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오일·AT&T·MS·하이트진로
독과점 논란 뜨거웠던 대표적 분쟁들
“시장경쟁이 제한되고 소비자 이익이 침해된다.” “아니다. 산업이 활성화되고 소비자가 이득을 본다.”

기업 인수합병이나 독과점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이런 공방이 벌어진다. 기업들은 이것 때문에 자주 법률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국내외 분쟁사례를 알아보자.

스탠더드오일 가격 후려치기

존 록펠러(1839~1937)는 유전(油田)개발 시대인 1860년대 클리블랜드에 정유회사를 세워 큰돈을 모았다. 1870년 스탠더드석유회사를 설립한 그는 클리블랜드에 있던 경쟁사 26개 중 22개를 6주 만에 다 사들였다. 1882년 록펠러는 계열사를 모두 통합해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를 세웠다. 미국 석유시장의 90%가량을 손아귀에 넣었다. 록펠러는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갤런(3.8L)당 30센트 하던 석유가격을 6센트로 내렸다. 록펠러의 낮은 가격정책 탓에 중소기업들은 망했다.

1890년 미국 오하이오 주법원은 독점금지법인 ‘셔먼법’을 적용해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를 해산했다. 하지만 록펠러는 뉴저지로 본사를 이전해 지배권을 유지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독점금지와 분할을 명령할 수 있는 독점금지국(局)을 설립했고 1911년 드디어 록펠러 회사를 34개 회사로 분할하라고 명령했다. 지금의 엑손모빌, 칼텍스 같은 석유회사가 그 후손들이다.

록펠러의 석유가격 후려치기는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는데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에너지 가격이 크게 내려간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승승장구했다. 그가 죽은 뒤 석유가격은 국제 정세 때문에 천정부지로 올랐고, 제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록펠러의 독점이 경쟁 제한적이기만 한 것일까?

AT&T 분할과 마이크로소프트 사건

전화기 발명자인 그레이엄 벨(1847~1922)은 미국전기전신 AT&T를 세웠다. 통신시장을 만들어낸 그는 단거리, 장거리, 국제전화 등 미국 통신망을 장악했다. AT&T에 가입하면 전화를 주는 영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던 AT&T는 1970년 반독점 소송에 휘말렸다. AT&T는 1984년 스프린트 등 8개 회사와 연구개발 부문으로 분리됐다. 전화사업이 이로써 경쟁체제로 전환됐다.

AT&T 사례는 새로운 기술로 새 시장을 만들어낸 기업이 성장해 시장을 독점한 경우에 해당한다. 원래 처음 혁신을 일으킨 기업은 모두 독점이다. 애플 스마트폰도 처음엔 독점이다. 기업가들은 이런 독점기회를 노리고 신기술을 개발하려 투자한다. 혁신의 결과인 독점은 달콤하긴 하지만 혁신이 늘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독점에 양면성이 있다. 이런 독점은 나쁘기만 한가?

1998년 미국 반독점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를 불공정 거래 혐의로 제소했다. MS가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 프로그램과 함께 판매하는 것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끼워팔기라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었다.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도록 할 경우 다른 인터넷 브라우저 업체들이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 법원은 MS가 윈도와 함께 익스플로러를 판매하는 것은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소비자 편익을 해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정했다. MS가 이기는 극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독점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독점과 시장집중의 폐해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구조주의(structuralism)보다 혁신의 장점과 소비자 이익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장친화적 자유주의(libertarianism)가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아졌다.

하이트·진로와 CJ헬로비전 사건

우리나라에선 맥주업체인 하이트가 소주업체인 진로를 인수할 때 독과점 논란이 일었다. 두 회사는 2006년 인수합병 당시 58%와 55%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했던 주류업계의 양대 산맥이었다. 경쟁업체들은 술집들이 하이트와 진로의 강압에 못 이기고 손님들에게 두 제품만 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소주와 맥주가 같은 시장이라고 보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제품인 만큼 대체효과도 없다고 판단해 허가했다. 공정위는 또 끼어팔기와 묶어팔기는 같은 제품에 다른 제품을 붙여서 판매하는 행위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마케팅으로 해석했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CJ헬로비전을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더라도 현재 1위 업체는 KT이기 때문에 독과점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다. 또 인수합병하더라도 시장지배력을 반드시 높인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지금의 SK브로드밴드)을 인수할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으나 SK브로드밴드는 1위 기업이 되지 못했다. SK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해도 반드시 성공할 보장이 없다는 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학파 박제가 "과도한 이익까지 인정하라"

박제가(1759~1805)와 애덤 스미스(1723~1790)는 나라는 달랐지만 거의 동시대를 산 인물이다. 애덤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을 썼고 2년 뒤인 1778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를 썼다. 애덤 스미스가 유럽 전역을 돌아본 뒤 국부론을 썼듯이, 박제가는 당시 선진문물인 청나라의 발전상을 보고 북학의를 썼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사람은 참으로 비슷하다.

놀라운 것은 두 사람 모두 분업의 중요성을 알았다.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장점을 살려서 어느 분야에 특화하면 사회적으로 최대의 성과를 누린다고 두 사람은 강조했다. 애덤 스미스는 핀 공을 예로 들었지만, 박제가는 벽돌 표준화로 설명했다. 박제가는 “벽돌을 혼자 만들려면 가마도 만들어야 하고 수레도 만들어야 하지만 벽돌만 만든다 해도 이익이 된다”고 했다.

박제가는 ‘과도한 이익’이 옳으냐에 대해선 애덤 스미스보다 현대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덕 철학자였던 애덤 스미스는 주식 투자로 인한 과도한 이익을 비판했다.

하지만 박제가는 “상인이 몇 곱절의 이익을 남기더라도 비난할 것이 없다. 상인의 역할이 상품을 풍부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운반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이 충분하지 않다면 상인의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이윤이 없으니 농사를 짓지 않고, 농사를 짓지 않으니 쌀값이 오르지 않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혁신의 중요성을 말했다. 새로운 상품을 발명해내는 것에서 생산성이 나온다고 했다.

박제가는 대외교역도 강조했다. 혁신과 과도한 이익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박제가의 열린 생각이 규제 위주인 공정거래법보다 한 수 위인지도 모른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