한 국가로 보는 시각이 강하고, 진보는 실패한 나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보수는 대체로 선별적 복지를, 진보는 보편적 복지를 선호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