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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들은 큰 정부보다 작은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 번영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이유를 알아보고 주장의 근거를 토론하자.
세계 경제학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를 필두로 하는 개입주의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이끄는 자유주의다. 경제학계에서는 케인즈쪽을 주류 경제학으로, 하이에크쪽을 비주류 경제학으로 대개 구분한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부분의 경제학이 케인즈 학파가 주창하는 경제이론들이다. 둘 중에 몽펠르랭소사이어티가 추구하는 경제학이 바로 ‘하이에크 자유주의’다.
자유주의자들은 경쟁을 ‘지식 발견의 절차’라고 부른다. 시장을 통해서만 세상에 있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같은 것들이 나와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기업가들은 이런 발견의 절차를 통해서 새로운 혁신과 기회를 찾는다. GettyImagesBank
자유주의자들은 경쟁을 ‘지식 발견의 절차’라고 부른다. 시장을 통해서만 세상에 있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같은 것들이 나와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기업가들은 이런 발견의 절차를 통해서 새로운 혁신과 기회를 찾는다. GettyImagesBank
하이에크 ‘자유’ vs.케인즈 ‘개입’

자유주의는 ‘뿔 달린 토끼나 등에 털이 난 거북이’가 아니다. 자유주의자들은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케인즈식 개입주의를 반대한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과 ‘자유로운 경쟁과 교환이 작동하는 시장’의 힘을 강조하는 것이 자유주의의 핵심이다.

자유주의의 철학적 전통은 영국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도덕철학과 정치경제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덤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칼 멩거, 임마누엘 칸트, 프레드릭 바스티아, 토크빌, 미제스,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제임스 뷰캐넌으로 이어진다. 자유주의가 착취와 불평등,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을 정당화한다고 좌파 경제학자들이 말하지만,석학들의 면면은 그러한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대변해준다.

자유주의를 이해하려면 다섯 가지 뼈대를 알아야 한다. 첫째, 자유주의는 개인을 모든 행동의 주체로 본다. 인류 역사에서 개인(individual)이 발견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7세기 영국 시민혁명과 18세기 미국혁명이 있기 전까지 개인들은 자신의 신체조차 자기의 것(self-ownership)이 아니었다. 신체는 물론 모든 소유물은 추장이나 귀족, 왕, 황제, 교황, 독재자의 것이었다.

개인의 자유와 소유권이 부정되었던 오랜 시간동안 인류는 절대빈곤(맬서스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개인의 자유와 소유권이 확립되면서 인류는 문명 대폭발에 들어섰다. 그 시발점이 바로 산업혁명이다. 소유권이 보호되자 발명과 혁신이 줄을 이었다. 전례없는 현상이었다.

자생적 질서와 작은 정부

둘째, 자유주의는 자생적 질서를 옹호한다. 문명이 발전하려면 사회적 질서가 필요하다. 질문은 ‘어떤 질서인가’이다. 자유주의자들은 중앙 당국에 의해 설계되는 질서가 아니라 ‘자생적 질서’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생적 질서는 화폐, 언어, 관습처럼 인류가 살면서 지키고 이어온 질서다. 수많은 개인들이 각자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려면 유연한 질서가 절실하다. 정부가 만일 이런 질서를 의도적으로 계획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치명적 자만’이라고 하이에크는 지적했다.

셋째, 이런 맥락에서 자유주의자들은 작은 정부, 제한된 정부를 주장하게 된다. 개인들은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를 세웠다. 토마스 홉스와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권력은 늘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튼경의 지적대로, 큰 정부는 가진 힘을 이용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사건건 규제를 만들어 개입하려 든다. 나치독일, 스탈린 전체주의, 김일성 북한수령, 다른 공산사회주의 통제체제 등이 대표적인 큰 정부들이다. 자유주의자들이 권력분할, 지방분권, 제한적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이유다. 루드비히 미제스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 국가와 정부의 역할은 이것 뿐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넷째, 법치주의다. 자유주의는 방종주의나 쾌락주의가 아니다. 주먹을 뻗을 자유는 있으나 그 주먹은 다른 개인의 코앞에서 멈춰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파괴할 자유가 없는 것, 그것이 자유주의다. 모든 개인들은 법 앞에 동등해야 한다. 자유주의자들은 특정 집단을 위한 법을 법으로 보지 않는다. 특정 집단에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누진세는 자유주의 안에서 거부된다. 이것을 법의 일반성이라고 한다. 이것은 정부가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서 차별이나 특권을 줄 수 없다는 데서 나온다. 자유주의자들은 또 법이 추상성과 확실성을 가질 것을 명한다. 금지되는 것만 금지하는 당연 금지만 규정하되 나머지는 자유영역과 사적영역으로 놔두라는 얘기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인가?

경쟁은 지식발견의 절차

마지막으로 자유주의는 경쟁과 평화를 추구한다. 시장은 인종, 남녀, 지역을 묻지 않는다. 물건을 잘 만들어 소비자를 만족시킨다면 인종이 따로 없다. 대기업이 망하고 새로 생기는 이유가 경쟁의 결과다. 시장 대신 정부가 나서면 지대추구가 일어난다. 정부의 보호를 받기 위한 비리와 특혜가 경쟁을 좌지우지 한다. 북한에선 한번 부자는 영원한 부자다. 반면 한국에선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 기업들을 무너뜨린다.

자유주의자들은 경쟁을 ‘지식 발견의 절차’라고 부른다. 시장을 통해서만 세상에 있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같은 것들이 나와서 평가를 받는다. 기업가들은 이런 발견의 절차를 통해서 새로운 혁신과 기회를 찾는다. 평화는 조용한 시장의 전제조건이다. 개인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교환, 분업을 하려면 세상이 조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유무역협정은 그래서 평화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시장의 자유가 국가 번영의 원천이라는 얘기다. 자유주의를 공부하려면 읽어야 할 책이 많다. 데이비드 보아즈가 쓴 ‘자유주의로의 초대’는 입문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