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2016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권고…올 성장률 전망치 2.7%로 낮춰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한국, 포용적 성장위해 노동개혁·규제완화 필요"
☞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경제 성장과 무역 확대, 금융안정 등을 통해 세계 발전을 도모하는 선진국 모임이다. 1961년 창립됐으며 현재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34개국이 회원국이다. 우리나라도 1996년 가입했다. OECD는 2년 주기로 회원국의 경제 동향과 정책 등을 종합 분석·평가해 정책권고 사항을 포함한 국가별 검토보고서를 발표한다. 정책권고 사항은 OECD 회원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OECD는 지난 16일 ‘한국 경제 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 Korea 2016)’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한국 경제에 대한 분석 및 진단과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이어갈 수 있을지 해법을 담고 있다. OECD가 어떻게 우리 경제를 진단하는지, 그리고 성장 과실이 경제 주체에게 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는지를 알아보자.

“수출 부진으로 올 2.7% 성장에 그칠 것”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한국, 포용적 성장위해 노동개혁·규제완화 필요"
OECD는 “한국은 지난 25년간 고속 성장하며 세계 11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면서도 “최근 고령화, 생산성 정체, 수출 부진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에 근거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경제전망 자료에선 2016년 GDP(국내총생산)가 전년 대비 3.1%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이를 2.7%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6월 전망치(3.6%)와 비교하면 0.9%포인트나 떨어졌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6%에서 3.0%로 낮췄다. IMF와 한은도 지난달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7%, 2.8%로 각각 낮춰 잡았다.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세계 경기 부진과 저유가 등으로 한국 수출은 지난달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했다. 랜덜 존스 OECD 경제국 한국·일본 담당관은 “2010년부터 지속된 세계 교역 부진과 중국 성장률 둔화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 가계부채 증가세 등도 경기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생산성 격차가 문제…단기적으론 정부지출 확대를”

OECD는 1990년 9% 이상이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잠재GDP 증가율)이 2016년 3%대로 떨어진 것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기준 서비스업 생산성은 제조업의 45%,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의 30.5%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노동과 자본 등 동원가능한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OECD는 한국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려면 △확장적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지출 규모와 구성을 조정하는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늘려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구조개혁은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OECD는 올해 한국 정부의 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0.4%에 그쳐 경기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며 한국의 재정 상태가 (다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만큼 정부가 씀씀이를 확대해 내년까지 경제성장률을 떠받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부문 효율성 개선 등 재정건전성의 확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용성장 위해선 노동개혁과 규제완화 시급”

OECD는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dualism)가 사회 통합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저해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임금, 사회보장 범위, 직업훈련 기회 등이 턱없이 낮다 보니 심각한 임금 격차와 높은 상대적 빈곤율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2014년 기준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보다 38% 낮은 수준이고, 2015년 기준으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54%에 그치고 있다. OECD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 방안으로 △고용유연성을 확대해 기업의 정규직 해고 비용을 줄이고 △인건비 격차를 줄여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유인을 축소하며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근로자 보호를 확대할 것을 제시했다. OECD는 ‘규제개혁 가속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규제영향평가에 기초한 ‘규제비용 총량제’를 도입하고, 각종 규제를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등 개혁을 가속화해 서비스분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상품시장·서비스분야 규제, 국제무역·투자 장벽은 OECD 내에서도 높아 효율적 자원배분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품시장 시장규제(PMR)지수는 2013년 기준 OECD 4위다. 서비스분야 규제는 제조업의 4배 수준이다.

이 밖에 R&D(연구개발) 투자 효율성을 높이라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의 R&D 투자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술이전과 상용화에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비스업 R&D 비중은 전체 한국기업 R&D의 8%로 OECD 평균의 4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OECD가 권고한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는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정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개혁 법안과 규제완화 법안은 국회에 벽에 막혀 처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한 나라 국민의 삶의 질은 그 나라의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생산능력을 좌우하는 건 생산성이다. 그리고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과 기업가 정신이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OECD 한국 경제 보고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췄다.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고 노동시장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OECD는 16일 발표한 ‘2016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전망치(3.1%)보다 0.4%포인트 낮은 숫자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6%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5월17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