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 케이블망(網)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1조 원에 사려고 한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산 뒤 초고속인터넷과 유료 방송사업을 하는 SK브로드밴드와 합칠 계획이다. CJ는 케이블망 사업을 접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CJ E&M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려 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400여만 명에 달하는 CJ헬로비전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해 기존 사업을 키울 생각이다.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인수합병(M&A)이다. 하지만 SK측과 경쟁 관계에 있는 KT와 LG유플러스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시장지배력을 늘려 경쟁을 제한하려는 인수합병”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합병을 승인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 국내 IT업계 거대 기업들의 전면전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고민에 빠졌다. 어떤 결론을 내릴까?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한 규칙이다. 규칙의 핵심은 어떤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경쟁 제한적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 행위와 관련해 입법 사법 행정권을 모두 가진 막강한 권력의 준사법기관이다. 마치 재계의 경찰과 같다고 할까.

공정위의 심사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이뤄진다.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그러한 지위를 갖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가이다. 경제학의 한 분야인 법경제학에서는 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당연위법과 합리의 법칙을 제시한다. 예를들어 시장지배적 기업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급 물량을 의도적으로 줄일 경우 공정거래법은 ‘당연 위법’으로 처벌한다. 반면 소비자 이익 침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당국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석유가격을 크게 내리는 방법으로 경쟁회사들을 망하게 했다고 하자. 이 덕분에 소비자들이 에너지 가격하락 혜택을 입었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만일 악의적인 방법으로 경쟁사를 망하게 하고 독점이윤을 챙겼다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원가절감 노력으로 가격을 낮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독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복잡하고 시대에 따라 변한다. 최근 글로벌화, 디지털화의 영향으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인수합병이 빈번해지고 있다. 독점에 대한 시각도 경쟁유도를 위해 기업 규모 또는 시장지배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구조주의(원인금지주의)보다 기업활동은 자유롭게 두되 시장에서 발생하는 독점의 폐해만 막아야 한다는 자유주의로 점차 바뀌는 추세이다. 4, 5, 9면에서 더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