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세계로 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31일 아프리카 3개국을 연이어 방문했다.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다. ‘기회의 대륙’으로 떠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대통령은 3개국에서 한국형 개발협력 프로젝트인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을 출범시켰다. 반세기만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 문턱으로 올라선 한국의 발전 노하우를 아프리카 국가들에 전수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에 ‘새마을 운동’이 있다. 한국 성장의 이면에 새마을운동이 있었다는 것을 아프리카는 안다. 우간다는 새마을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한 나라다. 과거 원조를 받았던 우리나라는아프리카를 도와야 할 빚이 있는 셈이다. 커버 스토리를 읽어보자.

아프리카…그대를 품 안에!

지난달 30일 아프리카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인근 음피지 마을. 요웨리 무세비니 대통령과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이 한 농업지도자 연수원 개원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본관과 기숙사, 온실, 돈사(돼지우리) 등을 갖춘 이 연수원은 아프리카 최초의 ‘새마을운동’ 지도자 교육원이다. 매년 100명 이상으로 예정된 교육생들은 농업 기술과 리더십을 전수받아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을 전파하게 된다. 우간다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새마을중앙회를 설립한 나라다. 2009년 새마을운동을 시작한 후 현재 30개 마을이 시범마을로 조성됐다. ‘Let’s embrace Saemaul Undong(새마을 운동을 받아들이자)’이라는 노래까지 만들어졌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은 정신 전환 운동”이라며 “우간다 국민이 근면하고 부지런한 자세를 갖도록 일깨우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우간다보다 못 살았다. 산업은 변변치 않았고 봄철엔 먹을 식량조차 없는 보릿고개를 견뎌야 했다. 주거와 생활시설, 보건 등은 끔찍할 정도로 열악했다. 외국의 원조에 의존했던 대한민국은 이제 가난한 나라를 도울 수 있는 나라로 성장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런 성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무리 가난해도 자식만은 배우게 하려는 교육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려는 기업가적 노력, 유능하고 부지런한 관료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게 바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정신이다. 한국인의 이런 ‘불굴의 정신’이 녹아들어간 게 바로 새마을운동이다. ‘부지런히 스스로를 도우며, 서로 협력하자’는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에 시작됐다. 그해 4월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가꾸기 운동’을 제안한 게 시초다.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성장률을 연평균 10% 가까이로 끌어올렸지만 공업화 중심의 개발로 인해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심각해졌다. 그래서 나온 게 ‘(우리 마을도) 잘 살아보세’라는 지역사회개발 전략인 새마을운동이다. 처음 농촌의 주택개량, 소득증대 사업 등으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이후 공장과 학교, 군(軍)까지 확산됐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이도석 부연구위원은 “새마을운동은 범국민 근대화 운동”이라며 “주민들이 마을의 숙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얻은 책임의식과 협동정신 등 정신혁명 측면의 성과를 빼놓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게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들이 국가발전 모델로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는 이유다. 4, 5면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