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세계화는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먼 상황이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의 일식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져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계에 퍼져 있는 음식점 수는 차치하더라도 해외의 일식당과 한식당은 손님 구성부터 차이가 난다. 고급 음식으로 입지를 굳힌 일식은 현지인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지만, 한식당은 대부분 유학생과 주재원 등 한국인이 손님의 주를 이룬다. 메뉴도 마찬가지다. 일식당은 어디를 가든 비슷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반면, 한식당은 그야말로 들쭉날쭉이다. 정통 한식을 취급하는 곳도 있지만, 분식점에 가까운 곳도 있고, 심지어는 한식 외에 일식이나 중식을 함께 취급하는 곳도 많다. 한식의 낮은 인지도를 일식이나 중식의 유명세에 기대고 있는 모양새로, 이는 맛과 영양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한식에게 분명 어울리지 않는 대접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국내 특급호텔의 한 조리장은 “한식이 외국인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통일된 레시피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레시피, 즉 조리 방법의 일관성을 꼽은 것이다. 그는 김치찌개를 일례로 들었다. 김치찌개의 주재료인 김치는 발효음식인 탓에 조리 방법과 숙성 기간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김치의 맛이 식당들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부재료도 마찬가지다. 어느 곳은 김치찌개를 끓일 때 멸치 육수를 사용하지만, 다른 곳은 육수 대신 돼지고기나 참치 혹은 꽁치 통조림을 넣는다. 여기에 끓이는 방식, 담아내는 그릇, 함께 내는 찬도 식당마다 다르다 보니 김치찌개의 맛은 식당마다 다르게 마련이다. 이 세상의 모든 김치찌개는 같은 김치찌개인 동시에 다른 김치찌개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듯 김치찌개 하나에도 여러 레시피가 존재하다보니 먹을 때마다 만족감이 달라지고, 특히 외국인의 경우 이런 이유로 한식에 대한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스러운 점이 하나 있다. 한식의 다양한 레시피가 문제라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왜 지금껏 식당마다 다른 음식 맛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음식점은 대표적인 독점적 경쟁시장 중 하나다. 여기서 독점적 경쟁시장이란 독점과 (완전) 경쟁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말 그대로 두 시장의 중간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상품을 생산하는 공급자와 이를 소비하는 수요자가 시장에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 경쟁시장과 같다. 또한 김치찌개 식당은 솜씨만 있으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설혹 장사가 안 돼 식당 문을 닫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주인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즉, 음식점 업계는 시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자유로운 상황으로 이 역시 경쟁시장의 모습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독점시장과는 어떤 면이 닮아 있을까? 소문난 맛집 중에는 음식 맛을 유지하기 위해 수량을 제한하여 파는 집들이 더러 있다. 이런 곳은 재료가 떨어지면 당일 판매를 종료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헛걸음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런 영업 방식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뛰어난 맛이 손님들로 하여금 작은 생산량을 감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단골들은 음식 가격이 조금 오르는 것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만한 맛을 찾기 힘들다며 오히려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단골들이다. 차별화된 맛 때문에 가격 변화에 둔감해진 결과다.

하지만 단골이 아무리 많은 식당이라도 음식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올릴 수는 없다. 자신들을 대신할 비슷한 식당들이 주위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단골을 확보한 식당이라면 미세하지만 어느 정도의 가격 결정력을 가지게 된다. 즉, 맛에서 차별화를 이루어낸 음식점은 생산량을 조절하고 가격을 설정하는 독점적인 지위를 일정 부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독점은 작은 생산량과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일부 소비자를 소비에서 배제시키는 비효율을 발생시키는 시장의 형태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독점은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독점을 이유로 음식점을 제재한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음식점이 일부나마 독점의 요소를 지녔다면 규제를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음식점이 독점의 요소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식의 세계화를 저해하는 주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다양한 레시피와 이를 통해 음식을 직접 만들어내는 조리사들에게 있다. 김치찌개를 예로 들어보자. 독점적 경쟁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자 경쟁시장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점은 바로 상품의 이질성이다. 경쟁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은 모든 면에서 동일하지만, 독점적 경쟁시장의 상품은 멸치 육수로 끓인 김치찌개와 돼지고기 김치찌개처럼 각기 조금씩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거래되는 상품이 차별적인 이유는 바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은 기호에 따라 어떤 음식을 사먹을지를 결정한다. 육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선호할 것이고, 채식주의자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야채나 천연조미료로 맛을 내는 식당을 애용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성별과 나이, 입맛 등에 따라 기호가 다르고, 이에 따라 자주 찾는 식당도 달라진다. 따라서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맛의 김치찌개가 존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레시피를 통일시켜 전국의 김치찌개 맛을 똑같게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음식점이 가진 독점적 요소는 사라지고 소비에서 배제되는 소비자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럴 경우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경쟁을 통해 상품을 차별화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가 충족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가격이 다소 높고 생산량이 조금 부족하여 발생하는 비효율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점이 독점적 경쟁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통일된 레시피의 개발이 분명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독점적 경쟁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내적으로는 오히려 수많은 레시피가 존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따라서 직업으로서 조리사의 미래는 상대적으로 밝다고 할 수 있겠다.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레시피의 존재는 결국 음식을 만들어내는 조리사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집밖에서 식사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외식산업이 점점 전문화, 대형화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에는 조리사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조리사

호텔이나 음식점, 단체 급식 식당에서 식자재를 가공하여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조리사가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은 없지만, 조리사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부여하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조리기능과 관련된 자격증에는 조리 기술과 관련 지식에 따라 조리기능사, 조리산업기사, 조리기능장 등이 있다.

▨ 독점적 경쟁

다수의 공급자가 매우 비슷한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시장을 말한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생산자들은 상품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에 나서며, 이에 따라 상품마다 상표, 디자인, 품질, 결제방식, AS 등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