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5) 아이작 애시모프의 '강철 도시'
[Book&Movie] 강철·콘크리트의 미래 도시…인간형사와 로봇의 공존
미국 과학소설 작가 아이작 애시모프(Isaac Asimov)의 <강철 도시·The Caves of Steel>는 추리소설의 모습을 한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다. 1954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1992년에 현대정보문화사가 한국어판을 냈다.

[Book&Movie] 강철·콘크리트의 미래 도시…인간형사와 로봇의 공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먼 미래의 뉴욕에서 근무하는 형사 라이지 베일리다. 그는 동료인 로봇 형사 대닐 올리보와 함께 살인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가 활약하는 시기에 인류는 먼 행성들로 진출해서 우주 제국을 건설했다. 반면에 지구 자체는 너무 많은 인구를 부양하느라, 철저하게 통제된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강철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건물 안에서 1000만명이나 되는 뉴욕 시민이 살아간다. 제목의 ‘강철 도시’는 이런 상황을 가리킨다.

추리소설의 내용이나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독자들에 대한 가장 어리석은 친절이다. 그래도 흥미롭고 극적 반전으로 끝난다는 것은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애시모프 자신의 얘기를 인용하면, “<강철 도시> 이후로는 내가 다른 책을 쓰고 있다는 말만으로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인간 형사와 로봇 형사의 콤비가 멋졌으므로, 그들이 활약하는 속편들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1957년에 애시모프는 <벌거벗은 태양·The Naked Sun>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뒤로 다른 작품들을 쓰느라 베일리와 올리보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을 쓰지 못했다. 거의 30년이 지나서야, <여명의 로봇·Robots of Dawn>과 <로봇과 제국·Robots and Empire>을 발표했다. <로봇과 제국>은 앞선 작품들보다 200년 뒤의 시점에서 전개돼 베일리는 죽고 로봇 형사인 올리보가 다른 인간과 함께 활약한다.

애시모프는 로봇을 주제로 삼은 이야기를 많이 썼는데, 그것들은 <나, 로봇·I, Robot>에 수록되었다. 이 단편들에서 그는 인류를 로봇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장치인 ‘로봇 공학의 세 법칙들(Three Laws of Robotics)’을 선보였다.

위의 세 법칙을 생각해낸 뒤, 애시모프는 사람이란 말을 정의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세운 법칙을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사람들의 판단이 늘 합리적인 것도 아니므로, 로봇에게 그저 사람의 명령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충분한 지침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애시모프는 개별적 사람들에 우선하는 인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애시모프가 이 같은 법칙을 내놓자, 로봇 소설을 쓴 작가들은 거의 모두 그것을 문학적 관행(convention)으로 받아들였다. 인공지능의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미국 과학자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는 그 법칙들을 실제로 컴퓨터에 집어 넣으려고 애썼다.

이 책 이래서 권합니다 "억눌린 가슴을 펴고 상상력을 펼 수 있는 기회를 줘"

내가 학생들에게 <강철 도시>를 추천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먼저, 재미있다. 좋은 추리소설이야 으레 재미있지만, 이 작품은 과학소설의 재미도 함께 제공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작의 다음 작품으로 이끈다.

‘입시 지옥’이라 불리는 우리 교육 체계 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몸도 마음도 억눌려 지낸다. 우주 제국이 건설된 먼 미래의 모습을 그린 <강철 도시>는 그처럼 억눌린 가슴을 펴고 상상력을 한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과학소설에 대한 관심이 안타까울 만큼 작은 우리 사회에서 <강철 도시>는 젊은이들이 애시모프라는 위대한 작가를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로봇 연작을 읽은 젊은 독자들이 그의 웅장한 <기단·Foundation> 연작을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제1법칙(The First Law): 로봇은 사람을 해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A robot may not injure a human being, or, through inaction, allow a human being to come to harm)

제2법칙(The Second Law): 로봇은 사람이 내린 명령들을 따라야 한다, 그것들이 제1법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A robot must obey the orders given it by human beings except where such orders would conflict with the First Law)

제3법칙(The Third Law):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런 보호가 제1법칙이나 제2법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 (A robot must protect its own existence as long as such protection does not conflict with the First and Second Law)

제0법칙 (The Zeroth Law): 로봇은 인류를 해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류가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A Robot may not injure mankind, or, through inaction, allow mankind to come to h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