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은 첨단기술의 경연장이기도 하다. 특히 정보기술(IT)의 활약이 눈부시다. IT는 올림픽 개최국의 대회 운영은 물론 참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번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 선보인 다양한 IT와 제품을 살펴보자.
[Cover Story] 스포츠 강국, IT가 이끈다 "올림픽은 첨단 IT 기술의 경연장"
빅데이터 분석으로 메달 수 예측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그레이스노트(Gracenote)는 최근 4년간 세계 올림픽 출전자격 시합을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리우올림픽에서 각국이 딸 메달 수를 예측했다. 분석 결과 종합순위 1위는 미국. 미국은 금메달 41개, 은메달 23개, 동메달 28개 등 총 92개 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중국이 81개 메달(금 21, 은 26, 동 24)로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금메달 10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순위 9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47%, 아시아가 24%로 유럽과 아시아가 전체 메달의 71%를 차지할 것으로 빅데이터는 예측했다.

양궁에 사이클에…, 선수 기량 향상에도 활용

세계 각국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IT를 적극 활용했다. 우리나라는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등의 지원으로 양궁, 하키, 펜싱 등 대표 종목 선수들이 IT를 활용한 첨단 훈련으로 올림픽을 준비했다. 남녀 전 종목 금메달이라는 위업을 이룬 양궁은 뇌파 조절로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는 ‘뉴로 피드백’ 프로그램과 ‘전자표적’으로 훈련했다. 전자 표적지를 도입하면서 개인 기록을 쉽게 저장하고, 탄착군 형성 과정 역시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펜싱은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와 선수 몸과 칼의 각도를 분석해주는 3차원(3D) 모션 캡처 기술을 동원했다. 여자 하키는 선수들의 순간속도와 활동반경을 분석해 훈련 효율성을 높이는 위성항법장치(GPS) 기반 동선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독일은 축구 선수당 4개(골키퍼는 6개)의 센서를 부착, 이들의 움직임을 분석해 선수 개인의 평균 볼 소유시간을 3.4초에서 1.1초로 단축해 경기력을 향상시켰다. 영국 조정 대표팀과 브라질 카누 대표팀, 미국 사이클 대표팀 등은 IBM, 마이크로소프트, SAS 같은 글로벌 IT 기업과 협력해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대회 운영은 클라우드 방식 시스템으로

올림픽 시스템은 크게 대회운영과 경기기록으로 이뤄진다. 리우올림픽의 대회운영 시스템은 클라우드 방식으로 구축됐다. 대회의 모든 IT 인프라가 프랑스 아토스(Atos)사의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통합됐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센터는 개최국인 브라질이 아니라 스페인에 설치됐다. 2012 런던올림픽 때부터 대회 운영 시스템의 단계적인 클라우드화를 추진 중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리우에 이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까지 클라우드화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동계올림픽을 포함해 2년마다 바뀌는 올림픽 개최국이 제각기 대회 운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개최 도시는 IOC의 스페인 대회 기술운영센터(TOC)에 보관된 시스템을 내려받기만 하면 된다.

오메가의 사진 판정(photofinish) 기술은 경기기록의 시비를 없앴다. ‘오메가 스캔 오비전 미리아(OMEGA Scan’O’Vision MYRIA)’라는 카메라는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선수들의 사진을 초당 1만 프레임까지 잡아냈다. 골프 종목의 스코어보드는 레이더 측정 시스템을 갖춰 선수가 샷을 날리면 속도와 예상거리, 높이 등 실시간 정보를 제공했다.

보안과 경비에도 첨단 IT가 동원됐다. 브라질 정부는 보안과 경비 강화를 위해 WAMI(Wide Area Motion Imagery)라는 기술을 도입했다. ‘사이메라(Simera)’라는 기구는 올림픽 기간 중 상공 500여m에서 13대의 초정밀 카메라로 95~113㎢에 달하는 지역을 정밀 감시했다. 만약 관리자가 지정해놓은 영역에 수상한 움직임이 발생하면 사이메라가 자동 경보를 울린다.

글로벌 기업들은 리우올림픽에서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미국 NBC 방송은 개막과 폐막식을 비롯해 약 85시간 분량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 삼성 기어VR 이용자에게 제공했다. 미 GE는 페이스북에 ‘드론 윅(Drone week)’을 개설하고 리우올림픽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다양한 영상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했다.

비자카드는 자사가 후원하는 ‘팀 비자’ 선수들에게 근접무선통신(NFC) 결제를 지원하는 팔찌를 제공했으며, 삼성전자는 남미에서 처음으로 브라질 시장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삼성페이’를 출시했다. KT는 스마트폰을 NFC가 적용된 의류에 태그하면 지니뮤직을 바로 들을 수 있는 선수단복을 지원했다.

◆산업올림픽 메달은? 金 1(삼성전자), 銀 2(포스코·현대중공업)…산업 경쟁력은 초라한 수준

올림픽 메달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스포츠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안팎의 강국이다. 산업에서도 그럴까? 답은 불행히도 ‘노(No)’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음료 등 53개 업종(종목)을 대상으로 산업별 메달 수를 선정한 결과 한국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의 ‘산업올림픽’ 출전 선수는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이며, 2015년 매출을 메달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전자 분야에서 유일하게 금메달을 땄으며, 포스코(철강)와 현대중공업(산업장비)이 은메달이었다. 정보기술(IT)부문에서 강세인 미국이 금메달 30개로 압도적인 선두자리를 지켰다. 미국은 은메달 23개, 동메달 13개로 메달 수만 66개에 달했다. 2위는 중국(금메달 7개), 3위 독일(금메달 4개), 4위 프랑스(금메달 3개), 5위 스위스(금메달 3개)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포천 500개 글로벌 기업에 13개사만 포함된 데 비해 미국 중국 일본 독일은 각각 132개, 73개, 68개, 32개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내에선 대기업으로 꼽혀 적지 않은 경영규제가 가해지는 기업들이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는 대기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라고 전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