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와 국회 비준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추가 협상을 요구했다. 야당은 무역이익공유제를 비롯한 FTA 피해 산업에 대한 추가 지원책도 주장하고 있어 정부·여당의 계획대로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월19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국회 문턱 못 넘는 한·중 FTA…연내 발효 못하면 1·2차 관세 인하 혜택 사라져
☞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새누리당)은 중국 수출이 많은 국내 기업들을 돕기 위해선 연내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돼 발효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중 FTA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으며 무엇이 쟁점일까?

FTA란?

FTA(Free Trade Agreement)는 자유로운 교역을 위해 시장을 서로 개방하는 협정을 뜻한다.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질 수도 있고, 몇 개 나라 사이에 맺어질 수도 있다. 한·미 FTA, 한·중 FTA 등이 두 나라 간 협정이라면 미국 일본 호주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지역 차원의 FTA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차원의 FTA는 RTA(Regional Trade Agreement)라고도 한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계 각국은 자국 먼저 살고 보자는 생각으로 저마다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를 큰 폭으로 올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의 영향으로 세계 교역이 급감, 오히려 경제가 더 뒷걸음친 것이다.

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무역 자유화를 위해 탄생한 국제기구가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이다. GATT는 그 후 1995년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로 확대 개편됐다. GATT와 WTO 체제에서 160여개국에 달하는 회원국이 모여 자유무역에 관해 협상하는 게 ‘라운드(round)’다. ‘딜론 라운드’, ‘케네디 라운드’, ‘도쿄 라운드’ ‘우루과이 라운드’ 등이 바로 GATT 체제 아래서 다자간 협상에 의해 타결 지은 시장개방 협정이다. WTO 체제 아래에선 2001년 11월 도하 라운드(DDA)가 시작됐지만 14년이 다 된 지금까지 협상국 간 이견으로 타결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다자무역 협상이 삐걱거리자 그 틈새로 부상한 것이 교역이 많은 나라들끼리만이라도 시장을 개방하자는 FTA다.

한·중 FTA 협상 경과와 내용

한·중 FTA는 2005년 양국 간 민간 공동연구로부터 시작됐다. 2012년 5월 정부 간 협상이 시작됐으며 14차례 공식 협상 끝에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은 한·중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2015년 6월엔 서울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이 한·중 FTA 협정문에 정식 서명, 정부 간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국회의 비준 동의다. 그런데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마지막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맺은 FTA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효력을 가질 수 있다.

한·중 FTA는 두 나라가 상대방 국가에 수출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풀어 보다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재·부품, 패션, 영유아용품, 의료기기, 고급 생활가전 제품 등 연간 87억달러에 해당하는 1649개 대중(對中) 수출상품의 관세가 발효 즉시 철폐된다. 대중 수출 458억달러에 해당하는 5846개 물품은 발효 10년 후 관세가 모두 철폐된다. 관세가 모두 없어지면 중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가 연간 55억달러 정도 줄어든다. 한·미 FTA(9억3000만달러)의 5.8배, 한·EU FTA(13억8000만달러)의 3.9배다. 한국도 수입하는 9690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년 내 철폐한다.

건설, 유통, 환경, 법률, 엔터테인먼트, 금융, 통신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 기회가 확대된다. 게다가 개성공단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특혜관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중 FTA의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농수축산 개방과 관련해선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농축산물 가운데 60%(수입액 기준)를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했다. 쌀 고추 마늘 사과 배 조기 갈치 소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품목도 대부분 개방 대상에서 뺐다.

정부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와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자리가 5만3000개 이상 새로 생기고, 한국산 식품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농수산물 수출을 확대하는 기회도 넓어질 것으로 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시장은 2013년 4조7000억달러에서 올해 5조7000억달러, 2020년엔 9조9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쟁점은?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국회 문턱 못 넘는 한·중 FTA…연내 발효 못하면 1·2차 관세 인하 혜택 사라져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오는 26일까지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방으로 뛰고 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중국 서비스 시장 개방,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 방지, 중국산 식품에 대한 위생 검역 등에 대해 정부가 추가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또 한·중 FTA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에 대해선 무역이익공유제(무역이득공유제), 생태보전직불금, 농어민에 대한 농어촌특별세 지원 등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

무역이익공유제는 FTA로 인해 수혜를 받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 농어업 등 피해 산업을 지원하자는 제도다. 취지는 좋을 수 있지만 FTA로 어떤 기업이 얼마나 혜택을 봤는지를 계산하기 어렵고, 설령 FTA에 따른 개별 기업의 이익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다고 해도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 기업들이 내는 세금(법인세)도 덩달아 불어나게 돼 있어 이중과세라는 문제가 있다. 무역이익공유제란 아이디어는 정부가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해 오히려 FTA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 어선 불법 어로 방지 등도 FTA 의제가 아니라 두 나라 간 다른 채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주장이다.

정부는 연내 한·중 FTA가 발효되지 않으면 우리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애태우고 있다. 협정문에 따르면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면 올 연말 1차 관세 인하 혜택을 받고 2016년부터 추가 혜택을 볼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한국산 수입 전동 지게차에 매기는 세금은 9%다. 두산이 중국에 수출하는 2t짜리 전동 지게차 가격은 대당 2500만원. 관세만 225만원이 붙는다. 한·중 FTA는 이 관세를 매년 1.8%포인트씩 낮춰 5년 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만약 연내에 한·중 FTA가 발효되면 당장 관세율이 9%에서 7.2%(180만원)로 인하되고, 내년 1월1일에 추가로 5.4%(135만원)로 떨어진다.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두 차례 관세가 인하돼 한국산 전동 지게차에 붙는 관세가 대당 90만원 줄어든다. 우리 업체로선 그만큼 가격을 낮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한·중 FTA 비준안이 연내 통과되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어가면 내년에 관세율이 9%에서 7.2%로 낮아진다. 그만큼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보다 늦게 중국과 FTA를 타결한 호주가 의회 비준 절차를 완료했다”며 국회에 조속한 비준을 호소했다. 내년엔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만약 한·중 FTA 비준안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언제 국회에서 통과될지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FTA는 지난(至難)한 길이다. 나라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산업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서다. 미국 대선 후보 대부분이 오바마 정부가 각고 끝에 타결 지은 TPP에 반대하거나, “한·미 FTA는 미국에만 손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미 의원들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유무역은 일부의 피해는 있을 수 있으나 나라경제 전체적으로 경제적 후생을 늘리고 삶의 질을 높인다. 이게 자유무역이 험난하지만 가야 할 길인 이유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