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조지표와 실제 실업률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중 287만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혀온 실업자 수보다 200여만명이나 더 많은 것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1840만 가구)를 고려하면 대략 여섯 집에 한 집꼴로 실업자가 있는 셈이다. 통계청은 12일 ‘10월 고용 동향’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고용보조지표’를 처음으로 조사해 공개했다.

- 11월13일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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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얼마나 될까?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실업률은 3.2%다. 주변을 얼핏 살펴보더라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많은데 현실에서 느끼는 것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이 왜 이처럼 차이가 나는 날까? 그 답은 실업률을 구하는 기준, 즉 어떤 사람을 실업자로 볼 것인가에 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

우리나라에서 실업률을 조사해 발표하는 곳은 통계청이다. 통계청은 ①지난 4주간 구직 활동(일자리를 찾는 활동)을 했고 ②일이 주어지면 즉시 일할 수 있지만 ③지난 1주일간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을 실업자로 규정한다.

실업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한다. 먼저 일을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노동가능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 생산가능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로, 총인구 중 15세 미만 인구를 빼면 된다. 단 생산가능인구에는 군인과 교도소 수감자 등은 제외한다. 이렇게 구한 생산가능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취업할 의사가 없는 학생과 주부, 취업할 능력이 없는 노약자와 환자 등)를 빼면 경제활동인구가 나온다. 이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실업자로 구성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이다. 실업률보다 좀 더 넓은 지표인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눠 구한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생산가능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다.

이를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실업률 = 실업자 수÷경제활동인구×100=실업자 수÷(취업자 수+실업자 수)×100
◇고용률 = 취업자 수÷생산가능인구×100
◇ 경제활동참가율 = 경제활동인구÷생산가능인구×100


이런 기준에 따르면 지난 10월 공식 실업률은 3.2%, 실업자는 85만8000명이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체감 실업률이 높은데도 정부의 실업률 통계는 3% 안팎에 그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왜 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에 차이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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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실업률과 체감 실업률 간에 큰 차이가 나는 건 취업을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 상태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업률 통계에선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된다.(피부로 느끼는 실업률과 정부통계는 왜 차이가 날까?)

그래서 실업률 산정에선 제외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층은 대학 진학률이 높은 데다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비경제활동인구에 머무는 비중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많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실업률은 외국보다 항상 낮게 나온다”며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지 못한 취업준비생이나 실질적 실업자들이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보조지표는 광의의 실업률

통계청이 이번에 처음 발표한 고용보조지표는 이런 실업 통계와 현실 간 간극을 잡아보기 위한 장치다. 취업욕구가 있는 사람을 포함해 파악한 지표로 실업자 외에 불완전 취업자(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비경제활동인구(잠재경제활동인구)를 포괄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10월 ‘일하고 싶은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않은 사람들’을 실업률 통계에 반영하도록 새로 국제기준을 정한 뒤 이에 따라 처음 만들어진 통계다. 구직단념자는 물론 단기 알바, 취업준비생, 경력단절 여성 등을 모두 통계에 포함시킨 ‘광의의 실업률’로 볼 수 있다.

고용보조지표는 ‘일하고 싶은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못한 노동력’을 나타낸다.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보조지표는 3가지다. 첫째(고용보조지표 1)는 취업은 했지만 주당 36시간 미만 일하고 있어 더 일하고 싶은 사람(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이다. 둘째(고용보조지표 2)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현실적으로 취업이 불가능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지만 잠재적으로 취업이나 구직이 가능한 사람(잠재경제활동인구)이다. 셋째(고용보조지표 3)는 고용보조지표 1과 2를 더한 것이다. 고용보조지표는 ‘사실상(실제) 실업률’ 또는 ‘체감 실업률’과 유사하며 다음과 같은 식으로 구해진다.

고용보조지표 1 =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 + 실업자) ÷ 경제활동인구
고용보조지표 2 = (잠재경제활동인구 + 실업자) ÷ 확장경제활동인구(경제활동인구 + 잠재경제활동인구)
고용보조지표 3 =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 + 잠재경제활동인구 + 실업자) ÷ 확장경제활동인구(경제활동인구 + 잠재경제활동인구)


이렇게 고용보조지표를 활용해보니 10월 실업률이 각각 4.4%, 9.0%, 10.1%로 집계됐다. 모두 공식 실업률(3.2%)보다 훨씬 높다. 통계청은 “높은 대학진학률과 취업 준비기간 장기화 외에 출산·육아 등에 따른 경력단절로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은 것도 사실상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용보조지표 3을 활용한 ‘실제 실업률’은 10.1%다. 공식 실업률의 세 배를 넘는다. 일을 하고 있거나 하기를 원하는 1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 정도는 제대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체 규모는 287만5000명에 이른다. 실업자가 85만8000명, 단시간 근로자(주당 36시간 미만)로서 더 일할 수 있고,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31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취업준비생처럼 당장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170만4000명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그동안 감춰졌던 실업자 201만명은 대부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15~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3%로, OECD 평균인 59%보다 낮다. 또 1년에 몇 번 정도로 취업 시즌이 정해져 있어 이때가 아니면 구직 활동도 쉽지 않아 ‘최근 4주 이내 구직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기준에 미달해 아예 실업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통계는 올바른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첫 단추다. 통계가 정확해야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업 통계의 개편이 고용정책 진일보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실업률 : 만 15세 이상이면서 일할 능력과 취업 의사를 갖고 있는 사람(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실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실업자는 ①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고 ②일이 주어지면 할 수 있고 ③ 최근 4주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한 사람을 말한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1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일을 하면 실업자가 아닌 ‘취업자’로 분류된다.

☞ 경제활동인구 : 만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근로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뉜다. 주부·수험생·학생 등은 당장 노동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