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노동개혁법·서비스산업법이 뭐길래…기업들 "통과시켜 달라" vs 국회는 "아, 몰라"
지난 7일자 주요 신문 1면에 큼지막한 광고가 실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148개 경제단체 명의로 낸 ‘경제법안은 왜 외면하십니까’라는 광고 이야기다. ‘기업인과 국민의 안타까움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경제활성화법안, 19대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 주십시오.’ 경제계는 울다시피 법안 처리를 호소한다. 좋지 않은 경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활성화법안이 필요하다는 읍소다. ‘비정규직 양산법’ ‘의료 민영화법’ 등으로 잘못 알려진 경제활성화법안을 들여다보자.

노동개혁 법안은 5개

경제계가 이것만이라도 먼저 통과시켜 달라고 한 노동개혁법 개정안은 크게 다섯 가지다. 기간제근로자법, 파견제근로자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이 중 고용보험법의 핵심은 실업급여 확대다. 직장인들은 자기가 50%, 회사가 50%를 부담해 실업 대비 보험료를 낸다. 개정안은 실업급여 지급액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고, 지급기간도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리게 돼 있다. 이 개정안은 노조단체들도 찬성한다. 노동자 ‘복지법’이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들어 있다.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다. 통과되지 않는 이유는 고용보험법과 같다.

산재·고용보험, 근로기준법은 OK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통상임금 법제화와 근로시간 조정이다. 현행법에는 통상임금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다. 법원 판례에 의존한다. 통상임금은 오버타임 근무 때 임금산정의 기준이 된다. 퇴직금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기상여금 등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모든 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가 불투명하다. 그러다 보니 노사분쟁이 잦다. 주당 근로시간과 연장근무 수당 조정안도 들어 있다.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조정됐다. 노사가 합의할 경우 최대 68시간까지 할 수 있던 근로시간을 52시간(주중 40+주말 12)으로 단축한 것이 예다. 같은 이유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기간제·파견제법 때문에 통째로 ‘스톱’

[Cover Story] 노동개혁법·서비스산업법이 뭐길래…기업들 "통과시켜 달라" vs 국회는 "아, 몰라"
노동단체들이 위에서 말한 세 가지를 통과시키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는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제 근로자법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간제 근로자는 비정규직의 하나다. 기간제 근로자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2년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을 꺼린다. 이 탓에 이직이 잦다. 2년 근무 이후 2년을 더 근무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현실을 반영한 안이다. 파견제 근로자는 제조업 직접 생산업무에 투입할 수 없게 돼 있다. 용접, 열처리, 도금 같은 업종에 파견제 근로자를 못 보낸다. 하지만 이들 업종은 인력난을 겪는다. 젊은이들이 안 온다. 개정안에는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원할 경우 이런 업종에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노동단체와 야당은 기간제와 파견제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노동계는 5개 법안 중 3개를 통과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5개 법안이 패키지 형태로 묶여 있어 3개만 통과시키자고도 못한다. 3개를 받고 2개를 주면 남는 ‘장사’지만 무조건 반대다. 기간제와 파견제법은 현실적인 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기활법’

기업들이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 법안에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민영화 괴담’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 건강보험이 민영화돼 없어지고, 한 번 입원하면 수천만원의 병원비를 물게 된다는 괴담이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분야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는 안이다. 외국인의 의료관광 사업 지원, 원격진료 지원, 자회사 설립을 통한 의료서비스 개발 등은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의료 민영화의 길이라며 야당은 반대한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은 기업들이 사업부문 구조조정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법이다. 현행법에서 기업들이 사업부문 분할, 매각, 변경을 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장기간 거쳐야 한다. 일본 아베 정부는 ‘원샷법’이라는 것을 만들어 기업들이 신속하고 간편하게 사업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을 벤치마킹한 법안이다. 기활법은 국회에서 통과되긴 했지만 적용 대상이 줄고, 절차도 까다롭게 바뀌어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 고용 유연성과 임금피크제 없는 개혁

국회에 묶여 있는 노동개혁법은 개혁다운 개혁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정작 중요한 두 가지가 빠졌기 때문이다. 바로 고용 유연성과 임금피크제다.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가 심해 논의되다 말았다.

고용 유연성은 한 번 고용하면 정년 퇴직할 때까지 고용하는 것을 고쳐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산성과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현행 시스템이다. 최근엔 연봉제도가 노사 합의에 따라 많이 도입됐지만 대기업은 강력한 노조 탓에 저성과자들을 정년까지 고용하는 일이 잦다.

고용 유연성이 보장되면 해고만 늘어날 것이란 생각은 옳지 않다. 미국의 경우 고용과 해고는 계약자유라는 시장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기업이 무턱대고 해고의 칼을 휘두를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사람을 뽑으려면 그만한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업무 숙련도도 떨어지고, 고용한 사람이 이전 사람보다 더 잘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다만, 노동 유연성이 높으면 기업이 위기 때 인력조정을 통해 재기를 노리기 쉽다.

우리나라는 조선, 해양플랜트 업종 등이 위기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결국 해당 기업의 근로자들은 폭포경제(waterfall economy)에 노출된다. 폭포경제는 구조조정을 못해 근로자 전체가 함께 죽는 경제를 말한다.

임금피크제도 현안 중 하나였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는 정년이 60세로 연장됐다.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해당자들의 임금을 매년 줄여가는 것이다. 근로조건이 악화되면 노조가 동의해줘야 한다. 노동단체는 임금피크제를 반대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