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의 만남] (28) 직업탐색 비용 줄여주는 '전직지원전문가'
최근 정부는 새로운 직업 40여개를 육성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직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지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해 보겠다는 기대에서다. 정부는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신직업 발굴과 육성은 창조경제 실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기에 나중에 따져볼 문제다. 다만 산림치유지도사, 그린장례지도사 등 발표된 직업의 대부분이 이름부터 낯선 생경한 직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바람대로 될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고 발표된 모든 직업이 다 생경한 것은 아니다. 어떤 직업은 이름만 들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이 가기도 한다. ‘전직지원전문가’가 대표적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직지원전문가’는 퇴직자나 퇴직 예정자에게 그들의 경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 또는 제2의 직업을 추천하고 알선해 주는 사람을 말한다. 쉽게 말해 비슷한 직종의 새로운 직장으로 일자리를 옮기거나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찾으려는 사람에게 구직활동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전직지원전문가를 새로운 직업의 하나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라진 ‘평생직장’ 개념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당연한 말이었던 평생직장의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또한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직과 전직은 과거와는 달리 이미 흔하디 흔한 일이 되어버려 어느 때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직이나 전직과 관련된 상담을 제공하고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일부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수요는 많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전직 지원 시장 규모와 발전이 이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전직지원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이직과 전직을 원활히 하여 노동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프랑스와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고, 전직지원 관련 국가기술자격을 신설하여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지원전문가 양성은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는 점에서 신직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계획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직지원전문가는 경제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까?

마찰적 실업 줄이는 역할

실업은 크게 자발적 실업과 비자발적 실업으로 나눠진다. 비자발적 실업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생하는 실업이다. 경기가 불황일 때 일자리가 줄어 발생하는 ‘경기적 실업’, 계절이나 기후적 특성에 영향을 받아 농업이나 건설업 등에서 주로 나타나는 ‘계절적 실업’, 특정 산업이 기술이나 경제 구조의 변화로 쇠퇴하면서 그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구조적 실업’ 등이 비자발적 실업에 속한다. 반면 자발적 실업은 말 그대로 노동자 자신의 의지에 의해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것을 말한다. 즉, 일할 의사와 능력은 있지만 주어진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원하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자발적 실업은 노동자와 기업이 임금이나 근무 여건 등 조건을 두고 충돌하여 발생하는 실업이라는 점에서 마찰적 실업이라고도 한다. 전직지원전문가는 바로 이러한 마찰적 실업을 줄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삼포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청년실업도 대부분 마찰적 실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구인난에 빠져있는 중소기업이 많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 구직자들은 좀처럼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무원과 교사 등 청년들이 바라는 조건 좋은 직장은 채용인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 덕분에 일부 청년들은 대학 졸업까지 유예하고 있고,현재도 자신의 조건에 맞고 또 희망하는 직장을 찾기 위해 구직활동, 다시 말해 직업 탐색(job search)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구인구직 미스매칭 해소

여기서 직업 탐색이란 임금이나 근무 여건 등 구직자가 희망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자리를 발견할 때까지 구직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직업 탐색 과정에는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학원 등록비와 교재 구입비가 필요하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면접 때 입을 옷을 구입하기도 하고, 지방 거주자의 경우 서울로 올라올 교통비와 서울 체류 기간의 생활비가 있어야 한다. 또한 직업 탐색 과정에서 포기한 직장이 있을 경우 그 직장을 다니면서 받을 수 있었던 임금도 기회비용 측면에서 탐색 비용에 포함된다. 구직자는 이러한 명시적, 묵시적 비용을 모두 고려하여 직업을 탐색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직업 탐색 기간은 직업 탐색에 들어간 비용에 비례하여 길어지게 마련이다. 한편 원하는 직장의 조건이 좋을수록, 또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실업수당이 많을수록 구직자는 직업 탐색을 계속 이어가려는 경향을 보인다.

탐색 비용으로 인한 직업 탐색의 장기화는 노동시장에서 구직과 구인의 미스매칭을 불러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가 전직지원전문가를 양성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구직 정보를 전달하고 전문가 입장에서 구직과 관련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면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직업을 탐색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직업과 경제의 만남] (28) 직업탐색 비용 줄여주는 '전직지원전문가'
다만 정부가 바라는 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유념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전직지원전문가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존 직업과의 관계 설정이다. 전직지원전문가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헤드헌터를 들 수 있다. 헤드헌터는 구직자와 구인자에 대한 정보를 서로에게 소개하고 적절한 직장과 인재를 알선한다는 측면에서 전직지원전문가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헤드헌터는 주로 기업체의 임원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급 인력의 중개를 주로 담당한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전직지원전문가의 세부 육성 방안을 수립할 때 헤드헌터의 활동영역과 겹치지 않도록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업의 세계가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는 만큼 포괄적인 전직 지원 서비스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들을 양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 직업탐색

구직자들은 각기 희망하는 임금이나 근무 여건 등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일자리가 나타날 때까지 구직활동을 지속하게 되는데 이를 직업탐색이라 한다. 직업탐색 기간은 탐색에 들어간 비용과 직장을 선택하여 얻게 되는 편익에 따라 좌우된다.

● 전직지원전문가

outplacement expert. 퇴직자나 퇴직예정자에게 경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 또는 제2의 직업을 추천·알선하고 그에 맞는 교육 훈련 프로그램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정원식 <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