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75)
[직업과 경제] 직업군인이 내포하고 있는 공공성
경제 개념 중에서 가장 흔히 오해하고 있는 개념 중 하나가 공공재다. 많은 사람이 공공재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물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일반적으로 공공재에 대한 가장 흔히 범하는 오해도 여기에 있는데 흔히 공공재는 정부가 생산,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재는 공급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와는 상관없이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비하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정부가 생산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모 대기업에서 공원을 만들어 일반인에게 공개했다면 이 역시 공공재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재화라고 모두 공공재는 아니다. 반대로 정부에서 공급하는 재화 중에 사용재의 성격을 갖는 것도 많다. 정부가 생산공급하는 수돗물, 가스, 의료 서비스 같은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경우에는 내가 소비한 만큼 다른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적어진다.

그렇다면 공공재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공공재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합성’과 ‘배제성’에 대한 이해해야 한다. 경제학은 일상의 여러 재화나 서비스를 경합성과 배제성의 보유 여부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재화 구분의 기준 배제성·경합성

[직업과 경제] 직업군인이 내포하고 있는 공공성
먼저 배제성이란 타인을 소비로부터 배제할 수 있는 특성을 말한다. 내가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건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이 물건이 배제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비배제성이란 타인을 소비로부터 배제할 수 없는 특성을 말한다. 치안이나 국방 서비스의 경우 누구 한 사람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비배제성은 개인들이 생산비를 직접 부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구축하는 비용을 부담해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무임승차 문제가 생긴다.

배제성과 함께 재화의 특성을 구분하는 또 하나의 기준인 경합성이란 한 사람이 특정 재화를 더 많이 소비하면 다른 사람은 덜 소비해야 하는 특성을 말한다. 내가 동네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이웃집에서 해당 물건을 소비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 반면 비경합성이란 누군가의 소비 여부가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 특성을 말한다. 새로운 소비자가 추가로 진입한다 하더라도 기존 소비자의 소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케이블 TV의 경우에는 내가 수신료를 지급해 신청했다고 해서 옆집에서 케이블 TV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도로·치안·공원 등은 ‘공공재’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제학은 우리가 소비하는 일련의 재화와 서비스 등을 배제성과 경합성의 여부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해 파악하고 있다. 이 중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내포하고 있어 비용을 부담한 사람 외에도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도로, 치안, 공원, 가로등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표적인 공공재 중 또 하나가 바로 국방이다. 전방에서 군인들이 근무하며 국가 안보를 위해 근무하는 혜택은 비배제성, 비경합성을 가진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제공하는 국방서비스를 누가 더 많이 누리거나 누가 덜 누리는 경합성도 없으며, 특정 지역 내지 특정 대상만 국방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국방의 특성 때문에 직업군인 내지 직업군인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책임감이다. 이들이 국민의 안보와 안전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군인은 의무 복무를 하는 군인들을 통솔하는 계급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대장은 40명, 중대장은 150명, 대대장은 500명, 연대장은 1500명, 사단장은 1만명에 달하는 군인을 통솔한다. 다시 말해 많은 수의 군인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책임감도 직업군인에게 요구된다.

직업군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높은 사명감일 것이다. 국방 내지 안보는 하루도 쉴 수 있는 업무가 아니다. 이 때문에 많은 직업군인은 휴가를 제외하곤 자신이 일하는 부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없는 경우가 많으며, 휴가라 하더라도 국가 차원의 중대한 상황이 전개될 경우 바로 복귀해야 한다.

안정적, 다양한 복리후생 혜택

[직업과 경제] 직업군인이 내포하고 있는 공공성
최근 직업군인은 가장 안정적인 직장이며 군인 아파트 제공, 대학원 진학 시 학비 지원 등 다양한 복리 후생 제도가 좋다는 이유로 인해 많은 구직자에게 선망의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직업군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장교단’이고 다른 하나는 ‘부사관단’이다. 장교단은 소위, 중위, 대위, 소령, 중령, 대령을 거쳐 장군에 이를 수 있으며, ‘부사관단’은 하사, 중사, 상사, 원사에 이를 수 있다. 일견 부사관단보다는 장군이 될 수 있는 장교단이 훨씬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장군급은 전체 장교의 채 1%도 안 된다.

직업군인에 대한 분류는 해당 직무를 기준으로 구분할 경우에는 더 세분화된다. 우리는 군인이라 통칭하지만 이 중에는 비행기 조종사, 위생 및 군의관, 군의 경찰 헌병까지 다양한 직무가 있다. 따라서 직업군인은 그 안에 또 다른 작은 직업의 세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추상적으로 직업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군인으로서 어떤 복무를 수행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거주지 문제다. 직업군인은 근무하는 부대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바뀌는데 장교는 2년마다, 부사관은 12년마다 근무지를 바꾼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기존 거주지에서 계속해서 살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따라서 직업군인은 군인 아파트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안정된 주거지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단편적인 생각이다. 각 지역을 정기적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업군인은 남성들만의 직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5년 기준 전체 육군 장교의 6.9%(3118명), 부사관은 4.2%(3006명)가 여군이다. 남군에 비해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국방부는 앞으로 여군을 더 늘릴 계획이다. 2020년까지 육·해·공군 여군 간부(장교·부사관)를 1만1570명으로 늘려 전체 간부 대비 6.3%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직업군인은 여성들에게도 좋은 구직 기회가 될 수 있다.

■배제성과 경합성

배제성은 사람들이 재화를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고 경합성은 한 사람이 재화를 소비하면 다른 사람이 재화이 소비에 제한 받는 속성이다. 모든 재화는 배제성과 경합성을 기준으로 사적재, 집단재, 공유재, 공공재로 구분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