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33) 축구심판의 과도한 개입과 정부실패
2014년 6월13일,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가 맞붙은 월드컵 개막전이 진행되던 후반 26분 경기장이 떠나갈 만큼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각각 한 골씩 성공시켜 팽팽한 균형을 이어가던 경기가 주심의 페널티킥 선언으로 승부의 추가 브라질로 기울어진 것이다. 페널티킥 성공으로 자신감이 한층 커진 브라질의 공격수 네이마르는 생애 첫 월드컵에서 페널티킥 역전골과 승리의 쐐기를 박는 골을 연달아 터뜨리면서 이 경기 최고의 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됐다.

경기가 끝난 뒤 전 세계의 모든 언론은 개막전 경기에 대해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의 주제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개최국 브라질을 꺾을 뻔했던 크로아티아의 강한 경기력도, 두 골이나 성공시키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던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도 아니었다. 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바로 이 날 경기의 주심인 니시무라 유이치 심판이었다. 이날 승부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페널티킥 판정이 축구경기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반적인 수준의 신체접촉을 파울로 간주해 선언됐다. 개막전에서 개최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경기가 니시무라 주심의 오심성 판정 한 번으로 3 대 1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처럼 축구경기의 결과는 선수들의 기량뿐만 아니라 심판의 역할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심판은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경기 전반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이를 실제 경기에서 집행함에 있어 거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선심의 판정을 무시하거나 따르지 않을 정도로 경기에 한해서는 거의 전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심이 반칙행위를 방관하거나 어느 한 팀에만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면 정당한 경기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축구경기의 절대적 권한

축구리그가 발달한 국가일수록 직업으로서의 심판의 대우가 안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에서 갖는 심판의 중요도를 생각할 때 선수들의 노력에 걸맞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심판 역시 선수 못지않은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주심은 약 1800만원의 월급과 경기당 약 60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박지성 선수 이후 많은 한국인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 EPL의 전임심판들도 약 1억40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4000만원가량의 보너스를 추가로 받는다. 축구에서 심판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임과 동시에 유독 축구경기에서의 오심에 대해서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축구경기에서의 높은 중요성으로 인해 거의 절대적인 권한을 갖는 심판이 경기에 지나치게 개입하여 시시콜콜한 점까지 규제하고 통제하거나, 공정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게 되면 재미없는 경기가 진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양 팀이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가 없다.

이를 경제학적인 시각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시장개입으로 인한 ‘정부실패’로 설명할 수 있다.

정부실패란 시장실패가 발생했을 때 시장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경제의 안정성을 더 해치거나 시장의 기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개입이 지나쳐 발생하는 문제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시장의 실패는 공공재와 외부효과에 의해 발생한다.

시장 보호를 위한 정부의 개입

공공재란 국방, 치안과 같은 서비스로서 공공재는 일단 생산되고 나면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공공재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 공공재를 먼저 소비한다고 해서 내가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지도 않는다. 생산된 공공재는 항상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공공재 소비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이게 된다. 무임승차자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재의 생산을 시장에 맡겨놓을 경우 제대로 된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생산하는 것이다. 외부효과의 경우도 시장에 맡겨둘 경우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어려워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다. 외부효과란 누군가의 생산과 소비활동이 다른 개인에게 손해나 이득을 주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보상이나 보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외부효과는 긍정적인 외부효과와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존재한다. 공장에서의 생산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매연으로 옆 마을 주민의 세탁빈도가 높아졌지만, 이 공장이 해당 주민의 세탁비를 보상하지 않는 것은 부정적 외부효과의 예이고, 교육을 통해서 그 혜택이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긍정적 외부효과의 예이다. 따라서 외부효과가 존재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민간에 생산을 맡기면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하는 재화나 서비스는 지나치게 많이 생산되는 반면 긍정적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경우는 적게 생산된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정부가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문제는 정부가 오판을 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세부적인 원인은 공공재 혹은 외부효과 때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즉, 정부가 개입하는 이유는 시장을 보호하고 보조하는 점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잊고 지나친 시장 규제와 간섭을 하거나 시장실패를 이유로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경우 오히려 시장실패 보다 더 큰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최고급 대우받는 국제심판

한 국가의 경제에서 시장경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듯 축구 경기에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가 바로 심판이다. FIFA에서 인정하는 최고등급의 심판인 국제심판에 대해 축구를 하는 모든 국가에서 최고의 대우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제심판이라면 경기를 위해 이동시에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항공권이 제공되고, 전용차량을 이용한다. 숙소도 최고급 호텔에서 묵게 된다. 이러한 국제심판은 전 세계에 약 2800명에 불과하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정년도 45세로 제한되어 있고, 그 선발조건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총 23명의 국제심판이 활동하고 있다.

직업으로서의 축구 심판은 다른 어느 경기의 심판보다 밝은 전망을 갖고 있다. 축구가 가장 많은 국가에서 즐기는 스포츠라는 점도 그 이유 중의 하나지만, 무엇보다 장밋빛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전문성에 있다. 심판의 최고 등급이라 할 수 있는 국제심판의 정년이 45세로 짧고, 끊임없는 자기관리를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문성은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월드컵 심판이었던 박해용 심판과 남아공 월드컵에 나섰던 정해상 부심 등은 각종 강단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전수할 뿐만 아니라 FIFA의 공식 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만
[직업과 경제의 만남] (33) 축구심판의 과도한 개입과 정부실패
23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연소 국제심판이 된 홍은아 심판이 이화여대 교수로 임용된 사례 역시 심판의 향후 진로가 다양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축구 심판들은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자신들의 심판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2018년 월드컵에서는 개막전에서 한국인 심판이 정확한 판정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시장실패란 공공재 혹은 외부효과 등의 이유로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반면 정부실패란 시장실패를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기능을 더 악화시키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