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뉴스] 미국은 선거인단이 대통령 선출…과반 얻고 질 수도
11월8일은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상당히 복잡하다. 특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전체 지지율이 높은 후보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왜 이처럼 직관적이지 않은 선거제도를 만들어놓은 걸까?

미국 선거제도의 역사

미국은 양당 체제다. 주한미국대사관의 <미국 선거제도> 자료에 따르면, 조지 워싱턴이 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1789년에는 미국 전체 인구의 6%만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건국 초기 13개주의 대부분은 21세 이상의 지주에게만 투표권을 줬다. 그때는 ‘정당제도’가 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권이 확대되고, 국토가 동부에서 서부로 넓어지며 정당이 등장했다. 1830년대 민주당과 휘그당(현 공화당) 양당 체제가 굳어졌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권, 의회, 주 정부, 주 의회 모두 두 당 중 하나에 속한 인물들이 맡고 있다. 1852년 후 선출된 대통령은 모두 양당 소속이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해의 여름에 전국 전당대회를 열어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지명한다. 이를 위해선 대의원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얻어야 한다. 과거엔 호텔방에서 막후 협상으로 후보를 정하고 타협하는 ‘밀실 정치’가 있었지만 지난 60여년간은 전당대회 전 양당 대선후보 지명자가 결정되는 추세다. 모든 주(워싱턴DC와 일부 미국령 영토 포함)에는 제각각 고유한 숫자의 대의원이 배정된다. 각 주에서 경선을 통해 어떤 후보를 밀 것인지를 결정한다.

프라이머리·코커스란

이때 경선 방식이 주마다 다르다. 현재 50개 주 전체와 워싱턴DC에서는 프라이머리(primary election)라는 방식과 코커스(caucuse)라는 방식을 쓴다.

프라이머리는 주 정부에서 비용을 부담하는데 해당 정당 당원으로 등록한 사람만 투표하는 폐쇄형 프라이머리와 모든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프라이머리로 나뉜다. 코커스는 주 정부가 아니라 각 주의 정당이 주관한다. 열성 당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 지원하는 연설을 한 뒤 공개 투표를 한다. 프라이머리는 다수가 익명으로 참가하는 반면 코커스는 열성적인 소수가 공개적으로 참가하는 정치 행사의 경향이 강하다. 과거엔 일부 주에서만 이런 방식을 썼는데 1970년대부터 그 수가 크게 늘었다. 양당은 경쟁력이 가장 높은 후보를 지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경선 규칙을 계속 뜯어고치는 중이다.
[글로벌 뉴스] 미국은 선거인단이 대통령 선출…과반 얻고 질 수도
최다득표하고 질 수도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는 각각 이런 과정을 거쳐서 양당 후보에 이르렀다. 이제 둘 중 누가 차기 대통령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선거인단’이다. 각 주는 인구조사 통계를 근거로 인구에 비례해서 책정된 하원의원 수(435명)에 상원의원 수(주별 2명, 총 100명)을 합산한 결과와 같은 수의 선거인을 배정받는다. 정식 주에 해당하지 않는 워싱턴DC에는 3명의 선거인이 배정된다. 총 538명(435+100+3)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그 절반(269명)을 넘는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최다득표에 익숙하다. 그런데 미국식 선거인단 제도는 꼭 최다득표자가 승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양당제에서 과반수 득표(최다득표)에 실패하고도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가 미국 역사에서 4차례 있었다.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1824년)부터 최근 조지 W 부시(공화당)와 앨 고어(민주당)가 맞붙었던 2000년 선거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대다수의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전부의 표를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윙스테이트’라고 불리는 경합지역 중 플로리다(29표), 펜실베이니아(20표), 오하이오(18표) 등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간발의 차로 이기게 되면 그 표 전체를 갖게 되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주가 승자독식제인 것은 아니다. 네브라스카와 메인 주는 유권자 투표율에 비례해 선거인단의 득표 수를 달리 배정하고 있다.

작은 주에도 큰 목소리 주는 제도

표본의 대표성이 왜곡되는 선거제도는 일면 불합리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유가 있다. 우선 그 제도가 헌법에 명시돼 있어 바꾸기가 어렵고,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 또 선거인단 제도는 작은 주도 중요하게 다뤄지도록 한다.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양당의 후보는 인구 수가 많은 주요 주에 집중해서 선거운동을 벌일 것이다. 각 주의 유권자들이 선거일(11월8일) 후 12월9일에도 선거인단 투표일이 있다. 11월8일의 투표 결과를 합산하면 자동으로 차기 대통령을 알 수 있기 때문에 12월9일의 투표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1월20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게 된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