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63)
마약중독치료전문가는 마약으로 인한 습관성 중독행동과 중독자들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역할이 경제적인 함의를 갖는 것은 마약중독치료전문가들의 활동이 마약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마약중독치료전문가는 마약으로 인한 습관성 중독행동과 중독자들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역할이 경제적인 함의를 갖는 것은 마약중독치료전문가들의 활동이 마약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2015년 1월, 강남 도산 사거리에서는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질주 끝에 택시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고 도주하는 사고가 있었다. 놀랍게도 사고의 주인공은 유해물질이 가장 적어 아기 엄마들로부터 유명세를 얻고 있던 물티슈 회사의 대표였다. 그는 다량 섭취할 경우 환각 증세를 보일 수 있는 수면제를 상당량 복용한 상태로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타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고, 결국 마약류관리법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등 6가지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유명인들이 개입되는 마약 사건이 뉴스를 통해 심심찮게 들려온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적발된 마약밀수 규모는 1500억원으로 2013년 대비 62%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대검찰청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2011년 9175명이던 마약범죄자가 2012년 9255명, 2013년 9764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마약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마약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명시한 마약류 관리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마약 복용 및 투약에 대한 처벌 강도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실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이하의 내용을 살펴보면 마약을 상습적으로 유통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마약을 투약한 경우 1~3년에 불과한 처벌을 받게 된다. 마약을 구할 수 없으면 마약을 투약할 수도 없으니 마약류 관리법의 양형기준이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마약범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비탄력적인 수요’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마약 수요, 가격 변화에 둔감

마약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중독(addiction)’이다. 이는 라틴어 ‘Addicene’에서 유래한 단어로 고대 로마에서는 노예가 된 사람을 의미했다. 마약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마약 가격이 얼마인지와 무관하게 마약을 필요로 한다. 그 결과 마약을 구입하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고, 이러한 행동은 많은 경우 범죄로 이어진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가격이 변하더라도 수요량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경우를 ‘비탄력적 수요’라고 지칭한다. 마약중독자들의 경우 마약 가격이 높아져도 마약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마약에 대한 이들의 수요는 비탄력적이라 할 수 있다.

법률을 통해 마약 관련 범죄를 처벌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마약 유통을 담당하는 밀수범들을 엄격히 제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마약류 관리법과 같이 법정최고형을 부과한다면 마약 밀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마약에 대한 수요에 있다. 마약에 대한 수요는 좀처럼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밀수 규모가 감소해 마약 공급이 줄어들 경우 마약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수요가 비탄력적이라는 점이다. 그 결과 마약중독자들은 마약을 구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마련해야 하고, 이는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한편 마약 밀수자들은 높아진 마약 가격 때문에 예전보다 적은 횟수로 거래가 성공하더라도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강해진 처벌과 감시에도 불구하고 마약 밀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된다. 결국 마약 범죄 근절을 위해 만든 법률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이론적 결론을 확인할 수 있다.

마약중독, 엄청난 사회적 비용 유발

이러한 문제로 인해 경제학자들은 마약의 합법화를 주장한다. 마약을 합법화하면 마약을 불법으로 규정할 때보다 마약 판매로 인한 수입이 감소해 마약 밀수의 매력이 사라진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근거이다. 마약을 합법화하고 정부가 직접 중독자들에게 거의 공짜로 무제한으로 제공할 경우 마약에 대한 수요는 그대로이지만 공급이 무제한으로 증가해 마약 가격이 급격히 낮아지게 된다. 이제 마약중독자들은 마약대금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대신 보건 당국에 신고만 하면 된다. 또한 마약 밀수업자들의 수입은 급감해 마약 밀수가 매력을 잃게 될 것이다. 마약의 합법화가 마약 범죄의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다소 급진적으로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마약의 합법화로 인한 결과가 예상처럼 이루어진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할 경우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마약 범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마약중독치료전문가’들이다.

마약중독치료전문가는 마약으로 인한 습관성 중독행동과 중독자들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역할이 경제적인 함의를 갖는 것은 마약중독치료전문가들의 활동이 마약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마약류 관리법이 마약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다른 접근법이다. 마약중독치료전문가들은 중독자에 대한 법적, 경제적, 의료적 지원과 함께 계몽 활동도 활발히 수행한다. 마약의 위험성, 강한 중독성에 대한 사전적 교육을 통해 마약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사람들 혹은 마약 초기 중독자들이 강한 중독에 빠지기 이전에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러한 계몽 활동은 마약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약에 대한 수요가 아무리 가격 변화에 둔감하다 하더라도 계몽을 통한 수요 자체의 감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약 수요의 감소는 마약의 초과공급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마약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

정부 ‘전문 중독 상담가’ 양성에 나서

마약범죄 감소에 일등공신이 될 수 있는 이들 중독치료전문가들은 아직 그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함께 마약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심리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임상심리사, 상담심리사, 정신보건 사회복지사, 정신보건 간호사 등 정신건강 관련 자격증 취득과 실제적인 임상 경험도 요구된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민간자격증도 생겨났을 뿐 아니라 국가기관에서도 중독 상담에 대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중독 상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하니 그 수가 점차 증가해 상담과 계몽을 통한 마약범죄 감소 활동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기대된다.

[직업과 경제] 비탄력적 수요를 움직이는 '마약중독치료전문가'
사실 마약중독은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각자의 상황에서 힘들기만 한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마약뿐만 아니라 도박, 알코올 중독이 급증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거라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습관성 중독을 병으로 인식해 사회의 관심이 커졌다. 국가에서도 예산을 책정해 예방과 치료에 집중하고 계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중독 상담과 교육에 대한 일자리 역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활동이 중독자 개개인의 구제뿐 아니라 중독으로 인한 비탄력적인 수요 자체를 감소시켜 사회 전체의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된다는 점을 함께 기억한다면 마약중독치료전문가들의 직업적 사명감은 한층 커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수요의 가격탄력성(price elasticity)

수요의 가격탄력성이란 가격의 변화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1을 기준으로 1보다 큰 경우를 탄력적, 1보다 작은 경우를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탄력적인 경우는 가격이 조금만 상승해도 수요량이 크게 감소하는 경우를, 비탄력적인 경우는 가격이 크게 상승해도 수요량의 변화가 적은 경우를 의미한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