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 사진과 함께 보고
[Focus] 원숭이도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든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실었습니다. 원숭이가 석기(石器)를 만드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글을 게재한 것입니다. 이 사진과 글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런던대학(UCL),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입니다.

이 연구진은 브라질 세라다카피바라 국립공원에서 탐사 활동을 했습니다. 한창 활동을 하던 연구진은 이상한 놀이를 하는 한 무리의 원숭이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카푸친원숭이 무리였습니다. 연구진은 깜짝 놀랐습니다. 카푸친원숭이들이 탁탁 소리를 내면서 무엇인가를 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접근한 연구진은 순간 어린 아이들이 노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원숭이들이 규암(硅岩)같이 단단한 돌에 다른 돌을 내리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은 구석기 시대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구석기 시대의 석기(石器)를 저런 식으로 만들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연구진은 이런 원숭이의 모습이 관찰된 것은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드는 모습’은 바로 네이처지에 발표됐습니다. 2012년 이스라엘 연구진이 원숭이의 한 종류인 보노보(Bonobo)에게 석기를 만들도록 훈련시킨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지요. 아무튼 전혀 훈련을 받지 않은 원숭이가 석기 제작 능력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우리 조상인 인류 원시인들도 이들 원숭이와 똑같이 돌을 깨 날카로운 도구를 만들어썼다고 합니다. 타제석기는 돌을 깼을 때 생기는 날카로운 면을 오늘날의 칼로 사용했습니다. 깨진 돈은 고기를 자르거나 나무를 깎을 정도로 날카롭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연구진은 아쉬운 점을 한가지 남겼습니다. 이들 원숭이가 깬 돌을 어디에 사용하는지를 관찰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만일 어떤 동물을 사냥한 뒤 이빨이 아닌 돌칼을 이용해 고기를 자르는 장면이 관찰됐다면, 위대한 발견이 됐을지 모릅니다. 사실 우리는 가끔 ‘동물의 왕국’이나 생물학 책에서 원숭이와 침팬지가 가느다란 나무줄기를 이용해 개미 등을 꺼내 먹는 장면을 많이 봐왔습니다. 또 일부 새도 비슷한 방법으로 도구를 사용한다는 관찰은 많습니다.

찰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발표하면서 진화론을 폈습니다. 이후 진화론은 발전해서 현생 인류는 어느날 갑자기 창조된 것이 아니라 수십억 년이라는 지질학적 연대를 거치면서 생명이 진화한 결과라는 것이 거의 사실로 굳어졌습니다. ‘진화의 트리(tree)’에서 보면 유인원과 호모 사피엔스는 공통조상을 공유합니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진화론을 부정하는 시각이 있습니다만, 진화론은 이제 과학적 이론으로 확립됐습니다. 인간의 난자와 정자가 만난 뒤 만들어진 배아(胚芽)의 성장과정을 보면 포유류들은 비슷한 모양을 띠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이 침팬지와 공통조상을 가진다는 이론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침팬지와 인간은 어딘가 모르게 닮긴 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석기만드는 원숭이’는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 윤형준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인턴 junjun01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