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독일 통일정책
'원상회복' 방식의 토지 사유화…원래 소유자에 국유재산 반환


실패한 독일 통일정책
현실 외면한 화폐 교환비율…임금상승·조기은퇴 등 부작용
[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47) 통일과 탈사회주의화 원칙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 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 경험은 그 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통일은 국내 무역에서 자유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만큼 분업의 이점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그 효과는 작지 않을 뿐 아니라 통일만 되면 거의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 독립선언 이후의 미국, 통합된 유럽이 대표적인 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국내 시장을 통합함으로써 러·일전쟁에서 승리할 정도로 강력한 국가가 됐다.

독일 통일 과정을 평가해보자. 성공한 통일정책 중 하나는 토지 사유화 방식이다. 독일은 토지 사유화의 원칙으로 ‘원상회복’ 방식을 채택했다. 원상회복은 소유자가 있는 국유 자산은 원래 소유자에게 소유권을 돌려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존 로크가 제안하고 머레이 로스바드라는 정치철학자가 완성한 ‘재산권 이론’과 일치한다.

로스바드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만약 어떤 재산이 주인이 없다면 ‘홈스테딩(homesteading: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은 자산이 있다면 그것은 최초의 소유자가 주인이 된다는 뜻)’ 원칙에 따라 첫 점유자가 주인이 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와 정당하게 소유한 재산에 대해 절대적인 소유권을 가진다.

실패한 통일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통일 무렵의 서독은 ‘사회적 시장경제’ 국가였다. 사회적 시장경제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혼합한 경제를 지칭한다. 당시 서독은 체제 관점에서 동독이 모방해야 할 국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흡수 통일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둘째, 화폐개혁 실패를 들 수 있다. 동독 마르크와 서독 마르크의 암시장 환율은 1989년 10월 9 대 1이었고 1990년 1월에는 7 대 1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당 4000마르크까지는 두 화폐의 교환비율을 1 대 1로 하고 그 이상은 2 대 1로 했다. 임금과 연금에 대해서는 1 대 1의 전환비율을, 기업부채 등은 2 대 1로 전환할 것을 결정했다.

현실을 무시한 교환비율과 전환비율은 각종 부작용을 초래했다. 임금이 크게 상승해 동독 기업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렸다. 연금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일부 노동자는 조기에 은퇴했다. 반강제로 은퇴한 동독 노동자 때문에 지금도 독일 실업통계는 왜곡돼 있다. 동독 기업의 자산은 실제가치보다 크게 고평가됐기 때문에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폐기됐다.

셋째, 서독 정부가 동독인에게 대규모 정부 지원을 실시했다. 서독식 국민연금제도 도입과 그 수준을 통일 이전에 비해 15배 정도 인상했다. 동독인의 채무를 서독 마르크로 표시하면서 동독인의 모든 채무는 반값으로 낮아졌다. 노동조합, 실업보험 제도, 실업보조금 제도, 최저임금 제도 등과 같은 복지제도도 즉각 도입됐다.

결론적으로 독일이 통일 과정에서 기대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고 동독 지역의 경제성과가 여전히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도 서독이 통일의 목표를 탈사회주의로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통일 대박이 되려면 북한의 탈사회주의화 원칙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가 중요하다. 목전에 다가온 한반도 통일은 경제체제가 크게 다른 두 집단의 통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탈사회주의화를 이루는 방식은 크게 나눠 점진적인 방식과 일시적인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후자를 통해서만 통일에 대한 저항을 비교적 덜 받고 통일을 위한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 점진적 통일 방안은 반(反)통일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개혁을 완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통일 과정에서 정부의 각종 지원은 약이 아니라 되레 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 지원의 문제점 또는 폐해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사회주의체제의 북한이 붕괴하면 그것은 남한 주민의 잘못이 아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이 있을 때만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배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아무 잘못도 없는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

화폐를 통합하는 경우 교환비율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북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 가격과 남한의 달러 공식 환율을 이용해 남북한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율로 모든 화폐를 남한 화폐로 통합하는 것이 원칙이다.

계약의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 계약은 사유재산 제도를 보조하는 중요한 장치다. 만약 사유재산 제도는 인정하지만 계약의 자유를 정부가 제한하면 그것이 바로 간섭주의다. 재산을 사유화하지만 정부가 계약의 자유를 제한하면 탈사회주의는 실질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그것도 단기간에는 사회주의체제보다 나은 성과를 내겠지만 말이다. 사회주의가 거미줄같이 얽힌 규제의 복합물이라면 계약의 자유를 완전하게 보장하기 위해 규제를 철저하게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정부는 계약의 자유를 억제함으로써 재산의 사유화가 간섭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전용덕 <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