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뉴스] 새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2월 22일 서임…"흩어진 양들 모아 갈등·분열 치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71·사진)가 다음달 추기경에 서임된다. 한국에서 나온 세 번째 추기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염 대주교를 비롯한 세계 각국 출신의 19명을 새로운 추기경으로 결정하고 다음달 22일 서임한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기경을 서임하는 것은 지난해 3월 즉위 후 처음이다. 염 추기경이 서임되면 한국은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 ‘2인 추기경 시대’를 다시 맞게 된다.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이 시대의 징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복음의 빛으로 밝혀야 할지를 끊임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 지혜와 용기를 청합니다.”

염수정 새 추기경은 13일 서울 명동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앞마당에서 열린 추기경 임명 발표식에서 이같이 첫 소감을 밝히고 “주님의 양떼를 돌보는 착한 목자가 해야 할 첫 직무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양들을 모두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교회가 되는 데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모든 사람이 화해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하는 것이 목자의 직무”라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이 말한 ‘시대의 징표 읽기’는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찾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시대의 징표’는 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찾기 위한 화두인 셈이다.

성경 요한복음에 나오는 착한 목자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그들에게 생명이 넘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스스로 내놓는 존재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정신적·도덕적 위기에 봉착해 있으며,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하고 있으므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하는 교회상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라며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교회의 권위보다는 세상의 필요에 부응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널리 알려진 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느님과 교황님의 뜻에 순명해 추기경 임명을 받아들였다”는 염 추기경도 마찬가지다. 염 추기경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를 위한 교회’를 몇 차례나 반복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교황님의 뜻에 순명하겠다”며 “저만 빼고 많이들 즐거워하시는 걸 보니 많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더 두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그러나 사제들이 사회·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참여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쪽이다. 지난해 11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1943년 경기 안성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염 추기경은 순교자 집안의 후손이다. 세례명은 안드레아. 1850년 4대조 할아버지가 순교했고 각별한 신앙심을 가진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사제의 길을 선택했다. 두 동생(염수완 염수의 신부)도 형을 따라 사제가 됐고, 현재 서울대교구 내 본당 주임사제로 사목하고 있어 3형제 신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평화방송 이사장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 서울대교구장 등을 맡고 있다.

서화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