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웹툰 한류'…코리아 대표 콘텐츠로 발돋움하다
세계적인 만화 공유 사이트 ‘망가폭스(Mangafox)’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는 바로 손제호 이광수 작가의 ‘노블레스’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한국 웹툰으로 망가폭스 사이트에서 한국 웹툰이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피스’ ‘블리치’ ‘진격의 거인’ 등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일본 만화들이 망가폭스 사이트의 차트를 점령하고 있지만 이제 한국 웹툰의 바람도 거세게 일고 있다. ‘소녀 더 와일즈’(훈·제나, 17위) ‘신의 탑’(시우, 21위) ‘갓 오브 하이스쿨’(박용제, 23위) 등도 상위권에 올랐다. 웹툰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장르의 만화로 성장하면서 외국인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한국작품 판권 수출 잇따라

웹툰 한류 바람이 일고 있다. 글로벌 만화 공유 사이트에서 인기만화 1위에 한국만화가 오르는가 하면 한국 작품의 판권 수출도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영국 영화제작사 페브러리필름은 ‘3단합체 김창남’(하일권)의 판권을 사갔고 ‘신과 함께’(주호민)는 일본 게임업체 스퀘어에닉스에 리메이크 판권을 수출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망가’가 일본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성장한 것처럼 웹툰도 세계시장에서 한국 대표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4월8~10일 주빈국(마켓포커스 국가) 자격으로 참가하는 ‘2014 런던도서전’에 만화·웹툰 홍보관을 마련한다. 올해 43회째인 이 도서전에서 만화·웹툰 홍보관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대 웹툰 사이트를 운영 중인 네이버도 도서전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며 해외 반응을 살펴볼 예정이다. 40여개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외국에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만에 독자적 장르로

웹툰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긴 것은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된 2000년을 전후해서다. 당시에는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마린 블루스’ ‘스노우캣’ ‘파페포포 메모리즈’ 등의 작품이 연재됐다. 김풍, 메가쇼킹, 마인드C 등의 작가들은 디씨인사이드 카툰 연재 갤러리에 작품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 웹툰 시대의 개막은 대개 2003년 3월 다음의 ‘만화속 세상’을 기점으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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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해 10월 연재를 시작한 강풀의 ‘순정만화’는 ‘웹툰’ 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패러다임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전까지 인터넷을 통해 연재된 만화들이 기존 출판 만화처럼 각각의 칸을 갖고 진행된 데 비해 ‘순정만화’는 칸을 없애고 화면 스크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 효과나 스마트폰의 터치 기능을 활용한 웹툰도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웹툰의 성공 요인으로 무료 콘텐츠, 접근이 쉬운 포털에서의 연재, 다양한 종류의 작품, 모바일 기기 보급, 댓글 등을 통한 의견 공유 등을 꼽는다. 정지은 다음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웹툰은 탄생한 지 10년 만에 한국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기업 홍보·영화 등으로 큰 인기

한화케미칼은 매주 수요일 네이버에 ‘연봉신’이란 웹툰을 내보내고 있다. ‘악플게임’ ‘고삼이 집 나갔다’ 등을 그린 인기작가 미티의 작품으로 아무런 스펙 없이 운좋게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신입사원 연봉신의 회사 생활을 그리고 있다. 기능성 소재 개발부에 속한 연봉신의 활약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화케미칼의 사업을 소개하는 이 만화는 지난해 7월부터 22주간 연재되면서 누적 조회 수 3000만건을 돌파했다.

웹툰 기획을 담당한 조인경 한화케이칼 브랜드전략팀 매니저는 “지난해 상반기 공채 지원자가 3677명이었는데 연봉신이 연재된 후 하반기 공채에서 5692명으로 상반기보다 54.8% 늘어났고 회사에 대한 지원자의 이해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며 회사 인지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했다.

유한킴벌리는 자사의 수분크림 ‘티엔’을 소재로 한 웹푼 ‘퐁당훈녀클럽’ ‘10대훈녀클럽’을 잇따라 선보였다. LIG손해보험은 ‘별을 부탁해’란 웹툰을 만들었다.

기업들이 앞다퉈 홍보 웹툰을 제작하는 것은 웹툰의 높은 파급력 덕분이다. 닐슨코리안클릭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 사이트를 찾은 사람은 각각 470만명과 160만명. PC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을 조사한 것으로 중복 방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웹툰시장 규모는 2010년 529억원에서 내년 295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웹툰 원작 영화가 인기를 끈 것도 웹툰 대중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는다. 2012년에 강풀 원작 영화 ‘26년’(300만명)과 ‘이웃사람’(240만명)이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는 훈 작가의 만화를 영화로 만든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700만명 관객을 모았다.

신인 키우는 웹툰 생태계 네이버에 156편 연재…다음에도 89편

네이버 웹툰은 현재 156편, 다음 ‘만화속 세상’에는 89편의 웹툰이 연재되고 있다. 한국 웹툰시장에서 네이버와 다음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포털 사이트가 웹툰을 게재하는 주된 이유는 ‘이용자 유인’이다. 이들은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이용자에게 무료로 웹툰을 제공한다. 더 많은 이용자를 유인하려면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포털 사이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웹푼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단순히 웹툰 유통에만 그치지 않고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거나 ‘스마트툰’ 같은 새로운 형식의 웹툰을 기획하고 있다.

새로운 작가들을 길러내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과거에는 만화가가 되려면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작업 방식 등을 배운 뒤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적으로 만화를 배우지 않았어도 소재의 독창성, 독자의 반응 등에 따라 유명 만화가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도전만화’와 ‘베스트 도전’, 다음은 웹툰리그 1·2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와 독자 반응에 따라 상위 리그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최종적으로 정식 연재하는 프로 만화가가 될 수 있다.

이승우 한국경제신문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