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내려다 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Focus] 더 높이…더 높이…세계는 '마천루' 경쟁 중
‘21세기 피라미드’ ‘첨단 건축기술의 집적화’ ‘부(富)의 집중’. 모두 마천루를 가리키는 말들이다. 마천루(skyscraper)는 통상 높이 150m 이상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물을 말한다. ‘skyscraper’는 하늘을 긁어댈 정도로 높다는 뜻으로 ‘마천루’는 하늘(天)에 닿을(摩) 만큼 높은 누각(樓閣)이라는 skyscraper의 한역(漢譯)인 셈이다. 세계 곳곳에서 초고층 빌딩은 경쟁적으로 세워졌다. 1930년대 후반 미국은 경제력과 선진 과학기술을 과시하며 수많은 마천루를 건축했다. 1960년대에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로 초고층건물을 적극적으로 건설했다. 최근 중국에도 마천루 열풍이 거세다. 무엇이든 세계 최고, 최대를 좋아하는 중국. 하지만 일각에서 ‘마천루의 저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르즈 칼리파 828m…1㎞ 시대 ‘초읽기’

마천루는 통상 높이 150m,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가리킨다. 미국 고층건물도시주거위원회(CTBUH)에 따르면 현재 세계1위 마천루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로 163층, 높이 828m다. 하지만 후난 성의 위안다 그룹이 220층, 높이 838m의 ‘스카이시티’로 도전장을 낸다. 2016년 완공 목표로 부르즈 칼리파보다 10m나 높다. 300m 이상 기록은 1930년 준공된 크라이슬러빌딩(77층·319m)이 먼저 차지했다. 하지만 이듬해 래스콥이 주도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02층·381m)이 그 자리에 올라섰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시카고 윌리스타워(108층·442m)가 73년 완공되면서 43년 동안 지켜온 왕좌 자리에서 내려왔다. 높이의 진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2019년에는 마천루의 진기록이 세워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첨탑 높이를 포함해 무려 1007m(168층)에 달하는 ‘킹덤타워’를 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인류는 건축 높이 1㎞ 시대를 열게 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높이 305m(68층)에 달하는 최고층 빌딩인 송도 동북아무역센터가 건설됐다. 2002년까지 최고층 빌딩으로 군림했던 여의도 63빌딩(249m)보다 56m 더 높다. 하지만 이 빌딩도 2016년에는 롯데월드타워에 최고층 타이틀을 내줘야 한다. 롯데월드타워의 높이는 555m(123층)층으로 동북아무역센터보다 250m 높다.

2022년 중국 마천루 1318개

중국 개혁개방 1번지인 상하이는 초고층 건물이 즐비해 ‘마천루 숲’을 이루고 있다. 1998년 상하이 푸둥 루자쭈이에 88층, 높이 421m인 진마오 타워가 들어서면서 중국 마천루 역사가 본격 시작됐다. 10년 후 2008년 진마오타워 옆에 101층 492m 높이의 상하이세계금융센터(SWFC)가 건설됐다. 현재 SWFC 바로 옆에는 121층, 높이 632m의 상하이 타워가 올해 준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중국의 마천루 건설 열풍은 상하이에서만 뜨거운 것이 아니다. 2017년 초 완공 예정인 후베이성 우한의 녹지센터는 높이 636m로 건설된다. 광둥성 선전에 건설되는 핑안 국제금융센터도 118층, 660m의 높이를 자랑할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 건축되고 있는 높이 300m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76개에 달한다. 세계에서 건설을 추진하는 초고층 빌딩의 62%를 차지하는 수치다. 중국이 짓는 초고층 건물은 332개로 5년 후 800개를 넘는다. 2022년에는 1318개에 달해 536개에 머물 미국의 두 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초고층 빌딩 필수품 ‘초고속엘리베이터’

하늘로 치솟은 마천루의 필수품은 바로 고속 엘리베이터다. 초고층 건물일수록 빠르게 원하는 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운행되는 엘리베이터가 꼭 필요하다. 세계 최고층 타이틀을 향한 마천루 경쟁 못지 않게 더 빠르고 안전한 첨단 엘리베이터를 만들기 위한 속도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엘리베이터는 대만 타이베이101 빌딩에 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초속 16.8m로, 101층까지 올라가는 데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근 개장한 미국 뉴욕의 원월드트레이드센터의 엘리베이터가 초속 10.2m로 두 번째로 빠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의 엘리베이터는 초속 10m다.

타이베이101 엘리베이터의 운행 속도는 내년과 후년 중국 고층 빌딩에 의해 잇따라 깨질 예정이다. 2015년 완공 예정인 상하이타워에 설치될 엘리베이터 속도는 초속 18m다. 2016년에는 광저우의 CTF 파이낸스센터가 초속 20m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 자리에 오르게 된다. 초속 20m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72㎞에 이르는 엄청난 속도다. 전문가들은 첨단 기압조절장치가 있어도 사람이 견딜 수 있는 기압 변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최대 속도는 초속 20m로 예측한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 마천루의 저주
착공할땐 경제호황, 완공하고 나면 불황 덮쳐


빌딩경제학에는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란 말이 있다. 이는 1999년 도이치뱅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가 제기한 개념이다. 100년간 사례를 통해 로런스는 고층빌딩을 짓는 시기는 대체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호황기지만 건물이 완성될 때는 거품이 빠져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호황기에 고층 빌딩을 짓는 기업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 악화된 현금 흐름을 감당할 수 없게 돼 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로런스는 “기업이 가장 큰 빌딩을 짓겠다고 공언하고 첫삽을 뜨면 그 회사 주식을 당장 팔라”고 주문했다.

미국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1930년)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931년)이 완공된 후 미국은 대공황(1929~1933년)에 빠졌다.

1973년 뉴욕에 쌍둥이 세계무역빌딩을 지었을 때는 오일쇼크를 맞았다.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또한 착공 당시인 2004년엔 중동 국가의 오일머니와 서방 금융사의 투자자금이 몰려들어 호황기였으나 완공 시점인 2010년 초엔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