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금리 국가는

유로존·일본·덴마크 등
경제 극약처방으로 마이너스 금리 채택

오히려 소비만 줄고 경기둔화 우려 커져

미국 금리인상 예고로 고민이 깊어졌는데…
[Cover Story] 마이너스 금리 국가의 딜레마…미국 따라 올릴 수도 없고…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라는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서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경제에서는 빚을 내면 오히려 돈을 받는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이런 나라들의 통화정책의 근본을 뒤흔드는 강한 충격을 몰고올 수밖에 없다.

마이너스 금리는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일본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이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연 -0.4%, 스웨덴 -0.5%, 스위스 -0.75%, 덴마크 -0.65%, 일본 -0.1% 등이다. 이들 국가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마이너스 금리는 주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 거래에 적용된다. 은행들이 법으로 정해진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중앙은행에 맡긴 돈이 대상이다. 덴마크의 몇몇 시중 은행은 개인 예금자에게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나라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부의 정책 수단에는 크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있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지출의 크기(size)나 구성(composition·쓰임새)을 조정하는 것이고,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이자율)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린다. 최장수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위기의 순간 월가에 돈의 홍수를 일으켜라”는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말을 충실히 실천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시행하고 있는 것은 은행들에 여유 자금을 중앙은행에 쌓아두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가계 등에 대출을 늘리라는 뜻이다. 이렇게 유동성을 늘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가계가 소비를 더 많이 하도록 해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Cover Story] 마이너스 금리 국가의 딜레마…미국 따라 올릴 수도 없고…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경기부양 효과는 별로 없이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돈을 더 많이 푸는 정책인데도 시중에서 현금이 퇴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한계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자 일반 가정은 경기가 더 나빠질 것에 대비해 오히려 소비를 줄이고 있다. 기업들도 투자를 위한 대출을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 등의 금융업체 수익을 떨어뜨려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의 수익 기반 약화를 초래해 대출 여력을 축소시키고, 은행주 폭락 등으로 증시 불안 요인이 되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되레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의 또 다른 폐해로는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빚(부채)을 애써 갚지 않아도 저절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마이너스 금리는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도하는 마지막 카드지만 역효과가 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일본 등 마이너스 금리 국가들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자국의 경제 상황만 보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거나 더 확대해야 하겠지만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금리 차가 커지면 달러화가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를 플러스 금리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