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소비자물가 대표상품 개편…소비 트렌드 변화따라 5년마다 재선정
◆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한다고 1일 발표했다.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개편으로 최근의 경제·사회상을 반영해 조사 지역과 조사 품목, 가중치 등을 재조정한 것이다. 통계청은 국가통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오는 12월30일 대표 품목을 확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7월2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꽁치·케첩·사전 빼고 현미·블루베리·아몬드 넣고
☞ 지난 1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오른 데 그쳤다. 5월에도 0.8%를 기록해 두 달 연속 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1월 0.8%를 기록한 이후 2~4월 1%대로 올라섰다가 5월(0.8%)에 이어 6월까지 0%대에 머물렀다. 물가지수란 무엇이고 어떤 종류가 있으며, 어떻게 측정하는지 알아보자.

상품가격의 평균 수준을 알려주는 물가지수

물가는 상품가격의 평균적인 수준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가중평균한 종합적인 가격수준을 뜻한다. 물가지수는 물가의 움직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기준시점을 100으로 해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가령 2010년을 기준연도로 잡았을 때 2015년의 물가지수가 115로 산정됐다면 이는 2010년의 평균적인 가격을 100으로 할 때 2015년에는 이것이 115 수준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즉, 5년 동안 물가가 15% 올랐다고 말할 수 있다. 물가지수는 화폐의 구매력을 측정하고, 경기 판단 지표로 사용된다. 또 상품의 전반적인 수급동향 판단에도 활용된다.

물가지수의 종류

물가지수에는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근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 GDP디플레이터 등이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CPI)는 소비생활에서 실제로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동향을 보여주는 물가지수다. 생계비의 변동을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면 가계는 동일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PPI)는 기업 사이에서 거래되는 원자재와 자본재의 가격동향을 보여주는 물가지수다. 근원물가지수(core inflation)는 식료품과 에너지(국제 유가 등)처럼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가격이 급변동하는 품목을 제외한 경제의 기본적인 동향을 반영하는 물가지수다. 수출입물가지수는 수출입 상품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물가지수다. GDP 디플레이터(GDP deflator)는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되는 모든 상품의 가격을 고려 대상으로 삼아 산출한 물가지수다. 명목 GDP(국내총생산)를 실질 GDP로 나누어 백분율로 구한다. 당해 연도의 가격이 기준연도에 비해 얼마나 변했는가를 당해 연도의 생산물을 가중치로 사용해 비교한다. GDP 디플레이터에는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 임금, 환율 등 각종 가격지수가 반영돼 있다. 가장 포괄적인 물가지수다.

소비자물가지수 측정은 어떻게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할 때 측정 대상이 되는 모든 상품을 똑같이 취급하는 게 아니라 상품마다 서로 다른 가중치(weights)를 부여한다. 가중치는 거래량이 많은 상품일수록 높다. 소비자물가지수와 물가상승률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구한다.

① 소비자물가지수 측정에 포함되는 품목과 수량(쇼핑 바구니)을 결정한다.
② 쇼핑 바구니에 담긴 각 품목의 현재와 과거의 가격을 조사한다.
③ ‘쇼핑 바구니’를 ‘계산대’에서 계산한다(현재와 과거의 생활비를 계산).
④ 기준연도를 설정하고 그해의 바구니 가격(CPI)을 100으로 한다.
⑤ 각 연도의 소비자물가지수 변화율을 구하면 이게 물가상승률(인플레율)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측정 대표 품목 교체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하기 위해 통계청에서는 먼저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종류를 확인한다. 이런 재화나 서비스의 집합이 소비자물가지수 측정 대상이 되는 상품묶음(basket)이다. 상품묶음의 품목 구성은 소비자 소비패턴의 변화를 반영해 정기적으로(한국의 경우 5년 단위) 수정한다.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은 상품묶음에 포함된 상품으로, 정부가 물가를 산정하기 위해 지정하는 재화 및 서비스다. 품목 변천사를 보면 한국 사회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이번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 개편에선 지난해 월평균 가구당 소비지출액(231만원)의 1만분의 1(231원) 이상인 18개 품목이 추가됐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비가 늘어난 현미, 블루베리, 아몬드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휴대폰을 고쳐 쓰는 사람이 늘어난 것을 반영해 휴대폰 수리비도 처음 포함됐다.

반면 꽁치, 케첩, 잡지 등 10개 품목은 소비지출액이 231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빠졌다. 스마트폰에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이 탑재되면서 이용 빈도가 떨어진 사전도 탈락했다. 예방접종비는 무상 접종이 확대되면서 제외됐다. 이 밖에 각각 조사하던 상추와 양상추를 합치거나 식빵과 빵을 빵으로 통합하는 등 비슷한 품목을 합쳐 57개 품목을 24개로 정리했다. 이로써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은 2010년 기준연도 481개에서 2015년 기준연도 462개로 19개 감소했다.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은 소비 트렌트를 반영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은 당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모은 것이다. 흑백 TV는 1970년 대표 품목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10년 뒤인 1980년에는 컬러 TV가 품목에 포함됐다. 1985년 개편 때 흑백 TV는 품목에서 삭제됐다. 라디오는 5년 뒤인 1990년에 사라졌다. 아파트 거주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1990년 대표 품목에 아파트 관리비가 포함됐다. 1995년에는 골프연습장 이용료가, 2000년에는 골프장 이용료가 등록됐다. 1995년 품목 명단에 포함된 무선호출기(삐삐)는 불과 5년 뒤인 2000년에 탈락했다. 2010년에는 유선전화기마저 명단에서 빠졌다.

식생활 변화도 눈에 띈다. 1970년에 상추, 고추장이 처음 추가됐고 1985년에는 햄, 베이컨이 등장했다. 1995년에는 피자, 탕수육 등 외식 메뉴가 선정됐다. 통계청은 국가통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오는 12월30일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을 확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