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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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가 부도덕한 대기업의 사례로 제너럴일렉트릭(GE)을 거론한 데 대해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우리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랑스러운 기업”이라며 반박했다.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계속해 온 샌더스 의원에게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가 언론 기고문으로 정면 비판한 일은 이멜트 회장이 처음이다.

샌더스 “GE는 탐욕스러운 기업”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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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샌더스 의원은 뉴욕데일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GE는 미국의 노동자와 소비자들 덕에 탄생했는데 이제는 임금이 싼 멕시코로 공장을 옮겨 고용 환경을 악화시키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며 탐욕스러운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GE의 이러한 사업전략이 “미국 국민에 대한 존경이 결여돼 있는 것”이라며 “그런 대기업들은 수십년 동안 일해온 노동자들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의 도덕 근간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줄곧 미국 기업들이 멕시코 중국 등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이멜트 “부(富)를 창출하는 것은 기업”

이멜트 회장은 샌더스 의원의 비난에 대해 GE는 탐욕스러운 기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멜트 회장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샌더스 의원은 GE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했지만, GE는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에 한 해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짓말을 반복한다고 해서 진실이 되지는 않는다”고 샌더스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샌더스 의원이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자처하는 점을 겨냥해 “GE는 124년 동안 사회주의자들에게 인기가 없었다”며 “선거를 위해 공허한 약속을 하거나 싸구려 공격을 하는 것은 쉽지만 미국 내 12만5000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영활동을 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진짜 물건을 만들어 부를 창출하고 있고, 그 점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당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주에는 우리가 1억달러를 투자해 만든 1000개의 일자리가 있는데 그들이야말로 싸워서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라며 “못 믿겠으면 언제든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라”고 꼬집었다. 1995년 GE 전체 근로자의 68%가 미국인이었던 것과 비교해 현재는 38%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멜트 회장은 “GE는 약 180개국에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현지 사업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년 미국에서 생산한 200억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어 미국인들에게 저렴한 제품 공급과 낮은 세율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NYT “기업을 정치적으로 이용”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 의원과 이멜트 회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례적인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뉴욕(19일)과 코네티컷(26일) 경선을 앞두고 있다. 확보한 대의원 수에서 선두를 달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주요 후원자인 이멜트 회장을 걸고넘어지는 꼴이다.

GE는 본사를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에 두고 있어 지역 내 영향력이 크다. 뉴욕 등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샌더스 의원이 지지층 결집 차원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세력인 GE를 탐욕스러운 기업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게 미 언론들의 해석이다. 이멜트 회장도 “정치인들이 공허한 공약을 내걸거나 연설을 통해 싸구려 공격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비판하며 “미국 기업은 근로자, 고객, 주주들을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국에서도 한 정당 대표가 총선 선거 유세에서 삼성의 미래 자동차 사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며 기업을 선거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한편 이멜트 회장은 지난해 의회가 정쟁에 몰입하면서 미국수출입은행이 석 달째 운영을 중단하자 일자리 500개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운영을 재개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은 대부분이 反성장" 이멜트, 주주들에게 연례 서한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주주들에게 GE가 정치가 낳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이멜트 회장은 이날 주주들에게 연례서한을 보내 정치인들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지금까지 겪어 온 시기 중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전 세계에 걸쳐 기업과 정부 사이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멜트 회장은 “사람들은 수출하는 것은 바라면서 자유무역과 수출기업은 싫어한다”며 “정부는 중소기업을 키우려고 하지만 결국 기업을 규제로 망가뜨린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 대부분이 반(反)성장”이라며 “정부가 느린 경제 성장에 지나친 규제, 잘못된 정책을 처방하면서 다시 더욱 경제성장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멜트 회장의 이번 연례 서한은 GE가 코네티컷에서 보스턴으로 본사를 옮긴다고 밝힌 지 한달 후에 나온 것이다. 그는 당시 “(보스턴이 속한) 매사추세츠주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는 지역”이라며 “우리의 포부를 나눌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자 한다”고 본사 이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GE가 코네티컷 본사를 보스턴으로 옮기기로 한 배경은 세금 문제 때문이었다. GE는 1974년부터 코네티컷에 본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코네티컷 주의회는 지난해 6월 기업과 자산가를 대상으로 증세해 총 400억 달러의 예산을 조성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박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