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67)
[직업과 경제] 경제성장과 인적자본 그리고 교육자
최근 급속한 잠재성장률의 하락이 한국 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여러 경제기관의 예상을 고려할 때 현재 3%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머지않아 2%대로 떨어지고 2040년을 전후로 해서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몇몇 기관들은 2060년대에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여전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성장률마저 하락하면 우리의 염원인 선진국 진입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하겠다. 그렇다면 성장률을 반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어디에 집중해야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까.

고령화로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란 한 국가의 생산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거나 국민의 1인당 소득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경제성장은 상품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과 자본의 양이 늘어나거나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향상될 때 가능해진다.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경우에도 경제성장이 나타날 수 있지만,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유전이 터지지 않는 이상 그럴 가능성은 제로(zero)에 가깝다. 결국 한국의 경제성장은 노동과 자본 그리고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노동과 자본의 증가를 통한 경제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노동력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고착화되고 있는 저출산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0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73%에 육박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전체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빠른 속도로 감소해 인구절벽 현상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이 축소되고 있고, 구직난으로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즉 노동력이 많아져 생산을 증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노동력 감소가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효과를 불러오지는 않을지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직업과 경제] 경제성장과 인적자본 그리고 교육자
기술혁신으로 생산성 향상시켜야

자본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다. 자본은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 축적되기 마련이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기계나 장비를 신규로 구입하거나 공장을 새로 지을 때 자본이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기저기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일부 기업은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은행의 대출이자를 갚는 데 쏟아부어야 하는 처지일 정도다. 내수부진의 골 역시 점점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나라 밖 사정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우리의 경제우방인 미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찍어 풀기에 급급하고, 대한민국 제1의 수출시장인 중국은 지속돼온 성장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실제로 삼성, 현대를 비롯한 국내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5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곳간에 쌓아놓고만 있는 것이다. 결국 경제가 극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이상 투자와 자본의 축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다. 바로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그것이다. 기술혁신이란 기존의 생산방식을 개량해 발전시키거나 더 나은 새로운 생산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하던 모내기를 기계가 대신하고,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해 제품을 조립하는 것이 좋은 예다. 즉 동일한 생산요소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거나, 같은 산출량을 더 적은 생산요소로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기술혁신인 셈이다. 기술혁신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혁신은 노동이나 자본과 달리 수확체감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분당 타이핑 속도가 크게 향상된 타자기가 나온다면 속기사나 타자기의 수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서류를 타이핑할 수 있다. 즉 생산과정을 단축시키는 기술혁신이 나타나면 생산요소의 추가 투입 없이도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이 증가하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해진다.

우수한 인재, 기술혁신의 핵심

문제는 기술혁신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가 획기적인 장치를 발명하거나 효율적인 시스템을 개발해야만 기술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인적 자본이라 불리는 우수한 인재가 기술혁신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교육이 국가 경제 측면에서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적절하고 효과적인 교육을 통해 우수한 인재가 많아지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과 설비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 기업이 직원들의 훈련을 지원하고 정부가 국민에게 교육을 장려하는 이유는 복지 측면도 있지만 교육을 통해 인적 자본이 축적되면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국가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기술혁신을 담보할 우수한 인적 자본을 길러낼 수 있을까. 교육에서 교육자의 역할은 교육의 효과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교육자가 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가 높고 효율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피교육자, 즉 학생의 이해력과 지식이 보다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교육의 질적, 양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자의 역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이 목표로 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교수 방법과 효과적인 학습 활동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인적 자본을 통한 생산성의 향상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글로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지식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보면 더욱 그러하다. 더 이상 성장의 원동력은 물적 자본과 노동력의 투입에 있지 않다. 지적 우수함을 가진 인적 자본이 생산 능력을 높이고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고, 발전도 지속할 수 있다. 교육과 교육자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교육과 교육자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성장

한 국가의 생산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거나 국민 1인당 소득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성장은 노동과 자본의 양이 증가하거나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향상될 때 가능해진다.

■교육자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하며, 선생(先生) 또는 교사라고도 한다. 좁은 의미에서 교육자는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교육을 직접적으로 행하는 교원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간접적으로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선도하는 사람까지 포함한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