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신개발은행은 '브릭스판 IMF'…세계경제질서 재편 신호
브라질과 러시아 등 브릭스(BRICs)의 신개발은행 설립은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가 16일 보도했다. 인도 경제학자 디파크 나야르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브릭스가 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는 세계경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 8월 16일 연합뉴스

☞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신개발은행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국이 세계 금융권력에서도 미국과 맞서고 있는 단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신개발은행(NDB·New Development Bank)은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5개국이 지난 7월 브라질에서 가진 제6차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국가 및 기타 개발도상국들의 인프라 및 지속가능한 개발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위해 설립하기로 결정한 국제 금융기구다.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하며 5개국이 각각 100억달러를 출자, 500억달러의 초기 자본금을 조성하게 된다. 본부는 상하이에 들어설 예정이다.

NDB와 위기대응기금의 설립은 세계 경제지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미국의 발언권이 약화되고 중국의 발언권은 세질 것으로 보인다. NDB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바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다. IMF와 WB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회의에서 만든 국제금융기구다. 미국은 이 IMF와 WB를 통해 전후 세계 경제질서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NDB의 설립으로 IMF와 WB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건 곧 미국의 입김이 약화된다는 뜻이다.

IMF는 세계 외환시장(환율)의 안정과 경제위기국에 대한 자금 지원 역할을 해왔다. WB는 개발도상국에 경제발전 노하우와 경제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미국은 이 두 기구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해왔으며 미국식 가치관을 세계에 전파해왔다는 비판도 들어왔다. NDB와 위기대응기금이 가동되면 중국 등은 이를 통해 위기국에 자금을 지원하고 경제개발도 도우면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또 자신의 가치관도 세계에 심을 수 있게 된다.

NDB와 함께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다. AIIB는 미국 일본이 이끌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창설을 주도하고 있는 국제금융기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처음 제의했다.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이 참여한다. 중국은 내년까지 AIIB 설립을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AIIB에 대한민국이 참여할지는 이슈가 되고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제금융 메카로 부상한 상하이의 ‘천지개벽’은 한국에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금융산업 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