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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468호 2015년 4월 20일

Book & Movie

[Book & Movie] 기업가는 모험과 경쟁을 통해 가치를 창조하는 ''기민한 사람''


즈너의 ‘경쟁과 기업가 정신’(1973)은 경제학에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던 경쟁과 기업가를 원래의 위치로 회복시킨 책이다. 경제학에서 기업가는 가격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한 조연배우에 불과했다. 가격이 무대의 주인공이며 기업가는 가격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경쟁은 가격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무대장치로 쓰인다. 하지만 커즈너는 이 책에서 기업가와 경쟁이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가격이 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업가적 발견과 경쟁이 가격을 비롯한 시장과정을 작동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사라졌던 경쟁과 기업가의 역할은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은 시장은 기본적으로 불균형상태라고 여긴다. 그리고 시장과정을 통해 가격이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고 여긴다. 이런 시장과정의 원동력이 기업가와 경쟁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의 가격이 불균형 상태에 있는지도 인식하지 못한다.

커즈너에 따르면 시장과정은 시장을 균형으로 향하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가적 발견과 경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커즈너는 어떤 상품이 두 지역에서 다른 가격에 팔리고 있는 간단한 사례를 든다. 균형분석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격정보가 알려지면 싼 지역의 수요는 증가하고 비싼 지역의 수요는 감소한다. 그래서 두 지역의 가격이 즉각적으로 같아진다. 하지만 커즈너에 의하면 현실세계에서 이러한 일은 거의 없다. 소비자는 싸게 살 기회가 있어도 이러한 기회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생산자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한다. 이것은 인간 지식의 한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 수 없어서 탐색을 하더라도 이를 알 수 없다. 그 점은 정보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합리적 무지와는 다르다. 합리적 무지는 알 수는 있지만 탐색비용이 커서 아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식의 한계에서 발생한 불균형 상태에서는 시장과정이 작동하지 않고 가격의 조정기능도 아예 나타날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 기업가는 시장과정을 작동시켜 가격으로 하여금 조정기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주인공이다. 두 지역의 가격이 다를 때 이러한 기회를 발견하면 이윤을 얻게 된다. 이러한 기회를 엿보는 사람이 기업가다. 즉 기업가는 이윤기회의 발견자인 것이다. 그런데 기업가는 이를 어떻게 알아챘을까? 체계적인 탐색으로도 이러한 기회를 알 수 없는 게 인간 지식의 한계라고 했는데 말이다. 우연히 발견한 것인가? 커즈너에 따르면 이윤기회의 발견은 탐색의 결과도 아니며 우연한 결과도 아니다. 그것은 기업가의 ‘기민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업가는 뛰어난 후각을 발휘해 이윤기회를 찾아낸다. 그래서 기업가는 이윤기회를 발견해 이윤을 얻으면 놀라움과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기업가는 기민함을 발휘해 두 지역의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재빨리 움직여 싼 지역에서 사다가 비싼 지역에 판다. 그런 점에서 기업가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경쟁적이다. 이러한 경쟁은 시장참여자의 수와는 무관하며 이윤발견의 기회가 모두에게 개방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참여 기회가 개방돼 있으면 버려진 이윤기회를 발견하려는 경쟁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야 이윤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가적 발견은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진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깨닫지 못하였던 지식이 전파된다. 결국 시장과정이 작동하면서 싼 지역의 가격은 상승하고 비싼 지역의 가격은 하락해 두 지역의 가격이 같아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커즈너가 강조한 ‘경쟁과 기업가적 발견’이라는 개념은 반독점 정책이나 경제적 정의 등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반독점정책은 균형분석에서 사용하는 경쟁의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현실의 경쟁행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가 다수라는 상태를 의미할 뿐이다. 그래서 시장점유율에 기초한 반독점정책은 오히려 경쟁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산업에 한 기업만 있다고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면 오히려 이윤발견의 기회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다른 기업보다 앞서려는 경쟁행위가 줄어들고 만다. 산업에 한 기업만 있다는 것은 이윤기회를 엿보는 다른 기업이 뛰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산업에 더 이상의 이윤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래서 반독점정책은 진입의 자유를 확대하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커즈너에 따르면 이윤은 기업가적 발견을 통해서 새롭게 창조된 가치다. 기존의 파이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기업가적 이윤은 자본이나 노동을 소유한 사람의 몫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기업가적 발견은 자원의 소유여부와 무관하다. 자원이 없더라도 이윤기회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을 많이 소유하고 있어서 이윤을 얻는 것이 아니므로 자본이 어떻게 축적되었느냐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이윤기회는 우연히 발견된 것도 아니다. 우연히 발견되었다면 발견자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발견의 인센티브는 줄지 않는다. 하지만 이윤은 기업가의 ‘기민함’에서 초래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윤이 기업가에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이다.

커즈너의 ‘경쟁과 기업가 정신’은 오늘날 한국 경제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부 지식인은 기업과 기업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기업가가 바뀌더라도 기업은 유지될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기업은 기업가와 분리될 수 없다. 기업가가 빠진 기업은 생산설비의 단순 집합체에 불과하다. 여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가인 것이다.

정기화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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