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붐

부산은행이 다음달을 목표로 1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이날 일부 증권사에 10년 만기 코코본드 발행 계획을 알리고, 주관 증권사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다음달 발행에 성공하면 오는 29일 발행 예정인 JB금융지주(2000억원)에 이어 국내에서 발행하는 두 번째 코코본드가 될 전망이다.

- 8월26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평소에는 채권, 위기땐 주식…코코본드 발행 러시
☞ 요즘 은행들이 앞다퉈 코코본드라는 유가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코코본드가 뭐길래 은행들이 너도나도 발행하려 하는 것일까?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조건부 자본증권 또는 우발전환사채)는 말 그대로 일정 조건 아래(Contingent) 다른 증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Convertible) 채권(Bond)을 뜻한다. 평소에는 채권이지만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정도로 은행이 부실화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 일종의 변형된 전환사채(CB)라고 볼 수 있다.

CB(Convertible Bond)는 채권과 주식의 중간 형태 유가증권으로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전환사채와 코코본드는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조건이 다르다는 데 차이가 있다. 전환사채는 전환사채를 산 투자자들의 자유 판단으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반면 코코본드는 특정 사유 발생 시 발행사가 강제로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상각하게 된다. 특정 사유는 코코본드 발행 때 미리 정해지는데 은행 자본비율 저하나 공적자금 투입 등이 대표적이다.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하는 은행은 우리은행, 기업은행, 부산은행, JB금융지주 등이다. JB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은 각각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2015년까지 국내외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코코본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들이 줄줄이 부실화되자 은행의 자본요건을 강화한 새로운 국제 은행감독기준인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등장했다. 바젤Ⅲ는 국제 은행감독기준을 만드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정한 기준인데 바젤Ⅱ보다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자기자본 질도 더 좋게 하라는 게 핵심이다. 바젤Ⅲ 이전에는 은행이 자기자본을 늘릴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가 후순위채였다. 후순위채는 우리나라에서 저축은행이 망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을 울린 상품으로, 채권 발행회사 파산 시 돈을 받을 수(변제) 있는 권리가 주주를 제외하고는 가장 늦은 채권이다. 하지만 바젤Ⅲ 체제에서 후순위채는 은행의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런 후순위채와 달리 코코본드는 바젤Ⅲ에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점점 높아지는 BIS 자본비율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전 세계 은행들이 코코본드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종잣돈(자기자본)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데다 만에 하나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주식으로 강제로 바꾸거나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어 부담이 크게 덜어진다. 예를 들어 부산은행이 1000억원의 코코본드를 발행했다고 하자. 이 1000억원은 부산은행의 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부산은행은 평상시엔 코코본드 발행 때 명시한 이자(예를 들어 연 5%)를 코코본드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그런데 은행 경영이 잘못돼 재무상태가 나빠지고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부산은행은 코코본드를 강제로 주식으로 바꾸거나 휴지조각(상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주식으로 바꿀지 또는 상각할지는 발행할 때 은행이 결정한다. 주식으로 변환되면 투자자는 ‘채권자’에서 ‘주주’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에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주가가 하락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상각되는 경우에는 채권이 휴지조각이 돼 투자자는 투자 원금을 날리게 된다. 반면 은행 입장에서는 위기시 부채가 자본으로 바뀌기 때문에 부실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만기가 30년 이상으로 매우 길고 중도에 되찾기 어려운 점도 코코본드의 특징이다.

코코본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등장한 신종증권의 하나다. 고금리라는 매력 덕분에 해외에선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영국 로이즈은행이 2009년 말 처음으로 발행한 이후 세계적으로 발행 규모가 급속히 늘었다. 올해는 830억달러(약 8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과 스위스 은행들이 발행을 주도하던 초기만 해도 다른 지역 은행들은 관망하는 태도였다. 그러다 이 상품이 유럽에서 히트를 치자 유행이 아시아까지 건너왔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 발행된 코코본드 중 83%가 올해 발행될 만큼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 금융회사 중에는 우리은행이 지난 4월 해외에서 10억달러 규모를 발행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직접 투자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만기가 매우 길고 원금을 통째로 잃을 가능성도 있어 개인의 투자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 100兆 육박 사회보험료, 경제에 큰 짐

◆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회보험료

지난해 건강보험료 등으로 낸 사회보험료가 90조원에 육박하고 내년에는 100조원이 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5대 사회보험 비용이 88조7960억원이라고 24일 밝혔다. - 8월25일 연합뉴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평소에는 채권, 위기땐 주식…코코본드 발행 러시
☞ 정부가 쓰는 예산에서 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돈이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사회보험료도 조만간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지출이나 사회보험료는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의 일종으로 저소득층에 삶의 희망을 불어넣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사회보험은 정부가 공적 목적을 위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보험이다. 우리나라에선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지난해 5대 사회보험료는 약 89조원이다. 전년보다 11.2% 급증했다. 건강보험료는 39조원, 국민연금 보험료는 35조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고용·산재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은 합쳐서 15조원에 육박했다. 이 돈의 45.2%는 기업이 냈고 근로자가 36.6%를 부담했다. 나머지는 정부·자영업자 등이 냈다.

문제는 사회보험료의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팔라 기업과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보험료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9.9% 늘었다. 경제 성장속도(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합한 5.8%를 4.1%포인트나 웃돌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이런 추세라면 2023년에는 지난해 부담액의 2.5배인 225조원에 이른다. 국내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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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GDP) 대비 비중도 2003년 4.2%, 지난해 6.2%에서 2023년엔 11.3%로 뛸 전망이다.

사회보험료 증가의 주 요인은 고령화로 건강보험, 국민연금 지출이 급증한 데 있다. 하지만 퍼주기 복지 속에 방치되고, 방만하게 운영돼온 것도 사실이다. 사회보험료 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억제하려면 지출구조를 재검토하고, 사회보장의 적정 수준과 국민부담 한도를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