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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472호 2015년 5월 25일

Book & Movie

[Book & Movie] "공산주의는 무너졌지만 사회주의는 살아있다"


독일에서 공부할 때 방학이 되면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봉급날이 돼 봉급명세서를 받게 되면 공장 한쪽에 근로자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봉급명세서를 비교하면서 ‘실 수령액이 얼마냐’ 하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부분 결론은 근로자들이 정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은 근로자들과는 달리 봉급을 거의 다 받는 데 반해 근로자들은 봉급의 거의 절반밖에 실제로 수령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각종 세금 및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부담금 때문이었다. 독일의 국민 부담률은 거의 50%에 육박한다. 받는 봉급의 거의 절반을 세금과 사회 보장부담금 명목으로 정부가 가져가는 것이다. 그런 현상들을 보면서 복지국가라는 것에 대한 환상은 서서히 깨져 나갔다.

그러던 중 밀턴 프리드먼이 한 잡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그 인터뷰에서 프리드먼은 이렇게 말한다. “사회주의가 도대체 무엇인가?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요구하면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아니라 ‘생산된 결과물을 사회화’한다고 생각해보자. 양자 간에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생산수단을 사회화’한다는 것은 결국 ‘생산된 결과물을 사회화’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유럽을 한 번 살펴보자. 유럽에서는 소득의 절반 이상이 세금 등의 형태로 국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만일 국가가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는 곧 생산량의 절반을 국가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 이것이 사회주의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 비대화의 문제

이 인터뷰 내용은 필자로 하여금 복지국가와 사회주의가 분명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주었다. 프리드먼이 “공산주의는 무너졌지만, 사회주의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각종 복지정책과 기업에 대한 통제, 그리고 이와 더불어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비대화가 다름 아닌 ‘사회주의’라고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사정은 어떤가. 현재 한국은 세금과 각종 사회보장부담금을 합쳐 국가가 소득의 약 30%를 가져가고 있다. 프리드먼의 말에 따르면 이것만으로도 대한민국은 약 30% 정도 사회주의화 돼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화가 이미 상당한 정도 진행되었고, 현재도 사회주의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준조세와 실체도 보이지 않아 계산조차 불가능한 각종 규제와 통제까지 고려한다면 한국의 사회주의화는 이미 30%를 넘어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리드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만난 책 중의 하나가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것은 1962년이다. 이 시기는 일반 여론은 말할 것도 없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가부장적 온정주의와 케인스주의적 국가개입주의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때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프리드먼이 제시한 제안들은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리드먼이 했던 제안들은 오늘날 거의 대부분 미국에서 정책으로 실행됐고 경제학계에서 통설로 인정되고 있다.

자유와 번영은?

필자가 이 책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부분은 두 군데였다. 하나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의 관계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복지제도에 관한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별개로 보고, 정치적 자유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경제적 자유는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적 자유가 중요한 이유로 프리드먼은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경제적 자유 그 자체가 자유의 주요 구성요소이며 하나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사유재산을 소유하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는 그 자체로 중요성을 갖는다. 경제적 자유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 자유가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고용주라고는 국가밖에 없어 자신의 생계가 국가의 뜻에 달려 있는 사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비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반면 고용주가 다수 존재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훨씬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시민들이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본질적인 보호막이 된 것은 그들로 하여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준 민간 시장경제의 존재였다.”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그 역인 정치적 자유가 경제적 자유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관심을 갖고 읽어 보았던 두 번째 부분은 복지제도가 낳게 될 치명적 결과들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의도와 목적을 갖고 시작한 복지정책일지라도 대부분 엉뚱하고 부정적인 결과들을 낳는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사익을 공익으로 교묘하게 포장해 국민을 현혹시키는 사이비 정치인들이 추진하는 경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프리드먼이 강조하는 것은 훌륭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이 추진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화려한 복지 약속’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프리드먼은 최저임금제도, 인종과 종교 등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 금지 등 공정고용제도, 소득분배정책, 공영주택 공급제도, 농산물가격 지지정책, 국가연금제도 등 다양한 분야의 복지정책 사례들을 실패와 폐해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사회복지정책 중에서도 프리드먼이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연금제도다. 필자가 한국 연금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도움이 되었던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연금의 강제 가입 문제를 특히 핵심적인 문제로 파악한다. 그는 연금의 강제 가입을 지지하는 사람은 독재를 신봉하는 사람이며, 인간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만을 부리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겸손은 자유 신봉자의 두드러진 미덕이고, 오만은 가부장적 온정주의자의 두드러진 악덕이다.”

나아가 그는 “연금이 독점화되어 있는 것은 참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민간기업과 경쟁시킬 것을 제안한다. 한국에서도 종종 “연금의 수익률이 높고 민간 기업에 비해 안정적이고 높은 연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소득분배에도 일조한다”며 연금의 정부 독점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정부 독점 연금이 그런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민간기업 연금과 경쟁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시장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공기업이 다른 기업들과 공개경쟁을 통해 연금을 유치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옳다면 공기업은 번창할 것이다. 틀렸다면 민간 기업이라는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민의 복지가 증진될 것이다. 오직 교조적인 사회주의자나 중앙통제 자체를 위한 중앙통제의 신봉자만이 연금제도의 국영화를 편드는 원리 쪽에 설 것이다.”

‘자본주의와 자유’는 쉬우면서도 내용이 많고, 자유주의적 관점에서의 실제적인 대안도 많이 등장하는 책이다.

권혁철 <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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