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여당과 야당 모두 후보자 공천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유승민 국회의원의 지역구 후보 공천 여부를 두고 분란에 휩싸였다. 결국 유 후보가 스스로 탈당하는 것으로 매급을 지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 순서를 놓고 김종인 대표와 당중앙위원회가 내부 갈등을 빚다가 가까스로 봉합하는 양상이다.

민주주의 정치는 정당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 야당이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잡고 민의를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이다. 정당이 발전해야 정치가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성숙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의 자질에서 부터 후보자 공천, 정치공약 남발, 과다한 선거 등등...

정치에 대한 이러한 불신은 결국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흔히 민주주의를 전지전능한 제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스 헤르만 호페라는 학자는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주의에 허점이 있다고 봤다. 호페는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라는 책에서 “민주주의는 권력에 주인이 없는 제도다. 어쩌면 주인이 명확한, 한물간 군주정(君主政)이 나을 수도 있다”고까지 했다.

생물학자 가레트 하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하딘은 ‘마을 공동의 목초지는 마을 사람들이 마구 사용하기 때문에 금세 황무지로 변할 수 있다’며 공유지의 비극을 설명했다. 호페와 하딘은 성숙한 시민정신이 민주주의의 성공에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주인이고 정치인들은 국민의 대리인이다. 하지만 대리인들은 일반적으로 주인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은 공공선택론에서 “대리인들은 주인(국민)을 위해 일하기 보다 자기 자신의 이득 즉 표를 얻기 위해 일한다”며 감시제도를 강조했다.

다음달 우리는 국회의원 300명(지역구 253명+비례대표 47명)을 뽑는 제20대 총선을 치른다. 어떤 정치인을 뽑느냐에 나라의 장래가 달려 있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등 많은 특권을 누린다. 권한도 강하다. 입법권은 물론 행정부에 대한 감사권(국정감사권)도 갖는다. 입법 행정 사법 등 3권분리라고 하지만 나라 운영은 실질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좌지우지한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개혁정책이 국회의 제동으로 실행되지 못할 정도이다. 일부에서는 국회의 권한을 축소하고 인원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정당정치가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4, 5면에서 더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