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세계의 국립중앙도서관, '시대의 기억' 후손에 전달
대한민국의 모든 책이 영구 소장되는 곳인 국립중앙도서관(國立中央圖書館)이 개관 70주년을 맞았다. 1945년 조선총독부 도서관이란 불명예를 벗고 국립도서관으로 다시 문을 연 지 70년 세월이 지났다. 납본제도(도서관법)에 의해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모든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보관된다. 도서관법 제20조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국내에서 발간되는 모든 서적을 수집해 국가의 지식 문화유산으로 영구보존토록 규정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도서관으로 시대의 모든 기억을 후손에게 이어주는 ‘전달자’인 것이다.

국립도서관 개관 70년…1000만 장서 ‘초읽기’

[포커스] 세계의 국립중앙도서관, '시대의 기억' 후손에 전달
1965년 도서관법 시행 이후 장서는 매년 급격히 증가해 왔다. 1945년 28만권이던 장서는 1997년에 300만권을 넘어서더니 2000년에 389만권이 되었다. 2010년에는 799만여권으로 두 배 증가하였고 2014년 986만권을 넘어 올해 6월에는 1000만 장서 시대가 열린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장서뿐만 아니라 국보 1종과 보물 9종을 비롯한 문화재 17종을 보관하고 있다. 중국 태고로부터 17정사를 편찬한 국보 제 148-2호 ‘십칠사찬고금통요권’과 허준이 쓴 조선 의학의 정수 ‘동의보감’(보물1085-1호), 김정호가 제작한 전국지도책 ‘해동여지도’와 ‘청구도’(보물 1593호, 1594-1호) 등 귀한 문화재가 국립중앙도서관 서고에서 숨 쉰다. 서고의 온도와 습도는 철저히 조절해 문화재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5만3449㎡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서 온도 20±2도, 습도40±5%를 유지시킨다. 70여년 세월을 지나면서 국립중앙도서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조선총독부 도서관이란 명칭을 벗고 첫해 200여명에 불과하던 이용자 수(1일 평균)는 이제 400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결혼식장으로도 개방하면서 연 100여쌍의 부부가 이곳에서 탄생하고 있다.

古문서 유산의 보고 ‘중국 국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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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된 희귀 고서(古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된 곳은? 바로 중국 국가도서관이다.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의 명으로 천하의 책을 모아 집대성한 사고전서, 고대 중국과 아시아 역사에 중요 자료인 돈황유서, 현존하는 불경 가운데 가장 오래된 조성금장 등 귀한 고서가 가득하다. 희귀본이 희귀하지 않은 ‘유산의 보고’가 바로 중국 국가도서관이다. 또 은허에서 발견된 갑골문자도 보관되어 있는데 이는 고대 신화 속 나라로만 여겨졌던 상나라를 실제 역사에 존재하는 나라로 증명한 유물이다. 현재까지 나온 한자 자료 가운데 가장 오래된 형태다. 중국 베이징에 자리 잡은 중국 국가도서관은 청 제국 말기인1909년에 개관했다. 10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도서관은 희귀본 33만점, 잡지 1387만권, 논문 1191만여점 등을 포함해 총 3120만개에 달하는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도서관 가운데 소장 자료 7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청 제국 말기 경사도서관을 시작으로 1928년 국립 북평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1949년 북경도서관으로 다시 변경됐다가 1998년에 지금의 중국 국가도서관으로 명칭이 확정됐다. 도서관은 구관과 신관으로 나눠지는데 주로 중국 문화의 정수가 담긴 고서들은 구관에 소장하고 디지털 자료 등은 신관에 보관하고 있다.

1억5000만점 소장 세계 최대규모 ‘대영 도서관’

[포커스] 세계의 국립중앙도서관, '시대의 기억' 후손에 전달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집필 한 곳. 세계의 지식 창고. 지식의 정원. 이 말들은 모두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희귀본을 열람하기 위해 찾는다는 영국 국립도서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사·문화·예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무수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어 ‘대영 도서관’으로도 불린다.

대영 도서관은 마르크스뿐 아니라 영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찰스 디킨스와 버지니아 울프, 코넌 도일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지식 창고였다. 당대 지식인들의 안식처이자 작업실이던 도서관은 영국 내 모든 인쇄물이 납본된다. 1400만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고 신문과 연구자료, 음악·녹음 자료 등을 합치면 1억5000만점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립도서관의 경제적 가치는 7000억원에 달한다.

대영 도서관의 희귀 서적과 자료, 전시회를 보기 위해 매년 150만명이 방문한다. 방대한 자료뿐 아니라 버지니아 울프, 오스카 와일드 등 유명 작가의 초판본과 헨델의 친필 악보, 구텐베르크 성경 등 가히 세계인의 ‘보물’이라 할 만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서 깊은 자료와 풍성한 전시회로 가득한 이 도서관은 시대의 흐름에 맞춘 변화도 추진한다. 전자책과 웹사이트, 온라인 매체 등 자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온라인 자료를 수집해 보관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美 최초 시민에 개방한 ‘보스턴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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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플리머스(Plymouth)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온 청교도 이민자들의 첫 보금자리였다. 교육열이 높은 청교도들의 기풍으로 매사추세츠 주에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하버드 대학교,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등 세계 유명 대학들이 설립되어 있다. 바로 이곳에 미국 최초 공공도서관인 보스턴 공공도서관이 1848년에 세워졌다.

19세기 중반부터 도서관 분관이 설립되기 시작해 총 26개의 분관이 보스턴 시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 본 건물은 1854년 3월 보스턴 시 메이슨 가에 건립되었고 개관 초기 1만6000여권의 도서와 자료를 소장했다. 미국 최초로 1895년에 어린이 전용실이 설치되었고 1902년 어린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스턴은 미국의 사회 및 지식 중심지였기 때문에 시민에 개방한 대규모 공공 도서관, 어린이 도서관 설립, 새로운 서비스 도입 등은 다른 미국 도서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 보스턴 공공 도서관은 현재 약 8900만점의 장서와 수많은 희귀 도서와 지도, 음악 악보, 인쇄물 등을 보유하고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조유라 한국경제신문 인턴(세종대 경영학 3) yooura3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