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칼럼니스트 김은섭의'책을 펼쳐보세요'-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저자 엘리자베스 던·마이클 노튼 / 역자 방영호 / 출판사 알키
[Book & Movie] 돈만 많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행복을 담보하는 '돈 쓰는 원칙'은 따로 있다
[Book & Movie] 돈만 많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행복을 담보하는 '돈 쓰는 원칙'은 따로 있다
‘돈으로도 행복을 살 수 있을까?’ 누군가가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 대답할 것인가. 나는 ‘물론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단 ‘돈을 잘 쓰면’이라는 중요한 전제가 붙는다면 말이다. 책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 저자들도 소비를 통해 만족을 느끼는 법을 배운다면 적게 써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부자가 되는 첫걸음은 버는 것보다 덜 쓰는 것’이라고 했다. 지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행복은 소득이 아닌 지출에 있다는 것이다. 불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귀가 솔깃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저자들이 책에서 제시하는 ‘행복을 담보하는 지출원칙’은 크게 다섯 가지. ‘체험을 구매하라’ ‘특별하게 만들어라’ ‘시간을 구매하라’ ‘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이다.

사람들은 물질적인 것보다 체험적인 것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체험을 구매하라). 집이나 자동차를 사면 며칠은 기쁘고 행복하지만 내 생활에 젖는 순간 평범해진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해외여행이나 콘서트 관람, 간절했던 사람과의 특별한 저녁식사는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한 기억이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행, 영화감상, 운동경기 관람 등 여가활동에 지출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삶에 대해 상당히 높은 만족감을 표현했다.

평범한 일상도 약간의 변화를 주면 특별해진다(특별하게 만들어라). 출퇴근길 많은 직장인의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다. 습관처럼 마시는 이 커피는 스타벅스에선 한 잔에 대략 5000원, 하루 두 잔이면 1만원이다. 1년이면 365만원으로 여름휴가로 유럽여행을 갈 만큼이 돈이다. 우리는 필요하지도, 잘 쓰지도 않는 물건에 습관 때문에 돈을 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소 즐기던 것을 끊어보고, 익숙한 것은 약간 다른 시선으로 새롭게 본다면 특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한심하기 그지없게도 우리는 몇 푼 아껴보겠다고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버리는 실수를 반복한다(시간을 구매하라). 아버지는 기름 값 1000원을 아끼겠다고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한 시간을 운전하고, 어머니는 무료 건강음료 시음제품을 얻겠다고 뙤약볕 아래 끝도 없이 늘어선 줄에서 무작정 기다린다. 책 <돈 사용설명서>에서는 ‘돈은 곧 생명력(시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생명력이란 우리에게 허락된 수명으로, 쉽게 말해 우리가 일을 하러 직장에 가는 것은 자신의 생명력을 돈과 바꾸는 셈이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저자들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텔레비전은 재미가 쏠쏠한 물건임에는 틀림없지만, 사람들은 1년에 두 달을 텔레비전에 바치고 있다고 한다.

행복한 소비를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신용카드를 반으로 접어야 한다(먼저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라). 온갖 고생 끝에 번 돈은 쓰기가 정말 괴로운 법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고통을 ‘지출의 고통’이라 하는데, 우리는 구매의 쾌감과 지출의 고통을 저울질하며 지갑을 열지 말지를 결정하며 현명한 소비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출의 고통을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적이 있으니 바로 신용카드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구매하는 순간에 느끼는 지출의 고통이 경감되어 현명하고 상식적인 사람들도 쉽게 ‘지름신의 유혹’에 빠져 결국 빚쟁이가 된다. 신용카드 대신 ‘선 지급, 후 소비’ 습관을 들이면 기다리는 즐거움과 소비하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돈을 내고 나중에 소비하는 대표적인 예는 인터넷쇼핑이다. 배송이 오래 걸리는 인터넷 쇼핑몰은 충동구매를 줄이고 건전한 구매를 꾀할 수 있다. 또한 신용카드 대신 직불카드를 사용하자. 직불카드는 비용을 즉시 지급하기에 빚질 일이 없어져서 행복감이 높아져서다.
[Book & Movie] 돈만 많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행복을 담보하는 '돈 쓰는 원칙'은 따로 있다

지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법은 없다. 그보다는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행복하고 싶다면 소득을 늘리려고 애쓰기보다 소득의 일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지출하면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의 보상, 즉 금전이 아닌 ‘행복’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다른 사람에게 투자하라). 나의 지출로 다른 사람을 도와 행복을 느끼는 성향은 인간 본성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스스로 기부를 선택한 경우 뇌의 보상 영역은 만족을 자기평가하는 동시에 활동이 상당히 활발해진다고 한다. 돈을 가지면 행복해진다. 돈이 많으면 행복감이 높아진다. 하지만 최고의 행복감을 얻고 싶다면 지갑 속이 푼돈일망정 가끔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에 쓰는 것이다.

‘행복을 담보하는 소비원칙 다섯 가지’를 종합한 최고의 행복한 소비의 예는 뭘까. 지인을 맛집에 초대해 선물 받은 상품권으로 요리를 사주고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투자했고, 체험을 구매했으며, 먼저 돈을 낸 상품권으로 소비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큰 돈 필요 없는 행복한 소비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실제로 누군가 당신에게 “돈이 얼마나 있으면 행복할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여전히 다다익선多多益善, 즉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답한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