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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1호 2006년 6월 26일

Focus

[교권이 땅에 떨어지는데…] "선생님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 청주 A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급식 지도 등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의 항의에 못이겨 무릎을 꿇었다. 학부모들은 "이 여교사가 15분으로 정해진 짧은 급식시간 안에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마치도록 강요해 학생이 체하는가 하면 식사 시간을 못 지킬 경우 벌도 받았다"며 학교를 찾아와 교사에게 사표를 낼 것을 강요했다. 이에 대해 여교사는 "사과를 해서 해결된다면 무릎을 꿇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 인천 B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종례 훈시 중이던 담임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학생은 같은 반 여학생 머리를 만지는 것을 제지하던 교사에게 "내가 만지지 않았다"고 소리치며 교실을 나가다 이를 저지하는 교사를 밀어 넘어뜨린 뒤 발로 여교사의 발을 두 차례 걷어차 전치 10일간의 상처를 입혔다.

 

# 경기도 C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새로 발령받은 미술 교사가 수행평가를 실시하던 중 자신의 점수가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해 평가에 불만을 품은 학생이 미술작품을 부수고 교사에게 대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이전에도 신규 미술교사에게 '새로 온 주제에 시험문제를 어렵게 내. 어렵게 내면 짓밟아 버릴거야'라고 소리치는 등 교사에게 대드는 일이 빈번했다.

 

5월은 스승의 달이었다. 스승의 날이 있어 제자들이 스승의 은혜를 기리며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전국 초?중?고교의 70%가 스승의 날인 15일 휴교를 했다. 오가는 촌지와 선물 탓이었다. 교사가 주인공이 되는 스승의 날 뭇 교사들은 내심 착잡하고 서운했을 것이다.

 

교사들의 시련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18일에는 청주에서 '무릎 꿇은 여교사 사건'이 터졌다. 군사부일체라고 교육받은 부모님 세대들에게는 상상조차 힘든 이 장면은 TV에 여과없이 보도됐다. 22일에는 인천에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반인륜적인 사건까지 발생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유교적 전통을 지켜온 한국에서 교사의 지위가 이토록 흔들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학부모의 지나친 자식 사랑과 비뚤어진 일부 학생들의 잘못된 판단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교권 추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폭행 폭언 등 '부당한 행위'와 관련된 교권침해 피해사례는 52건으로 전년의 40건보다 늘어났다. 물리력을 행사하는 높은 강도의 교권침해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교권침해 사건이 교원단체에 보고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행 및 폭언을 퍼붓는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교권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를 한자녀 가정이 보편화되면서 왜곡된 방법으로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식을 교사에게 전적으로 맡기려고 하지 않고 특별대우를 요구하면서 교권을 무시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서울 B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는 "'아이가 사춘기라 예민하니 학생들 보는 앞에서 야단치지 말라'는 등의 학부모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며 "극성 엄마를 둔 학생들은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권이 침해되면 교사들이 위축되고 더 높은 강도의 교권침해를 당해도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교사는 "학부모 가운데 고학력자와 교육전문가들이 많아서인지 교사를 무시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탄했다.

 

교권이 흔들리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이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학생들이 성적, 교우관계 등 자신의 문제를 교사와의 상담이 아닌 다른 수단을 통해 해결하면서 학생과 교사 사이가 서먹서먹해진 것. 교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과 사교육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 A고등학교 2학년 김철민군은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은 학원 강사에게 묻고 고민 상담은 과외교사나 인터넷 게시판을 활용해 해결한다"며 "교사에게 자신의 문제를 상담한다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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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 떨어지는 일부 교사들도 책임 벗어나기 힘들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교원의 금품 및 촌지수수와 성폭행, 성적조작 등 각종 비리가 교육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맹형규 전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2∼2005년 상반기 교원이 성추행이나 성폭행, 혼외 성관계를 했다가 징계받은 건수는 모두 52건에 달했다. 직무불성실 및 직무거부에 따른 징계가 49건, 회계 및 인사 문란 28건, 외부 금품수수 27건, 폭언?폭행?체벌?불화?음주추태 19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이를 두고 있다는 김순영씨(45?서울 서초구)는 "용돈을 달라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촌지를 요구하거나 특정학생을 편애하고 잘못에 비해 체벌이 지나치게 심하다는 내용의 인터넷 게시물을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접할 때마다 교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을 통해 표출되는 교사들의 집단이기주의가 '스승'의 이미지를 퇴색시켰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교사는 수입이 적지 않은 데다 정년이 사실상 보장돼 있는 직업에 속한다. 매해 치솟는 교대와 사범대 경쟁률이 이를 증명한다. 교원들은 수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등 '스승'이 아닌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줬고 교사에 대한 여론도 차가워졌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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