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와 안심전환대출

금융위원회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안심전환대출 재원 20조원을 추가 공급한다고 29일 발표했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갚고 있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원리금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지난 24일 출시된지 4일만인 지난 27일 당초 한도였던 20조원이 모두 소진됐었다.

- 3월 30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덜어주는 '안심전환대출' 열풍 등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덜어주는 ‘안심전환대출’ 열풍
모럴 해저드에 대한 우려도 커


☞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한 금융상품이 유례 없는 ‘히트’를 쳤다. 안심전환대출이란 게 그 주인공이다. 주택을 맡기고 돈을 빌린 사람들이 기존 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바꾸려고 새벽부터 은행 창구에 줄을 서는 바람에 북새통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심전환대출이 무엇이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정부는 20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일까.

안심전환대출이란 은행들이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조건으로 빌려준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상품이다. 지난달 24일 처음 선보였는데 나흘 만에 한도였던 20조원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기존 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바꾸면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생각하는 대출자가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금융권으로부터 빌리는 돈을 주택담보대출(모기지·mortgage)이라고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이자를 내야 한다. 이자는 자금을 빌린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이자를 계산하는 방법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두 가지가 있다. 고정금리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은행에 돈을 저축할 때 정한 금리가 약속한 기간(약정기간)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 2.0% 고정금리로 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린다면 1년간 이자로 2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변동금리는 그때 그때 금리가 바뀌는 것이다. 시중의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이자가 줄어든다. 가령 변동금리로 1000만원을 연 2.0%에 빌렸을 때 처음에는 연간 20만원의 이자를 내지만 시중금리가 올라 변동금리가 연 4%로 뛴다면 이자비용은 연간 40만원이 되는 식이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로 빌린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대출이다. 만기도 장기로 늘려주는 대신 이자만 갚던 걸 이자에 원금 일부를 합쳐 갚도록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려고 몰리는 것은 대출금리가 연 2.6%대로 시중금리보다 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3.6%다.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경우 1%포인트가량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억원을 빌렸다면 연간 이자가 200만원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금리 수준이 거의 바닥이어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작용했다. 앞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일 경우 이자 부담이 커지지만 고정금리로 바꾸면 이자가 늘어나지 않는다. 또 안심전환대출은 짧은 기간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 대출을 10~30년 장기 대출로 바꿔주는 것도 매력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안심전환대출 상품을 만들고 기존 대출을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걸까. 10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난 가계의 빚이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366조원(2014년 말 기준)에 달한다. 지금은 이자만 내고 있는 데 몇 년 후부터는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갚아나가야 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나눠 상환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되고 결국엔 나라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안심전환대출을 활용해 이자 부담을 줄여주고 만기도 길게 해주는 한편으로 원금을 앞당겨 나눠 갚게 만들어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위기 발생을 미리 막아보자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기존의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갚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처음부터 원금을 상환’하는 대출로 전환함으로써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심전환대출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계부채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첫째는 서민층이 많이 이용하는 2금융권 대출자는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문제가 나오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현상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의 안심전환대출 재원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발행해 제공한다. 주택금융공사는 기존 대출과 안심대출의 이자 차이만큼 손실을 떠안게 된다. 이 손실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중산층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를 샀는데 그 이자 부담 일부를 세금으로 대신 물어주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제때 성실하게 돈을 갚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지고, 정부에 손을 벌리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또 안심전환대출을 취급하는 16개 은행도 저리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 변동금리든 고정금리든 빌리는 사람의 선택이고 그로 인한 손익도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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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 연봉 공개

엔지니어 출신 삼성전자 CEO(최고경영자)가 지난해 최고 보수를 받은 샐러리맨 1,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을 총괄하는 신종균 사장은 지난해 총 145억72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보수총액 93억8800만원으로 2위에 오른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반도체 등 부품 소재 분야의 수장이다. 삼성전자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은 54억9600만원을 받아 4위에 올랐다.

- 4월 1일 연합뉴스

경영투명성 위한 등기이사 연봉 공개…反기업 정서 부추길수도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 덜어주는 '안심전환대출' 열풍 등
☞ 증권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상장사의 등기임원(등기이사,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사)는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한다. 올해 공개된 상장사 등기임원 연봉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기업인 자리에 올랐다. 정몽구 회장은 작년 3월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고 나서 94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아 작년 총 215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정몽구 회장 다음으로 많은 178억9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김승연 회장 보수의 상당 부분도 퇴직금이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작년 145억7200만원의 급여를 받아 보수 랭킹 3위를 기록했다. 정몽구, 김승연 회장이 받은 퇴직금을 제외하고 순수 연봉만 계산할 경우 신 사장은 국내 전문경영인과 오너를 통틀어 가장 많은 돈을 회사에서 받은 등기이사다. 이어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권오현 대표(93억8800만원), 윤부근 대표(54억9600만원)가 연봉 랭킹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등기이사 연봉 공개’는 지난해 국내에 도입됐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경제 민주화를 명분으로 연봉 5억원이 넘는 상장사 등기 임원의 연봉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하지만 연봉 공개 제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받고 있다. 첫째는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오너 경영인들이 연봉 공개를 피하기 위해 등기이사에서 사퇴함에 따라 오너 경영인의 책임 경영을 후퇴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연봉 공개가 불러올 반(反)기업 정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과 부자에 대한 반감이 강한 상황에서 대기업 오너 연봉 공개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말했다.

‘연봉 공개 제도’는 금융위기 때 글로벌 금융회사 임원들이 거액의 보수와 퇴직금을 챙기는 것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선진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선진국의 임원 보수 공개와 한국은 다르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미국·독일 등의 기업들은 경영진이 자체적으로 임원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임원 보수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견제 장치가 필요하지만 한국에선 주주총회에서 임원 보수 한도를 안건으로 정해 통과시키게 돼 있다는 것이다. 주주총회라는 견제 장치가 있는데 임원 개개인의 보수 현황을 밝히는 것은 과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